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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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0일 목요일

320일차 - 인도에서 신호등을 보기 힘든 이유 [Chennai]

어제 많이 걸은 탓일까. 양쪽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배낭여행을 계획하면서 세부적인 루트는 결정하지 않았다. 자전거가 아닌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그때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는 걸로. 다만 두가지 조건은 있었다. 

1. 첸나이에서 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여행할 것
2. 뱅갈로르는 반드시 들를 것

가이드 북과 인터넷을 참고해서 첸나이 이후 루트를 고민했다.
당초 Mamallapuram 을 생각했지만, 힌두교 관련 유적들 뿐이라(이미 충분히 많이 봤다), 패쓰하, Puducherry 로 결정했다.
숙소를 예약하고,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기차와 버스가 있었는데, 기차로 결정하고 앱으로 열차시간을 검색했다.

Puducherry 로 가는 열차는 첸나이 central 역이 아닌 egmore 역에서 타야한다. 하루에 두 편으로 오전 6시 반, 저녁 6시 반에 출발한다. 4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 편이 나았다.

앱으로 카드 결재가 안되니, 어쩔 수가 없이 기차표를 구입하기 위해 egmore 역으로 향했다.
이곳은 뉴델리 역처럼 외국인 전용 티켓 창구가 없다. 티켓 판매소는 당일표와 내일 이후 표를 예약할 수 있는 곳으로 나뉘어 있다. 2층에 있는 예약 창구로 갔다.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종이 양식을 작성해야 한다. 이름, 열차 번호 및 이름, 전화번호 등을 적고 창구에 양식을 내밀었다.
이를 받아든 직원이 잠시 후 'passenger 기차는 예약할 필요가 없다' 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passenger 기차는 일종의 출퇴근 기차로 왠만한 역에는 모두 서고(따라서 매우 느리고), 등급 자체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하철' 인 것이다. 4시간 반을 서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차라리 버스가 낫겠다 싶었다. 버스의 경우, CMBT 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고 한다(운임은 95~200루피). 걸리는 시간도 기차와 비슷하고.
                 
PS. 기차역에서 나오니 주변은 컴컴해지고, 시간은 6시 무렵이었다.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시간대다. 교통량이 이렇듯 많음에도, 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신호등을 보기는 쉽지않다. 왜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신호등이 없을 정도로 교통 문화가 젠틀하다면 몰라도. 지난 2달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사람들이 신호등도 없는 상태에서 차들이 쌩쌩달리는 차도를 건넌다. 그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나는 신호등 없는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현지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이들이 건널 때 뒤따라 건넌다. 신호등을 설치하면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맘 편히 다닐 텐데.

<첫 줄의 Puducherry 행 열차는 passenger 형이다>

<내외국인 공통 매표 창구>

<식당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온 저녁. 포장 방법은 예전과 동일하게 신문에 넣고 말아서 실로 묶는다>

319일차 - 선뜻 이해하기 힘든 영국에 대한 인도의 입장 [Chennai]

40도에 가까운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아침일찍 관광을 시작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았다.
간밤에 모기에 시달린 덕분에 알람없이 몽롱한 상태로 숙소를 나섰다.

1. Fort St George

인도를 여행하면서 봤던 요새(fort)들은 모두 강 기슭에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해안에 만들어졌다. 영국인 St George 에 의해 건설된 이곳은 전쟁에서의 공격과 방어를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이 안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회나 은행, 정부기관들도 함께 있었다.
17세기 경에 만들어져 시간에 따라 요새의 크기등 변화가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본래의 역할은 그대로 남아있다.
실제 요새 일부 지역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고, 은행, 교회같은 건물이 남아있다. 요새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요새 안에 있는 박물관에서 옛날에 쓰였던 무기나 당시 군인들이 입었던 군복들을 볼 수 있었다영국의 지배 하에 있던 시기라, 형태나 무늬들이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외에도 역대 첸나이에서 사용된 동전들이 전시돼있다. 식민 전까지만 해도, 동전에 새겼던 모델은 비슈누 같은 종교적인 색체가 강했지만, 식민 이후는 본국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첸나이는 영국 뿐만 아니라 포르투칼, 프랑스 등의 지배를 받았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동전들을 만들었다. 각기 그 나라들의 특징을 가지는 동전들이 만들어져 유통되었다.

