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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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1일 일요일

50일차 - 지리산 행복학교를 찾아서 [곡성 - 악양]

낙안에서 곡성으로 방향(북쪽)을 틀었던 이유는 섬진강을 따라 달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읽었던 '지리산 행복학교'의 주 무대가 되는 섬진강 일대와 악양면을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들의 삶에서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책의 주인공들이 사는 그곳에 가고 싶었다.
오늘은 곡성에서 섬진강을 따라 하동까지 갈 계획이다.

곡성을 빠져나오자 마자 섬진강 기차마을이 있어 잠시 들렀다. 옛날 방식의 증기기관차와 약 5킬로미터 구간을 레일바이크로 탈 수 있다.

<레일 바이크>

매스컴의 힘인지는 몰라도 평일 아침인데도, 꽤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 세트장>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비록 계속된 가뭄으로 강이라고 하기에는 수량이 많이 모자라긴 했지만.

구례를 지나 남도대교를 건너 경상남도에 들어왔다.

노래 때문에 유명해진 화계장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 약재나 약초를 팔았다.

하동 시내로 가기 전에 악양면이 있다.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악양면 사무소로 향했다.

<악양면 초입에 있던 전시물>

책과 텔레비전 매스컴을 타면서 이곳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실제 시골의 면소재지 임에도 길 위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특히.

아쉽게도 책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악양면은 소설 '토지'의 무대되었던 곳으로 여기저기 명소가 많이 있다. 최참판댁, 평사리 공원등등.

예전부터 들어보기는 많이 했는데, 실제 읽어보지는 못했다. 이번을 계기로 '토지'를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평사리 공원에서 야영을 했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읍내리 279-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대한민국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98-4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66.87 km

시간 : 5시간 47분 11초 (2011-10-18 16:37:10 ~ 2011-10-19 18:05:02)

평균 속도 : 11.56 km/h


[지도 정보]

49일차 - 비가 안와서 라이딩하기는 좋다만 [낙안 - 곡성]

10시 경에 3일 동안 묵었던 낙안민속 휴양림을 나왔다. 내일 부터는 섬진강 길을 따라 달려볼 계획으로 오늘의 목적지는 섬진강이 흐르는 곡성으로 정했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들어가는 만큼 몇 개의 산들을 거쳐가야 한다.
여러날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달리다가 저수지나 호수를 보면 바닥이 보일정도로 얕아져 있다.


농사에 지장은 없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천관산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지하수가 모자른 바람에 119 에 연락해서 물을 수급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오후 4시 경에 곡성군 곡성읍에 도착했다. 군 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시내가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자전거로 처음부터 끝까지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곡성 근처에는 야영장도 휴양림도 없어서 근처 여관을 찾았다.
그동안 못했던 빨래와 휴대기기 충전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휴식(refresh)을 취해야 겠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산3-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대한민국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읍내리 279-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67.34 km

시간 : 5시간 37분 0초 (2011-10-17 19:07:33 ~ 2011-10-18 16:34:21)

평균 속도 : 11.99 km/h


[지도 정보]


48일차 -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인 섬 [낙안 - 소록도 - 낙안]

아침 저녁으로 많이 쌀쌀해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김이 보일 정도다.


오늘의 목적지(소록도)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는 만큼 아침 일찍 일어나 7시 무렵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버프와 팔토시 그리고 장갑을 꼈음에도 달릴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려울 정도로 차갑다.

길의 경로는 거의 네이버 지도 어플을 사용해서 정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자전거를 이용했을 때의 루트는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큰 방향은 자동차로 선택했을 때 나오는 경로로 하고 세부적인 길은 지도를 보고 직접 선택한다.

루트를 정할 때 몇가지 원칙이 있다.

1. 국도보다는 지방도, 지방도 보다는 마을길이나 구도로를 이용한다(차량이 적은 순)
2. 달리면서 볼거리가 있는 코스로 정한다.
3. 돌아가는 길 보다는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택한다.

