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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30일 월요일

182일차 - 지옥불(Hell Fire) 트레일 [Kanchanaburi]

Erawan 폭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어젯밤, 전격적으로 숙소를 연장했다. 바로 오늘 hell fire pass 를 가기 위해서. 지옥불 이라니, 과연 어떤 곳일까.
오늘도 주인 아주머니는 차로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셨다. 어제와는 다른 버스를 타고 9시에 출발했다. 어제와는 달리 외국인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버스는 Sangkhlaburi 까지 가는 것이라서 가는 도중에 내려야 했다. 어제와 비슷한 거리인, 1시간 반 정도에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GPS 덕분에 근처에 왔을 때, 내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박물관 까지는 십여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박물관에 다다르자, 꽤 많은 외국인들이 보였다. 대부분 대형 버스나 미니벤을 대절해서 온 것이다. 나처럼 대중교통을 타고 온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박물관 안에서는 기찻길을 만들 당시의 사진과 영상자료를 전시하고 상영하고 있었다. 동원된 사람 중에 10만명이 건설 도중 사망했다니, 상상조차 어렵다.

<당시 사용했던 도구들>

박물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약 2.5 km 정도의 hell fire trail 이 나온다. 바닥은 자갈 돌이 깔려있고, 가끔가다 여기가 철로였음을 알려주는 나무가 박혀있었다. 주위에는 대나무가 높게 자라있었고, 바람이 불면 대나무 특유의 소리가 들렸다. 또한 지저귀는 새 소리가 들리는 아주 평화로워보이는 경치가 나타났다.

가는 도중에 여기서 일하다 죽은 군인들을 추모하는 국기(특히 호주)가 걸려있기도 했다. 한시간 가까이 걸어 트레일의 끝에 다다랐다. 이 이후는 태국 정부의 권한으로 접근이 제한되고 있었다.
hell fire(지옥불) 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현재의 이곳은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아래 박힌 나무들이 이곳이 기찻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추모의 의미로 꽂아놓은 호주 국기를 여러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내렸던 곳의 반대편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이곳은 특별히 버스 정류장이라는 표시가 없기 때문에 버스가 오면 손을 흔들어, 세워야 한다.
무려 한시간 반을 기다려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칸차나부리 행 버스를 타고 오는데, 도중 검문소가 나타났다. 검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버스에 탔고, 현지인들은 모두 주민등록증으로 보이는 카드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여권을 보여줘야 하나 생각했지만 숙소에 두고왔기 때문에 그럴수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그는 별 말없이 내 앞을 지나갔다. 왜 이런 검문소가 있는걸까. 생각해보니, 이곳은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있을 불법 입국자를 검사하기 위함이 아닐까.

조금 더 가다가 서양 노부부가 버스에 탔다. 특히 칸차나부리에서는 노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을 자주 본다. 정확한 나이는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보통 그나이 관광객들이 즐겨하는 단체관광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주로하는 배낭여행을 하는 걸보니, 대단하고 행복해보였다.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들은 고마워했다. 그들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와 같은 숙소를 머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왔고, 앞으로 베트남을 갈 거라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예전에 카우치 서핑으로 한국 여성이 자신의 집에 머물렀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세상은 참 좁다.'

PS1 점심으로 먹은 음식이 잘못되었는지 숙소에 와서 수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만 했다.
PS2 얼마 전 다운받은 영화 '와일드'를 봤다. 책으로 읽을까 하다가 영화로 보기로 했다.

보면서 문득 든 생각들.

1. 주인공은 엄청난 시련(어머니의 죽음, 이혼, 약물중독등)을 이겨내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는데, 나는 어떤 시련 때문에 여행을 시작한거지?

2. 영화의 배경이 된 PCT(Pacific Crest Trail) 를 걸어보고 싶다.

3. 내 기억에 마지막 주인공의 대사

"내 인생도 모두의 인생처럼 신비롭고 돌이킬 수 없고 고귀한 존재다. 진정으로 가깝고 진정 현재에 머물며 진정으로 내 것인 인생, 흘러가게 둔 인생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던가"

181일차 - 애메랄드 빛 천연수영장, Erawan 폭포 [Kanchanaburi]

오늘은 Erawan national park 에 있는 폭포에 갔다. 어제 숙소 아주머니가 주말에는 이곳에 가려는 사람이 많을테니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첫차인 7시 30분에 맞춰 알람을 맞춰놨지만, 나도 모르게 알람을 꺼버리고는 계속 잠을 잤다.

결국 오전 8시 차를 탔다. 고맙게도 아주머니가 같은 숙소에 묵고있던 오스트리아 커플과 함께 버스 터미널 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깐차나부리 버스터미널은 Erawan national park 외에도 방콕, 치앙마이, 심지어 농카이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





토요일임에도 Erawan national park 행 버스는 한산했다. 깐자나부리에서 약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했다. 국립공원 안에 방갈로 같은 숙박시설이 있다. 심지어 캠핑장도 있다.

가이드북에 나온 웹사이트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았을 때, 자전거를 타고가서 캠핑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후 루트(아유타야로 가기위해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야 한다)때문에 버스를 타고가기로 했다.

<칸차나부리로 돌아올 버스 시간표> 



<총 7개의 폭포로 이루어져 있다>

Erawan 폭포는 총 7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산을 따라 높이 올라갈 수록 단계는 높아진다.
1단계 폭포에 도착했는데, 물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에메랄드 빛이라고나 할까.

주말을 맞이해서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는데, 대나무로 만든 평상이나, 바닥에 자리를 깔고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에 발을 담그거나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대나무마다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수영복 차림의 서양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내심 수영복을 가져왔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켠에서는 보호장구를 빌려주는 곳도 있었다.
단계가 올라갈 수록 멋진 새로운 경치가 펼쳐졌다. '정글에서는 이런 물빛이구나.'

물 빛 말고도 또 한가지 신기한 것은 폭포에 살고있는 물고기들이었다. 물이 맑아서 물고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너무 많아 세기 힘들 정도였다.
사람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폭포 호수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다가와 발을 입으로 빤다(그들은 먹이로 착각하고, 먹는 시늉을 하지만, 느껴지는 촉감은 마치 물고기들이 발에 뽀뽀를 한다고나 할까).
너무 많은 물고기들이 다가와서 이러니, 어쩔때는 발이 쩌릿 할 때도 있다.

언젠가 이런식으로 피부병을 고칠 수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발 부위에서도 무좀이 있는 곳만 집중적으로 빨았다. 이것도 그런 것인가.

아무렴, 피라니아가 아닌것만해도 다행이지.

폭포의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록 길은 좀더 험했다. 특히 이곳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위험했다. 왜냐하면, 바위마다 이끼가 있어 잘못 밟으면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넘어졌지만,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멋진 풍광 때문에, 쉴세없이 셔텨를 눌러댔다. 정말 와보길 잘한 것 같다.






<오가면서 여성옷들이 나무에 걸려있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무슨 의미일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7단계 폭포> 







<버스 티켓> 

<입장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