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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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84일차 - 마지막 날. 장마는 시작되고 [후쿠쓰 - 하카타항 - 부산 - 서울]

오전 4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남은 식재료를 써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했다. 야영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짐 정리하는 시간은 줄지 않는다.


7시가 조금 넘어 야영장을 나왔다.

하카타항까지는 정확히 28킬로미터. 아침출근 시간과 맞물려 자동차들과 좁은 도로 위를 달렸다.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직장인들, 라이딩하는 나를 쳐다본다. 이런 반응 이젠 익숙하다.

84일 전 일본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하카타항 국제 터미널에 9시쯤 도착했다.


승선 수속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선물을 살 겸 근처 쇼핑몰에 들렀다. 자전거에 실어야 하고 남은 돈도 얼마 안돼서 먹을 것 위주로 조금 샀다. 끝으로 배에서 먹을 부식을 조금 사고 배에 올랐다.

한국으로 가는 배에 오르니 이제서야 여행이 마무리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만이나 전국 일주할 때 이랬나?

배 안의 TV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헤드라인 뉴스

'오늘부터 전국 장마 시작'

나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끝까지 순탄치 않다. 지금 시간 4:54분. 부산 도착까지 1시간 가량 남았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100기가 남짓한 사진과 동영상, 그에 대한 기억, 자전거 여행의 삽질 노하우(미니벨로+트레일러 조합은 비추다!!), 외국어에 대한 필요성의 동기부여, 전보다 마인드의 오픈화, 고정관념이 전보다 더 깨진 것. 그리고 잃은 것은 400여 만원이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으므로 좋은 여행을 했다고 나 혼자 생각해본다.

배에서 내리면 얼큰한 감자탕 한 그릇 먹고 싶다.

밤부터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다급해졌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일본에 익숙했던 교통신호 체계 때문에 도로에서의 라이딩이 어색했다. 여객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20여 킬로미터가 몇 배의 거리처럼 멀게 느껴졌다.

도중에 부산의 명물, 돼지국밥을 한 그릇 먹었다. 한 그릇에 6천원(500엔이 안 되는). 6천원의 행복이다.


주말 저녁 부산 시내는 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터미널로 가던 도중 또 한번의 펑크가 났다. 결국 끌고 가다시피 해서 11시에 도착했다. 심야 우등버스를 예약하고 자정에 버스에 올랐다. 서울에 가까워오면서 굵은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 4시 반에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빗속을 뚫고 한강을 달렸다. 서강대교를 달릴 무렵 갑자기 뒷바퀴의 바람이 빠졌다. 펑크인줄 알고 봤더니, 림과 바퀴 사이에 물이 들어가면서 튜브가 삐져나와있었다. 쉴세 없이 내리는 비 속에서 수리를 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근처의 가까운 역으로 끌바를 했다. 결국 집까지는 비를 맞으며 6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811-3307 후쿠오카 현 후쿠쓰 시 와타리 県道533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대만민국 서울 특별시 은평구 진관동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70.6 km

평균 속도 : 6.08 km/h


[지도 정보]


83일차 - 루트는 같았다. 하지만 느낌은 달랐다 [기타큐슈 - 후쿠쓰]

오늘의 루트는 여행 첫날과 완전히 동일하다.

원래 목적지는 후쿠오카에서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아영장인데 시간을 봐서 후쿠오카 YH까지 가는 걸로 정했다. 분명히 첫날 달린 루트인데도 처음 가는 길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다리가 아닌 배를 타야 한다>

기타큐슈에서 495번 국도를 타기 위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자전거출입금지표지가 있었다. 길을 몇 번 헤매고 나서야 배를 타고 건넜던 기억이 났다. 마침 길에서 만난 자전거 라이더의 도움을 받아 훼리타는 곳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어제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후쿠오카 YH에 전화를 했다. 신호만 가고 통화가 안되 자동응답기로 넘어갔다. 이후 몇 차례 전화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여기도 오늘 쉬는 날인가?'

목적지를 원래 루트인 야영장으로 잡았다.

'설마 야영장까지 ..?'

말이 씨가 되었다. 아영장을 갔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이럴 수가! 문틈으로 난 공간으로 들어가봤다. 사무실로 보이는 곳과 화장실은 모두 잠겨 있었고 폐쇄가 되었는지 거미줄이 쳐져 있고 샤워장으로 보이는 곳에 물이 나왔다. 텐트를 치고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런 식의 야영을 많이 한 것 같다.


선박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일 배를 예약했다. 후쿠오카에 하루 더 있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자전거 상태, 비용)하여 결정했다. 내일 배 시간이 12시인데 11시까지는 승선심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해서 최대한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은 가장 일찍 자는 것으로 됐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 모지 구 규모지 1丁目6−27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82.24 km

시간 : 7시간 56분 33초 (2012-06-27 22:05:41 ~ 2012-06-28 17:49:01)

평균 속도 : 10.35 km/h


[지도 정보]


82일차 - 두번째 와보는 세모노세키 [하기 - 시모노세키 - 기타큐슈]

오늘은 드디어 첫날 도착했던 시모노세키에 당도하는 날이다.