 

소록도의 경우도 큰 길(국도)를 따라 달렸다면, 아마도 5-10 킬로미터 정도는 더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11시가 조금 넘어서 소록도에 도착했다. 당초 계획은 해변을 따라 섬 일주를 하려는 것이었는데, 그곳 관리소 얘기가 중앙공원 밖에는 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것도 자전거는 세워두고 걸어서. 일반인에게 공개된 곳은 그곳 뿐이다(섬 전체에 비하면 아주아주 작은)


소록도는 크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 병원 / 환자들이 사는 곳으로 나뉜다. 중앙공원(병원 옆에 위치)은 원래 환자들의 위락을 목적으로 만들어 진 곳인데, 근래에 들어 일반인에 공개를 했다.

 
<중앙공원 가는 길과 소록대교>

<이 나무의 정체는?>

 
<중앙공원, 감금실, 검시실>

공원 안에는 소록도의 역사와 한센병에 대한 자료를 모은 자료관과 예전에 사용하던 감금실, 검시실, 환자들의 자녀들을 교육했던 초등학교, 중학교, 기념비등이 있다.

<한센병 자녀들이 다녔던 학교와 교회>

<아직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이제 한센병은 과거의 병이고 거의 대부분 걸리지 않은 병이다. 사람들이 한센병과 그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하지만, 중앙공원 병원 곳곳에 놓여진 '외부인 출입금지' 라는 팻말을 보면서 아직도 나와 저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아직 존재하는 구나 를 실감했다.

<소록대교를 넘어오면서>

PS. 루트의 기준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국도를 타고 갈 때도 있다. 이에 대한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국도의 장점

1. 비교적 갓길의 폭이 넓다.
2. 급 경사나 급 커브가 별로 없다.

국도의 단점

1. 이용하는 차량이 많다.
2. 옆에서 광질주를 하는 차량 때문에 주변을 쳐다볼 여유가 없다.

PS2. 고흥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데, 뒷 바퀴가 펑크가 났다. 지금까지 펑크가 난 빈도를 보면 산이나 시골보다 읍내나 시내에서 펑크가 많이 났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산3-10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대한민국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산3-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130.25 km

시간 : 10시간 8분 28초 (2011-10-15 15:12:06 ~ 2011-10-17 19:05:23)

평균 속도 : 12.84 km/h


[지도 정보]

47일차 - 살아있는 유물 낙안읍성 민속마을 [낙안 - 벌교 - 낙안]

어제는 토요일이었던 탓에 야영장에 꽤 많은 팀이 왔었다. 밤 늦게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서둘러 짐을 챙겨 떠나는 팀도 있긴 했지만.

아침을 먹고, 어제 못봤던 낙안읍성에 갔다.

<여러가지 볼거리, 먹거리, 체험할 거리들이 많다>

현재 이곳에는 약 100 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대장금이 촬영되었을 정도로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외부의 침략을 막기위해 돌로 성을 쌓았으며, 대부분의 집들은 초가집의 형태이다. 실제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을 보고 있으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가 마치 시간여행을 온 기분이 든다.

흥미로웠던 점은 관가나 민가등을 복원해놓고 그안에 그당시 사람들이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사진에서 진짜 사람은 누구일까?>

특히 관가에서 죄인에게 호통을 치는 관리나 곤장을 맞거나, 머리는 조아리고 있는 죄인의 형상물을 보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초가집과 돌담 그리고 그옆에 주차된 고급 승용차와 에어컨 실외기를 보면 뭔지 모를 느낌(어울리는 것 같기도하고 안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도 든다.

<초가집 구멍가게>

 <담벼락 소화전>

이런 점들 때문에 전문 카메라 장비로 무장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장간의 옛 모습>

마을 안에는 주막, 대장간, 천연염색, 국악(창, 장구), 베틀등을 주제로한 집들이 있고 관광객들이 직접 들어가서 체험해보고 배울 수도 있다.
이른 시간 읍성에 들어간 탓에 대부분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운좋게 고유의 방식으로 배틀을 짜는 집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셨는데, 방을 열어주시며 직접 사용하시는 베틀을 보여주셨다.

