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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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8일 목요일

684일차 - 익숙한 귀국길 [이스탄불 - 조지아(트빌리시)]

새벽 3시 경, 조지아 트빌리시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위해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찬바람이 얼굴에 스쳤다.

'아직 조지아는 겨울인가?'

확실히 스페인과는 체감온도가 다르다.

외투의 지퍼를 올리고, 공항 안으로 이동했다. 이미 한번 왔던 곳이라 익숙하다. 지금 시간은 새벽 4시. 버스와 지하철이 운행하는 오전 6시까지는 공항에서 기다려야 한다.

<공항에서 버스가 운행하기를 기다리며>

멀리 먼동이 틀 무렵, 트빌리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공항문을 나서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들이 모여든다.
버스를 탈거라고 하니, 버스는 문제가 있으니, 택시를 타란다.

'나를 모르고 하는 소리.'

30여 분 정도 기다리니, 문제가 있다던 버스가 온다. 스페인으로 출발할 때처럼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한달여가 지났지만, 동네는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숙소에 들어가 한달만에 주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같은 방을 썼던 다니엘이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먼지가 뽀얕게 쌓인 자전거와 짐을 확인했다. 다행히 잘 있는 것 같다. 잠시후 아주머니가 소포를  하나 건네 주신다. 보낸 주소를 보니,  떠나기전 주문했던 고프로 부품이다. 드디어 수리를 할 수 있는 건가.

일단 우선 잠을 좀 자야겠다.

 <초췌하다>

683일차 - 오전동안의 마드리드 관광 [마드리드 - 터키(이스탄불)]

조지아행 비행기 출발시간이 오후 2시 반. 공항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두 세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어제 못한 마드리드 관광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왔다. 여행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많은 명소들 중 한 곳인 El Retiro Park 로 향했다.

<REFUGEES WELCOME>


꽤 큰 규모의 공원. 호수가 있고, 곳곳에 동상과 조각상이 있었다. 군데군데 옛날 양식의 건물도 보였다. 아침 시간이라 조깅을 하는 사람들, 운동을 하거나, 소풍을 나온 어린 학생들이 곳곳에 보였다.






특히 건물 전체가 투명한 유리로 된 PALACIO DE CRISTAL 이 기억에 남는다.









정오에 가까워지자, 공항버스를 타기위해 어제 검색해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니 뭔가가 적힌 종이쪽지가 붙어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위치가 옮겨졌다고 변경된 위치를 알려주었다. 출발 시간까지 2시간 이상이 남은 상황이라 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예전 인도에서 카자흐스탄을 갈 때 생각도 나고(결국 비행기를 놓쳤었다). 배차시간이 짧다던 버스는 30여 분이 지나 나타났고, 그때까지 만들어진 긴 줄의 승객들을 싣고 거의 만차가 된 상태로 출발 했다. 예약 확인 메일에 적힌대로 1번 터미널에 내려서, 공항에 들어가자마자, LCD 스크린에서 내가 탈 비행기를 찾기 시작했다. 상태를 보니, 아직 티켓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항공사 창구로 가서 여권과 예약 확인 메일을 보여주었다. 직원이 여권을 보고 말하길,

'조지아 비자가 없는데?'
'한국사람은 비자가 필요없다구.'
'잠깐만 좀 알아봐야 겠어.'

그러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음.. 무비자 360일인데..'

얼마뒤 돌아온 직원은 흔쾌히 두 장의 비행기 티켓을 쥐어 주었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9시가 되어서야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자정까지 기다린 후, 조지아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스탄불 공항에서는 터키 화폐인 리라 만 사용가능 했다. 뭐라도 사먹기 위해서는 별도로 환전을 해야 했는데, 환율이 좋지 않아 마드리드에서 가져온 빵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약 3시간 가량을 기다려 탑승했다. 조지아로 가는 내내,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몸은 피곤하고 자리는 영 불편했기 때문이다.

'갈 때도 이랬었나?'

2017년 5월 17일 수요일

682일차 - 수도지만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곳, 마드리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 마드리드]

마드리드행 기차시간은 오전 5시 반.

티켓 가격이 다른 시간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저렴했기에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구입했다. 산티아고 기차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새벽 3시에 일어났다.
한산한 산티아고 시내를 걸어 오전 4시 반 경,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는 5시간 남짓을 달려 마드리드에 오전 10시 쯤 도착할 예정이다.



이 열차는 산티아고에서 처음 출발하는 열차라 탑승한 승객이 많지 않았다. 출발하고 얼마안되서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티켓을 검사 했다. 'Go Euro' 라는 앱으로 결재하고 받은 메일을 보여주니, 안 된단다. 프랑스 파리에서 생장피드포르로 가는 열차(떼제베)에서는 문제 없었는데, 스페인 열차(렌페)에서는 안되는가 보다. 승무원의 말에 따르면,  기차역에서 발권을 하던지 집에서 출력을 해야 한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라고 물으니, 알겠다고는 하고 지나갔다. 동이 터 오면서 기차 양쪽 창문으로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유리창에 반사되는 바람에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지난 30 여일 동안 걸었던 산티아고 길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중에 이 길을 자전거로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을 지날 수록 더 많은 승객들이 탑승했다. 마드리드에는 여러 군데의 기차역이 있는데, 이 열차는 중심부 시내로부터 떨어진 Chamartín 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도 앱을 보니, 예약한 숙소까지는 걸어서 대략 6 km 정도.