박물관 말고도, 건축 당시부터 있었던 St Mary`s church 가 유명하다. 한눈에 봐도 주변 건물들과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2. San Thome Cathedral

이곳에 가기위해서는 3km 길이의 marina beach 를 지나야 한다. 이곳에 대한 나의 14년전 기억은 당시 아침에 이 곳을 찾았을 때, 파도가 들고나는 곳에 아이들이 앉아 볼일을 보는 광경이었다.

해변으로 향하면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너무 더워서일까 아니면, 비수기여서 일까. 사람들이 있어야 할 해변에는 주인없는 노점들만 가득했다. 참고로 이 곳 해변에서는 수영을 권하지 않는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물살이 세기 때문에 무척 위험하다는 것.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다를 본지가 언제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양곤이었던가? 아니면 베트남?

모래 사장을 지나 바닷물이 밀려드는 곳까지 걸었다.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입맛이 짭조름하고 끈적하다.    

첸나이에서 교회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예수의 12 사도 무덤 위에 지어진 성당은 세계적으로 3곳만 존재하는데, 

이탈리아 로마의 성 베드로성당
스페인 산티아고 대성당 

나머지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새하얀 건물에 파란 하늘을 향해 뾰족히 솟은 지붕들,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이 봐도 멋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러 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고, 그 중 한 곳에 san thome 의 시신을 안치해 두었다고 한다.
교회를 둘러보다가, tomb 이라는 팻말을 발견했고, 그 건물 지하에 마련된 예배당에서 san thome 의 누워있는 형상을 볼 수 있었다. 

3. Kapaleeshwarar Temple

기독교나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종교이기 때문에 굳이 신자가 아니더라도 대강의 분위기나 문화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불교 사찰의 경우, 신자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사찰을 둘러볼 수 있다. 교회 역시, 대부분 그렇다(예배를 보는 일요일은 외부인의 방문을 금지하는 곳도 있긴 하다).

불교문화권인 미얀마 이후, 인도를 여행하면서 처음 접한 힌두교와 무슬림 사원은 이런 점에서 여행자인 내게 무척 낯설었다.

이들 사원은 비 신자들의 방문에 대해 앞의 두 종교에 비해 엄격하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만 방문을 허용했다.
무슬림과 힌두교 사원의 경우, 신자들이 기도를 들이는 시간에는 오직 신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힌두교의 경우, 오전 6~12시까지, 그리고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만, 무슬림의 경우, 낮시간에는 입장이 불가했다.

첸나이에서 가장 유명한 힌두 사원인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출입이 허용되는 오후 4시에 맞춰 도착했다. 이 사원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사진인 탑은 공사중인 관계로 커버에 싸여 있었다.

신자들은 줄을 서서 기도를 드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돈을 내면 먼저 기도를 할 수 있는 줄도 있었다몇몇 신자들은 모여 앉아 주문을 외고 있었고, 여성들은 꽃을 실에 매달고 있었다.
한 신전(?) 앞에서 의식을 끝낸 사두가 의식에서 쓰였던 공물을 신자들에게 나눠 주는 모습도 보였다.
전형적인 힌두사원의 광경이다. 여러번 와서 보니, 새롭기보다 익숙하다

사원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길마다 사각형의 큰 구조물이 서있다. 무슨 의미일까.

마치 큰 의식을 준비하고는 있는 듯 하다.

PS. 인도를 다니다보면,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차량의 비닐 시트를 벗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 개인의 취향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워낙에 자주 보다 보니, 인도사람들의 보편적인 특성이 아닐까하는 확신이 들었다

PS2. 지금 있는 방에서 30m 정도 거리에 무슬림 사원이 있다. 하루에 세 번(오전 5 30, 오후 12 30, 오후 6 30), 노래(?), 기도소리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무슨 말인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알라~' 로 시작한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PS3.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영국에 대한 인도인들에 대한 반영국 감정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되는 과정이 큰 충돌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 크겠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인 나로써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점이다.

독립이후, 영국의 국어인 영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고,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영국풍의 시설들과 건축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
fort 박물관의 경우도 층 하나 전체를 영국 국왕을 그린 그림과 조각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PS4. fort 박물관은 일부긴 하지만,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있었다. 지금까지 간 박물관 중 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염소들도 힘들어하는 날씨다>


<표지판에서 보듯 fort 안에는 다양한 장소들이 있다>





















<어떤 용도일까 궁금했다>











<사원 곳곳이 보수 작업 중이다>

2020년 7월 29일 수요일

318일차 - 14년만에 다시 찾은 첸나이 [Chennai]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에 눈을 떴다. 거의 도착한 건가.
시간을 보니, 원래 도착 예정 시간인 7시에 가까워져 있다. 어제 까지만 해도 1시간 정도 연착해서 달리고 있었는데, 새벽 동안 무리(?)를 해서 시간을 맞췄나보다.