마을을 한번 둘러본 후에 성곽에 올라가 마을을 또 한번 둘러봤다. 아래에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어렸을 때, 박물관에 가서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집, 미풍양속등을 설명한 전시물들은 많이 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기억에 남지도 감흥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낙안 읍성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실제로 살아있을 유물이라는 점에서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후에는 떨어진 쌀과 김치등 부식을 사기 위해 가까운 읍내(벌교)에 갔다.
낙안읍에 비하면 대도시 였다. 벌교에는 기차역도 있고, 큰 마트도 몇개나 됐다. 큰 재래시장도 있고 아파트도 몇 채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도시인지 아닌지 구분을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겼다.

1. 편의점이 있는지 여부
2. 아파트가 있는지 여부
3. 대형마트가 있는지 여부

위의 3가지 항목 중에서 하나라도 있으면 도시이다.
야영을 하게 되면서 대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있는 시간이 많은데, 대도시에 갈때마다 사람들이 큰 도시에 나가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PS. 전에 가거도에서 만난 분이 얘기하시길 '벌교에서는 주먹자랑을 하지마라' 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옛날 일제가 우리나라의 곡식을 자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벌교를 도시로 크게 발전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때 유명한 조직들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그런 루머가 생겼다고 한다. 그 이후로 벌교보다 더 큰 도시들이 생겼으니 주먹자랑할 사람들은 벌교를 떠나지 않았을까.

46일차 - 접근성의 극과극 [장흥 - 낙안]

어제 저녁에 비가 와서 오늘까지 비가 오려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밤새 비가 오지 않았다.

5시 30분에 맞춰둔 알람을 듣고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커피에 초코바)을 먹었다.
씻고 이것저것 텐트와 짐을 정리하니 7시 반. 늦어도 8시에는 출발해야지 하는데, 자전거와 트레일러의 체결 부위가 또 말썽이다.


한참을 끙끙대다, 챙겨간 공구들로 휘어진 부분을 펴서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몸이 나른해 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천관산 자연 휴양림의 자랑! 공포의 8 킬로미터 임도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순전히 끌바로만, 정확히 1시간 10분을 걸어 아스팔트 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초반부터 너무 힘을 뺀 것 같아 살짝 걱정도 됐지만, 오늘의 목적지까지 오는 동안 큰 어려움(업힐)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올 수 있었다.

낙안민속 자연휴양림은 듣던대로 접근성이 별 5개를 줘도 모자를 정도로 좋았다(언덕도 없고 도로에서 바로 인접해 있는).


게다가 낙안 읍성이 근접(1 킬로미터 거리)해 있어서 걸어서 다녀와도 될 정도다. 저녁 거리를 사러 가게들이 모여있는 낙안 읍성에 가봤는데, 주말을 맞이해서 많은 관광버스들과 관광객들이 있었다.

내일 가서 찬찬히 둘러볼 생각이다. 오늘은 그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조촐하게 삼겹살 파티를 했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농안리 산72-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대한민국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산3-10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83.88 km

시간 : 6시간 5분 0초 (2011-10-13 18:26:56 ~ 2011-10-15 15:08:11)

평균 속도 : 13.79 km/h


[지도 정보]

45일차 -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천관산 자연휴양림]

예보대로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두번째 만나는 비다. 첫번째는 오서산이었고.

다행히 집중 호우성으로 오지 않아 비가 텐트 안으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시간 비가 오면서 텐트 양쪽 모서리부터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기를 고대하며, 주기적으로 기상청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했다. 아침을 해먹으려고 했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어제 사온 곡물과자로 때웠다.

타프 생각이 간절했다.

기상청 홈피에서는 오후들어 그칠 것이라고 했지만, 산중이라 그런지 하루종일 안개 속에 이슬비가 내렸다.

덕분(?)에 종일 텐트 에서 한동안 사놓고 못 읽었던 책(정의란 무엇인가)을 완독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부터, 산책할 겸 휴양림 주변을 돌아봤다. 날씨가 좋았다면, 멀리 천관산 자락이 보일텐데 안개에 가려 바로 앞 봉우리도 희미하게 보였다.