'하루에 20~30 km 를 걸었는데, 이쯤이면 조깅 수준이지.'

기차역에서 내리고, 걸어서 숙소가 있는 시내로 들어왔다. 도중에 레알 마드리드 축구장도 봤다. 경기가 없는 낮시간임에도 이곳이 유명한 관광 코스인지 대형버스들이 단체 관광객들을 쉴세없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

<파리도 그렇지만, 마드리드도 공공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거리에서 본 자전거. 브롬톤(오른쪽)이 눈에 띈다>

 <레알 마드리드 홈 경기장>
<경기장 곳곳에 간판 선수인 호날두의 사진과 함께 약도가 표시되어 있다 >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씻으려고 수건을 찾아보니,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마도 알베르게에 놓고 온 모양이다. 이런...

결국 근처 데카트론에 가서 수건과 순례하는 동안 신었던 구멍난 양말을 대체할 세 켤레를 샀다. 마드리드는 수도답게 골목골목 서양 고택들과 식당 그리고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도시처럼 정신없고 복잡한 느낌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행동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에도 있는 데카트론. 저렴한 가격에 아웃도어 용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한달 간 순례하면서 신었던 양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드리드보다는 순례하는 동안 걸었던 작은 시골마을들이 마음에 더 든다. 새벽 기차를 탄 덕에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마드리드 구경은 내일 하는 걸로.

681일차 -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되고. 모두들 안녕!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지난밤 별난 꿈을 꿨다. 회사에 입사하라는 제의를 받은 꿈이었는데. 그곳은 나의 첫 직장이었다.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그동안 함께 일했던 다른 직장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등장했다.
꿈속에서 내가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면 안될까요' 라고 하니, 인사담당자의 말이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야 합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셋탑박스을 주로 개발했던 회사는 현재 에어컨의 리모콘과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출근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상태에서 꿈에서 깼다. 비록 꿈 속 이었지만,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만일 그 직장에서 일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의 회사 생활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려러고 여태껏 나온 건가. 또 그러고 싶지는 않다.



오전에 산티아고 시내를 돌아봤다. 그리고 아침 일찍 떠나신다는 아저씨를 만났다. 60 대 중반의 아저씨. 첫날 발카로스에서 처음 뵜을 때 힘들어하시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하루하루 지날 수록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 하셨다. 이번이 세번째 순례라고 하셨는데, 역시 경험이 가장 큰 재산인 듯하다. 천주교 신자이시고, 산티아고 길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셔서 함께 걷는 내내 많은 도움을 아저씨로부터 받았다.
포르투갈에 갔다가 다시 산티아고로 오신다고 하는데, 나와는 일정이 맞지 않아 이 길에서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건강하시고, 한국에서 다시 뵜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나도 아저씨 나이가 되었을 때,  이곳을 다시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지금과 또다른 느낌이겠지.





정오 무렵, 미사가 열리는 산티아고 성당으로 향했다. 그동안 순례길에서 함께 걸었던 순례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순례자들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평일 정오 미사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순례자들보다, 일반 신자나 관광객들이 더 많아 보였다. 노래와 설교가 시작되고. 수녀님이 나와 참석한 사람들에게 미사 때 부를 노래를 미리 알려주고는 함께 연습하기도 했다. 미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향을 담은 용기 퍼포먼스. 장정 여러명이 줄을 잡아당겨, 성당 천장에 매달린 향 용기를 좌우로 흔드는 장면. 보는 것만으로도 멋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내부를 둘러봤다. 박물관으로 착각할 만큼, 큰 규모에 옛날부터 사용해오던 물건들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후, 순례자들과 근처에서 커피를 마셨다. 다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나는 내일 새벽에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가야했다. 순례를 잘 마쳤다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만났던 이들과 작별한 후, 산티아고 성당 주변을 돌아봤다.

 <스페인 순례자 호세와 함께>
<모두들 안녕! 수고 많았어>



이 곳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위해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30여일 간 함께 걸었던 지현씨와 저녁을 먹었다. 부부나 친한 친구끼리도 싸운다는 힘든 순례길에서, 하루 종일 거의 붙어있다시피 있었음에도 무사히 오늘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다. 지현씨는 피스테라까지 걸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로의 여행과 앞날에 축복을 빌어주었다.

'지현씨 수고 많았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마지막 식사>

PS. 내일 새벽에 가야할 산티아고 기차역을 미리 가봤다.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다.


PS2. 산티아고 케이크. 일반 케이크에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PS3.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더니, 문에 이런 종이가. 손님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