 
 

점심을 먹고 시모노세키를 약 30여 킬로미터 남겨둔 상태에서 펑크가 났다. 튜브를 갈아 끼우기 위해 타이어를 분리했는데 타이어에 돌기가 하나도 없고 심지어 어떤 부분은 바퀴 뼈대가 드러나 있었다. 펑크도 바로 이부분때문에 발생했다. 이 상태에서는 튜브를 바꿔도 얼마못가 또 펑크가 날 것이 뻔했다. 전부터 가지고 다니던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했다. 이것 역시 다른 문제가 있는데 일부분이 갈라져 바퀴 실밥이 보일 정도다. 그래도 지금껏 보다는 나아 보여서 교체했다.

<두번째 와보는 시모노세키. 이제는 낯익다>

다행히 목적지인 히노야마 YH 까지는 괜찮았다. 히노야마 YH 는 여행 첫날 묵은 곳이다. 시모노세키항과 다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주 좋은 전망을 가진 곳이다. 멀리서 봤을 때, 문이 닫혀 있길래 '설마 오늘 쉬겠어?' 했다. 그런데 문을 열려고 하니 열리지 않는다. 문을 두드려보고 불러봐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쉬는 날이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어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 후에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받았다. 생각대로 휴일이라는 대답이었다. 휴가시즌을 앞두고 있는 요즘에 휴일이라니. '손님이 별로 없어 장사가 잘 안되나' 이런 생각도 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급한 대로 YH 맵을 보니 근처 가까운 곳이 기타큐슈다. 시간은 6시를 지나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다. 일단 가보는데 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자전거에 올랐다. 그런데 바퀴의 느낌이 이상하다. 또 펑크가 난 것이다. 이런...

주변이 어두워져 수리는 못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숙소를 잡아야 했다.

대도시라 그런지 숙박비는 비쌌지만 숙소 찾기는 수월했다. 숙소를 잡고 방에 앉아 수리를 시작했다. 이번 펑크의 원인은 타이어의 유격 때문이다. 휠 크기보다 타이어의 사이즈가 좀 큰데 주걱을 가지고 분리할 때마다 타이어가 조금씩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바퀴가 구를 때마다 휠과 바퀴 사이에 틈이 생기고 이곳으로 튜브가 나와 펑크가 날 수 있다. 숙소에서 수리를 하느라 새벽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PS1. 자전거로 인해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게 지불했지만 최근 들어 발생하는 문제들 때문에 멘붕직전이다. 여행을 무사히 끝나는 날까지 아무일 없기를 바랄 뿐이다.

PS2. 벗꽃이 만발했을 때 세모노세키에 왔었는데 지금은 푸른 색의 나뭇잎만 무성하다. 80여 일 간의 변화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758-0057 야마구치 현 하기 시 호리우치 県道295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 모지 구 규모지 1丁目7−6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112.18 km

시간 : 11시간 48분 29초 (2012-06-26 18:58:59 ~ 2012-06-27 20:14:39)

평균 속도 : 9.5 km/h


[지도 정보]

81일차 - 집에 가까워 오다 [하마다 - 하기]


오늘로서 여행을 시작한지 81일째 되는 날이다.

오래도록 일본을 여행하다 보니 보이는 풍경들이 더 이상 생경하지 않다. 비록 일본어를 모르지만 낮설지 않고 편하다. 다른 날처럼 하루 종일 도로에서 차들과 씨름을 했다.

오후 4시가 넘어 목적지인 캠핑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7월부터 개장한다는 팻말과 함께 쇠사슬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렸다. 어쩜 이렇게 절묘한지.

<폐쇄된 야영장. 7/8월에만 운영한다>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하기에 YH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야영이 불가능했으므로 하기 YH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기는 도시답게 큰 건물들이 많았다. 또한 호텔들도 여럿 있었다. 오랜만에 YH에 도착했다. 인적 사항에 국적을 한국으로 적었더니 주인아저씨는 예전에 한국 YH 에 갔던 스탬프를 보여주셨다. 전세계적으로 30여개국을 여행했다고 했다.

오늘 무리를 한 덕에 내일은 시모노세키까지 당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약 1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이긴 한데 오늘도 110 킬로미터를 달렸다. 2~3일 내로 후쿠오카에 도착할 듯하다.

 
<하기 YH. 외부 간판이 없어 찾기 쉽지 않았다. 여행마니아인 주인아저씨가 인상 깊었던 곳>

PS. 홋카이도를 떠나온 지도 어느덧 2주가 흘렀다. 본토와 비교해서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들이 몇 있었다.

1. 까마귀


골칫덩이였던 까마귀를 마이즈루 이후 별로 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트레일러에 실린 비닐봉지를 물어 뜯는 일도 없다. 홋가이도와 무슨 차이점이 있어서 일까.

2. 세이코(Seico) 마트가 없다

세븐 일레븐이나 로손 같은 편의점은 일본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편의점들이 있다. 세이코(Seico)마트는 홋카이도 및 리시리, 레분토 섬에서만, 포플러(ポプラ)는 혼슈 서부 및 규슈에서만 볼 수 있었다.