종일 밥을 못 먹었기에 저녁에는 어떻게든 먹을 요량으로 비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나무 밑에다가 테이블과 버너를 옮겼다.

비를 맞으면서 먹는 저녁이 배가 고파서인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설겆이를 끝내놓고 커피 한잔을 타서 휴양림 매표소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관리 직원분을 만나 내일 날씨와 목적지(낙안민속 휴양림)까지 가는 경로에 대해 정보를 나눴다. 또한 겨울에는 대부분의 휴양림에서 야영장을 폐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다가 커피를 한잔(또!)을 얻어먹게 되었고,

내가 "이런 데서 일하시면 좋겠어요?" 라고 물어 시작된 대화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정말 좋은(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어보였다.

사는 모습은 달라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44일차 - 마(魔)의 8 킬로미터 [해남 - 장흥]

어제 늦게 잔 탓에 8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천관산 휴양림까지의 거리를 생각해서 오늘은 좀 느긋하게 출발할 생각이다.
아침 밥을 버너에 올려놓고 다운 받아놓은 팟캐스트(나는 꼼수다)를 듣고 있는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덤프트럭 한대가 올라왔다.
텐트 옆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주차를 하고는 운전자로 보이는 사람이 차에서 내려 나에게 걸어왔다.

"오후에 야영장 전기공사 때문에 텐트를 옮겨 주셔야 겠는데요"


어차피 아침을 먹고, 짐정리를 할 것이라 알겠다고 했다.

어쩌다보니, 거의 일주일 정도를 머물게 되었던 가학산 자연휴양림. 위치적으로나 시설면(국립 못지않다)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곳이다.

11시가 조금 넘어서 가학산을 나왔다.
해남을 넘어 강진을 지나 장흥에 진입했다. 대개 그렇듯 휴양림이 거의 산 중에 있기 때문에 자전거로의 접근성을 따져본다면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천관산 휴양림까지 8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못해도 30분 안에는 도착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가서 샤워하고 빨래해놓고, 오랜만에 낮잠 좀 자야 겠다'

그런데, 8 킬로미터 지점부터 언덕 & 비포장(자갈과 모래가 반기는)도로가 시작되었다. 8 킬로미터 거의 전구간을 100% 끌바로 1시간 반정도를 걸어, 오후 3시 반에 도착했다.

아마 지금까지 갔던 휴양림 중에서 접근성은 최악이라 할만 했다. 비포장 도로가 나오기전까지만 해도 오늘이나 내일 가까운 시내에 나가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1시간 반 끌바를 하고나서는 바로 접어버렸다.

매표소 직원이 나를 보고 신기했는지 어디서 왔는지 등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아마 자전거를 끌고 온 것은 내가 처음일 듯.

오늘 밤과 내일 오전에 비 예보가 있어, 2박을 하기로 했다.


텐트를 치고 빨래하고 주위가 어두워졌다. 산의 하루는 빨리 지나는 것 같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전라남도 해남군 계곡면 가학리 1-6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농안리 69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52.68 km

시간 : 4시간 32분 58초 (2011-10-11 18:49:05 ~ 2011-10-13 16:03:14)

평균 속도 : 11.58 km/h


[지도 정보]

43일차 - 예비 타이어 & 스포크 잊지말자 [해남 - 서울 - 해남]

해남 터미널에서 서울행 첫차가 오전 8시라서 최소한 가학산에서는 1시간 전에는 나가야 했다.
6시 40분 정도에 나갔는데, 달리는 동안 무척이나 추웠다.

오후 1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했고 샵에서 정비를 받았다. 림이 휘지 않았나 걱정을 했는데, 괜찮단다.
차후에 스포크가 부러질 경우를 대비하여 예비용 스포크를 몇개 가지고 왔다.

스포크 교체 정비는 단순히 교체 뿐만아니라 림 정렬까지 해야 하는 작업이라 자가 정비가 어려운 부분이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나름 필요할 것 같은 공구나 부품들을 챙겼다고 했는데도 문제가 생길때마다 상경을 해야하니. 이번을 계기로 타이어와 스포크는 예비용으로 반드시 챙겨야 겠다.