잠시 후 열차가 정차하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짐을 챙겨 열차를 빠져 나오자, 끈적한 공기가 가장 먼저 나를 맞는다.

첸나이는 14년전, 기차를 타고 왔던 적이 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여기서 어딜 갔는지 무얼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끈적한 느낌은 예전 그대로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뉴델리였다면, 서늘한 바람이 불겠지만, 이곳 첸나이는 덥고 습한 바람이 분다.

GPS 를 켜고 숙소 위치를 확인 후 걷기 시작했다. 첸나이는 일찍부터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받은 곳이라 여기저기 교회가 꽤 많이 보였다. 인도 동북부 이후로 가장 많이 본 듯.

최대한 천천히 갔음에도 숙소 체크인 시간(정오)보다 3시간 일찍 도착했다.
방에 들어가서는 오후 내내 잤다. 첸나이 관광은 내일부터.

PS. 지금 묵고 있는 방은 창문에 철망이 없다. 또한 non-ac 이기 때문에 창문을 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불을 끄고, 모기향을 켜고, 천장의 fan 을 켜고 자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그저 바람에 불과했다. 밤새 모기에 시달리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결국 창문을 닫고, 모기 스프레이를 목이 아플정도로 뿌렸더니, 조금이나마 잠을 이룰 수 있었다.




317일차 - 기차에서의 하루 [New Delhi - Chennai]

기차에서의 하루.
거의 종일 누워 지냈다. 나중에는 허리가 아파 옆으로 눕거나, 한동안 일어나 앉아 있었다.
침대칸의 경우, 위쪽보다는 아래쪽이 편했다. 잠을 잘때 말고는 앉아 있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짐도 아래 바닥에 놓을 수 있다.

인도 기차에 있는 화장실의 변기 구멍은 철로가 보일 정도로 뻥 뚫려있다. 볼일을 보면 그대로 철로에 떨어지는 구조다. 편해보이기는 하는데, 나중에 철로 청소는 어떻게 할까?

기차가 역에 정차할 때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역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5~10분 정도 정차하는데그때 먹을 것을 파는 상인들이 플랫폼이나 열차 안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기차가 다시 출발할 때 쯤 내렸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탄다. 기차 생활 반나절만에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때때로 어디쯤 왔는지 궁금할 때면, 휴대폰을 들고 나가 지붕이 없는 플랫폼으로 가서 GPS 로 위치를 확인한다. 예상시간보다 1시간 정도 연착되고 있다.

뉴델리에서 첸나이까지 이 열차가 달리는 거리는 약 2000km 정도다. 자전거로 인도에서 약 2달간 달린 거리와 비슷하다. 한나절 만에 한달 동안 달린 거리를 오다니, 기차가 빠르긴 하다.  

출발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다시 침대 칸에 몸을 누인다. 이어폰을 꼽고 저장해둔 팟캐스트를 듣는다. 앞으로 10시간 후면 도착이다.  

PS. 잠시 이 열차가 우리집 앞까지 가는 열차였으면 하고 바랬다. 대륙과 바다를 지나갔던 설국열차처럼


<객실 내 충전 단자. 두 좌석 당 한 개다>

<선로 청소를 위해 물 호스가 연결되어 있다>


[지도 정보]

316일차 - 인도 배낭 여행의 시작 [New Delhi - Chennai]

D-day

기차 출발시간이 밤 10시 30분이기 때문에 정오에 맞춰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나름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백팩에 크로스백 그리고 2리터짜리 물통을 드니, 한 걸음을 내딛기에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앞으로 이렇게 여행을 해야할텐데, 이제 부터 왠만한 거리는 릭샤를 타야 하는 건가'

오전에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듯 하다가, 오후들어 구름이 거치고 여느날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기차시간까지 10시간 가까이 남았는데 어디서 뭘 해야 하나
사실 최근까지 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물색했었다. 무려 10시간 동안 식당이나 까페에서 진을 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물며 공원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결국 생각한 것이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 출발시간까지 묵는 것이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파하르간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예약했다. 체크인 시간(오후 2시 이후)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걸어서 숙소에 도착, 리셉션에 앉아있는 여주인에게 예약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booking.com 가격은 tax 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 250루피가 아닌 300루피를 내라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예약 페이지에는 분명 'Total price 250 루피' 로 적혀있건만
화면을 가리키며 250 루피는 모든 것이 포함된 금액이라고 말했지만, 주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어봤지만, 매번 적응이 쉽지않다. 