오후 3시가 넘어서 다시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해남행 버스는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 빠른 광주행 버스를 탔다(광주에서 해남 직통버스를 탈 요량으로).

해남에 도착해보니, 오후 9시가 넘어 컴컴해져 있었다. 라이트를 켜고 조심스레 라이딩을 했다.
도중에 빗방울 조금 떨어지긴 했는데, 다행히 잠깐 오다가 그쳤다.

가학산에 와서 씻고 커피 한잔을 하니 자정이 넘었다. 다행히 내일 목적지인 천관산 까지는 50 여 킬로미터 정도라서 내일 늦잠을 자도 될 것 같다.

PS. 4일동안(지금까지 도합 일주일)을 가학산에 있다보니, 근처의 도로 길을 거의 다 알 정도가 됐다.

42일차 - 운수 없는 날 [해남 - 진도 - 해남]

오늘은 진도를 여행하는 날.

가학산으로부터 거리 55 킬로미터. 왕복 100 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다. 다행인 것은 트레일러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리를 염두해서 일찍 출발 준비를 했다. 7시를 조금 넘어, 휴양림을 나왔다. 운좋게 바람이 뒤에서 불어주는 덕에 10 시쯤 진도대교를 넘어 진도에 들어갔다.

<진도 대교에서>

막상 진도에 와서 어딜 가볼까 고민하다가, 근처에 있던 관광안내소에 가서 진도 안내책자를 봤다.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크기가 크다.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진도 끝까지 돌아볼 수는 없고,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몇 군데만 가보기로 했다.

먼저 간 곳이 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이순신 동상 이었다. 9월말 부터 10월 초까지 명량해전 축제가 이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지금은 축제가 끝나서 인지 축제를 알렸던 깃발만 나부끼고 있었다.



두번째로 간 곳은 벽파항 옆에 있는 이순신 장군 전첩비이다. 이순신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바위 위에 비를 새웠다고 한다.
참고로 벽파항에서는 완도에서 제주도를 오가는 배를 운행하는 것 같았다.


세번째로 간 곳은 용장산성이다. 고려시대 몽고가 침입했을 때 삼별초가 강화도에 진을 치고 싸우다가 패하여 옮겨온 곳이 진도이다.

진도는 물살이 빨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가 용이했다고 전해진다.


이때 산 정상에 돌로 장성을 쌓았는데 이것이 용장산성이다.

사람들의 방문이 뜸한지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길을 헤멜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홍보관은 잘 만들어 놨던데...
점심을 먹으러 진도 시내로 갔다. 시내에 온김에 텐트 칠 때 필요한 노끈과 여분의 부탄까스를 구입했다.

진도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가학산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뒷 바퀴에서 소음이 들렸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달리다가 소음이 점차 커져 내려서 확인해봤더니 스포크가 하나가 부러져 있었다.
여분의 스포크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일단 베이스캠프인 가학산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안장에 올랐다.
이후 하나의 스포크가 더 부러지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부러지지 않은 나머지 스포크들도 휘어져 있었다.

결국 수리를 해야 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는 자전거를 고칠 수 없고, 할수 없이 서울로 가야만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남 버스터미널에 들러 서울행 버스 시간을 알아봤더니, 소요시간만 5시간 반이 걸린단다. 이때 시간이 오후 5시 정도였으니 서울에 도착한다고 해도 샵이 문을 닫을 시간이다. 어쩔수 없이 내일 가기로 했다.

'아... 벌써 몇 번째 상경인가?'

100 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를 달린 터라 체력도 보충할 겸, 휴양림 근처의 식육점에서 삼겹살 한근을 구입했다.
그런데 구워보니, 사람이 먹을 만한 게 아니다. 고기에서 누린 냄새도 나고...
할 수 없이 한근을 통째로 버리고, 내일 아침에 먹으려 아껴두었던 라면을 먹었다. 운수없는 날이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전라남도 해남군 계곡면 가학리 1-6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136.73 km

시간 : 9시간 45분 29초 (2011-10-10 07:08:09 ~ 2011-10-11 18:43:33)

평균 속도 : 14.01 km/h


[지도 정보]

41일차 - 훈훈했던 시골 인심 [가학산 자연휴양림]

어제 가학산을 오면서 여기서 며칠 간 쉬었다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 제주도 -> 흑산도 -> 가거도 여행을 하면서 빠듯한 일정에 심신이 피곤해서 였다.

그래서 오늘은 휴양림에서 뒹굴뒹굴할 계획이다. 아침을 먹고, 한동안 못 봤던 책(정의란 무엇인가)을 읽었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나무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데, 얼마못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한 낮에는 아직도 여름 맞먹는 햇볕이 내리쬐는 덕에 그늘로 피신했다.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쌀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면소재지의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봤는데, 가장 작은게 10kg 였다. 그동안 1 또는 2kg 로 소량포장된 쌀을 구입해서 먹곤 했는데, 여기에는 없단다. 더 큰 읍단위의 시내까지는 나가야 있을 거라고.

점심때 라면을 먹었는데, 저녁은 꼭 밥을 먹어야 겠다 싶었다. 일단 밥 대신 먹을 군것질 거리들을 좀 사고, 다른 방법으로 쌀을 구해보기로 했다.
휴양림을 들어오는 길에 밭에 계신 할머니 한분을 발견했다. 할머니에게 쌀을 조금 팔아달라고 부탁드렸다.
한 두끼만 먹을 정도로 조금만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족히 1kg 는 넘게 주셨다. 자식들은 모두 서울로 가고, 혼자 사시는 것 같았다.
돈을 안 받겠다고 하시는 것을 억지로 쥐어드리고는 감사 인사를 드렸다.

내일은 진도를 여행할 생각이다. 일단 가학산을 베이스 캠프로 하고.

40일차 - 다시 가학산으로 [가거도 - 해남]

어제 묵었던 민박집에서 집단 바퀴 벌레 때를 봤다(눈으로 확인한 것만 7-8 마리)
가지고 있던 것이 파리 모기약이라 아무리 뿌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갈길을 갈 뿐이었다.
덕분에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요즘 여행을 다니면서 일찍 일어나 버릇하다보니 6시가 조금 넘어서 눈을 떴다.

11시 반 배를 타기 위해 아침을 먹고 짐정리를 시작했다. 한시간 정도 일찍 모텔을 나와서, 돌아볼 겸 어제 못가본 1구 쪽 바위(방파제 옆쪽)쪽으로 가봤다.


올해 들이닥치 태풍으로 인해 부서진 방파제가 보였다. 시멘트로 만든 커다란 구조물들이 부서진 체로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자연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옆에는 방파제로 인해 생긴 백사장이 있었다. 백사장이라고 하기에는 자갈돌이 많았지만.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깨끗했다. 백령도 바닷가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역시 육지에서 멀수록, 사람의 손이 덜 탄 곳일 수록 깨끗한 것 같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가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올때와는 달리 정기 여객선 타지 않고, 단체 관광객의 전세 선을 타서 약 3시간 만에 목포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지난번에 갔던 가학산 자연휴양림으로 출발 했다. 오후 6시정도에 도착했는데, 관리소 직원분이 지난번에 왔던 걸 기억하고는 먼저 알아봐주셨다.

널찍한 야영장에 나혼자 호젓하게 텐트를 치고는 늦은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Sohŭksan-do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대한민국 전라남도 해남군 계곡면 가학리 1-6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32.19 km

시간 : 2시간 27분 56초 (2011-10-09 11:25:13 ~ 2011-10-10 07:06:29)

평균 속도 : 13.06 km/h


[지도 정보]

39일차 -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섬 [흑산도 - 가거도]

오전 5시 반에 일어나서 흑산도 전망대에 올랐다.
흑산도 전망대는 꼬불꼬불한 언덕 길로 유명하다. 끌바로 정상에 올라서니 흑산도 전체가 한눈에 보였다. 운좋게 해가 뜨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우연하게 전망대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시는 중년의 아저씨 한분을 만났다.