'50루피 인데. 한번 더 말해보고 안된다고 하면, 그냥 주자'

주인은 아들에게 물어보겠다며, 전화 통화를 하더니, 원래대로 250루피를 받았다. 
어렵사리 체크인을 마치고, 침대하나가 꽉 들어찬 좁디좁은 방에 짐을 풀고는 누웠다.

'기차표 취소하고, 비행기표 끊어 바로 카자흐스탄으로 갈까'

기차 출발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전에 설치해 둔 앱으로 기차 상황을 체크했다. 내가 탈 열차는 뉴델리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연착되는 일은 없었다.

출발시간 1시간을 남겨두고, 숙소를 나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전광판에서 티켓에 적힌 기차의 번호와 타야할 플랫폼을 확인했다.
기차 타는 동안 먹을 부식(과자, 바나나)을 사고, 3번 플랫폼으로 갔다.

플랫폼에 자리를 깔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 자는 사람들,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마치 피난을 가는 사람들 같다.

출발 시간 20여분을 남기고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칸칸마다 class 가 적혀있었다.

'3 Tier Class'

내가 탈 열차칸이다. 티켓에 적혀있는 좌석번호(25)로 들어가 앉았다. 총 위, 중간, 아래 이렇게 3개의 침대가 있는데, 나는 가장 아래 칸이다.  
짐을 풀고 앉아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자기 자리란다. 몇 번이냐고 물어보니 '25'.
내 티켓을 보여줬다.

'뭔가 이상한데'

그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객차 문 옆에 붙어있는 종이를 가리키며 저기에 내 이름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종이에는 열차 탑승객의 이름과 좌석번호가 출력되어 있었다. 맨 아래쪽에서 내 이름을 찾을 수 있었는데, 내 좌석이 3AC -> 2AC 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내용과 바뀐 좌석번호가 적혀 있었다.

'공짜로 한 등급 위의 좌석을 타다니'

새로운 객차로 이동했다. 2AC 객차는 3AC 보다 쾌적했다. 침대가 위와 아래 이렇게 2개만 있었고, 담요, 시트, 수건이 제공되었다.
하지만, 짐을 놓으니, 눕는 자세가 불편할 정도로 침대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출발 시간 10시 반이되자, 열차가 출발했다.

얼마후, 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돌아다니며, 검표를 했고, 생수, 짜이와 커피, 그리고 식사(비리야니)를 파는 사람들이 차례로 지나갔다.

숙소에서 낮잠을 잔 탓에 밤 새 잠이 오지 않을까 했지만, 열차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뉴델리에서 첸나이까지 약 33시간.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PS. 에어컨(AC) 칸이라, 전혀 더위를 모르고 지냈다. 새벽에는 오히려 추울 정도였다.

PS2. 기차가 서행하거나 멈춰섰을 때그리고 대도시(기지국이 많은)를 달릴 때를 제외하고는 기차안에서 3g data 사용은 거의 힘들다.

PS3. 파하르간즈에서 가격이 저렴한 숙소들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완료했더라도 직접 가서 체크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방이 있음에도 방이 없다고 하거나, 추가요금을 요구하거나 등등의 이유로 Plan B, C 를 만들어둬야 한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 머문 숙소>

<파하르간즈에 있는 일반 식당의 흔한 메뉴판. 가격이 착해서 자주 애용했다>

<뉴델리 기차역의 현황판. 10시 30분에 출발하는 첸나이행 기차는 3번 플랫폼이다>



<AC 3등급 칸>


<기차를 타기 전에 객차 문에 붙어있는 출력된 종이를 살펴봐야 한다. 운좋게 등급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C 2등급 칸의 경우, 침대자리마다 담요, 시트, 수건이 제공된다>

<UB 는 위쪽 침대, LB 는 아래쪽 침대. 티켓 번호를 확인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