40년 동안 서울에서 살다가 4년 전에 흑산도에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탄지 100 일 정도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전망대 업힐을 끌바로 올라왔다고 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 꾸준히 전망대를 오르내린 결과, 지금은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올 수 있다고.

이분은 흑산도에서 자전거 대여업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자전거의 좋은 점에 대해 조목조목 알려주셨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하루에 30-40 분 정도 탈 수 있는 언덕 코스를 찾을 것
2. 기어는 30단, 브레이크는 유압이면 더이상의 옵션은 사치다


 
<흑산도 전망대 오르는 길>

해변으로 돌아와서, 10시 배를 타기위해 짐을 정리하는데, 한 분의 스님을 만났다.
내가 현재 다니는 여행에 대해서 여러가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해변을 나와 터미널로 가는 중에, 전에 만났던 스님을 다시 만났는데, 나를 부르셨다.

그리곤, 비닐 보따리를 주시더니 떡, 삶은 계란, 사과, 음료수 등을 넣었다고 가져가라고 하셨다. 여행할 때는 잘 먹어야 한다면서 나중에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너무도 감사했다. 배 시간 때문에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흑산도 절에 있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다.

12시가 넘어서 가거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렸을 때의 첫 인상은 푸른 하늘과 바다, 백령도에 도착했을 때와 비슷했다.

<접안 시설에 그려진 삽화가 눈에 띈다>


<지난 여름 태풍 때문에 무너진 방파제. 자연의 힘은 놀랍다>

가거도는 도로가 하나 뿐이다. 여객 터미널이 있는 1구와 산하나를 넘어 있는 반대편의 2구를 연결한다. 최근 3구도 생겼다.

<산을 따라 이어져 있는 하나뿐 인 도로>

일단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등대 옆 컨테이너 박스 옆에 세워두고 가거도 트레킹에 나섰다(도로의 경사를 보고는 자전거로 가겠다는 생각을 바로 접었다). 1구에서 2구까지의 거리가 4 킬로미터 정도 되기 때문에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 볼수 있다.

<최남서단 섬에도 없는 게 없다>

가거도의 주택은 섬의 언덕을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구석구석에 작은 골목들이 아름아름 이어져 있다. 바다가 없었다면, 아마 산동네로 착각했을 것이다.

<집집마다 파란색의 물탱크가 있는 것은 빗물을 모으기 위함이 아닐까>

도중에 흑산도 대합실에서 만났던 분을 만나 술을 한잔 얻어 먹으면서 가거도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중국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섬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중국 본토가 보이기도 한다고. 옛날부터 중국어선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어서 이곳 사람들과 물물교환도 하고, 해상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곳에 며칠간 머무르기도 했다고 한다.

가거도는 지금까지 가봤던 섬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다. 바위, 나무, 꽃, 물빛들.
보이는 것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1구에서 2구로 가는 도로>

<2구의 모습. 갈지자의 길은 1구로 연결되어 있다>

<어지러운 계단을 내려가면 낚시를 할 수 있는 방파제로 연결된다>

2구에 가서, 나를 먼저 알아보시는(아마 자전거를 보신 것 같다) 부산에서 오신 어르신 세분을 만나 또 술을 얻어 먹었다.

오늘은 술복이 터진 날인가보다. 헤어지면서, 참치 캔이랑 술 안주를 덤으로 주셨다. 부산에 오면 연락하라고 연락처까지 주시고.

<폐교된 초등학교>

 
<가거도의 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진다>

원래 계획은 등배 아래 방파제 아래에서 야영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서 어선들이 들어오면서 그쪽에서 그물 정리를 하는 바람에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민박을 구했다. 저녁을 먹고, 10시가 넘어서 밖에 나갔다.
낮보다는 훨씬 많은 어선이 들어와 있었고, 불을 밝힌채 많은 사람들이 그물에 걸린 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어촌의 밤은 낮보다 더 활기차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진리 586-19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Sohŭksan-do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96.04 km

시간 : 5시간 1분 13초 (2011-10-07 19:14:57 ~ 2011-10-09 11:24:42)

평균 속도 : 19.13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