PS2. 오후 들어서 음료수를 사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다. 그제서야 가방 앞 주머니에 넣었던 동전주머니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껏 돈을 잃어버린 적은 없었는데. 기억을 되살려보니 점심때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을 했던 이후로 보지 못했다. 아마도 그쪽에서 흘렸거나, 라이딩 도중 충격에 의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계산해보니 1000엔 정도의 돈이 있었다. 허탈하다.

PS3. 저녁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YH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어떤 한국인 투숙객에게 한국사람이 묵고 있다고 했더니, 불러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 YH 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난 적은 처음이다.

5일동안 연차를 내고 하기를 여행하기 위해 오늘 일본에 왔다고 하는 그는 이번까지 총 8번 일본에 왔다고 했다. 일본어 뿐만 아니라 일본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보였다. 여행자를 만나면 왜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오랜시간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시마네 현 하마다 시 고쿠부초 1406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758-0057 야마구치 현 하기 시 호리우치 県道295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114.67 km

시간 : 13시간 17분 45초 (2012-06-25 16:26:51 ~ 2012-06-26 18:45:13)

평균 속도 : 8.62 km/h


[지도 정보]


80일차 - 백사장이 발달한 혼슈 서부 [오다 - 하마다]

오랜만에 숙소에서 자서 그런지 푹 잤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약 60 킬로미터(비교적 가까운)이다. 체크아웃시간 10시에 맞춰 호텔을 나섰다.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불과 언덕 하나를 올랐을 뿐인데 상의가 땀으로 젖었다.

사고 이후 라이딩하면서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있다. 바로 길 루트인데 GPS로 가야 할 길을 미리 확인한다. S자나 8자 도로가 이어진다면 그것은 필시 급 오르막이나 내리막이기 때문에 미리 끌바를 한다. 앞 브레이크가 재 구실을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연속 3일째 순풍이 불어주어 편하게 라이딩하고 있다. 덕분에 4시가 조금 못되어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닷가에 인접한 무료야영장인데 시설이 왠만한 유료야영장에 못지 않았다. 공원 안에 있는 야영장인데 워낙 넓은 데다가 월요일이라 야영을 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바닷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어 텐트 안에서도 덥지 않았다. 텐트를 치고 바닷가로 나갔다.



돗토리 이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해변에 모래사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 같은 동해와 인접해있는 니이가타에서 아오모리까지의 해안에서 백사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곳곳에서 조금 뒤면 시작될 피서철을 맞이하여 공사가 한창이다. 아직 바닷물이 차서 수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윈도서핑과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PS. 드디어 거리 표지판에 시모노세키가 등장했다.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거리는 아직 200 킬로미터 넘게 남았지만 어쨌든 후쿠오카에 거의 다가선 느낌이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시마네 현 오다 시 오다초 오다 イ317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시마네 현 하마다 시 고쿠부초 1406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55.35 km

시간 : 5시간 50분 56초 (2012-06-24 19:21:27 ~ 2012-06-25 16:22:38)

평균 속도 : 9.46 km/h


[지도 정보]

79일차 - 이즈모 다이샤 [야스기 - 이즈모 - 오다]

마이즈루에서 후쿠오카로 오는 루트 중 가이드북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은 기노사키 온천과 이즈모 다이샤다.

온천은 이미 여러 번 가본 터라 Skip 했고 오늘 들르게 될 이즈모에서 다이샤를 보러 가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이곳은 일본민족의 탄생 설화가 이 곳과 연관 깊다고 한다(우리나라로 따지면 단군신화 같은). 일본에서 2번째로 오래된 신사라고.

일요일인 탓에 다이샤에 가까워 올수록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붐볐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다이샤 관광에 나섰다.

지금까지 보아온 신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갔을 때는 어떤 의식(?) 같은 걸 진행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은 북을 치고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춤을 췄다. 경건한 분위기였다. 이 장면을 이미 쿄토의 신사에서 본 적이 있다. 다만 그때는 사진촬영이 금지 되었었다. 여기는 촬영제지가 없어 가능했다.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큰 도리이. 이즈모 다이샤까지는 4~5 개의 도리이가 서있다>

다이샤의 한 켠이 보수공사 중이라 모두 둘러볼 수는 없었다.

가이드북에 보면 일본의 조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와 필리핀 쪽, 위로는 러시아 쪽으로부터 왔다고 했다. 지리상으로 보면 대단히 가능성 높은 가설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같은 조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암튼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이다.

당초 계획은 이즈모 근처 캠핑장에서 야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빨래도 해야 하고 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숙박시설에서 묵기로 했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692-0011 시마네 현 야스기 시 야스기초 十神山なぎさ公園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시마네 현 오다 시 오다초 오다 イ32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102.83 km

시간 : 14시간 39분 16초 (2012-06-23 19:00:29 ~ 2012-06-24 19:17:41)

평균 속도 : 7.02 km/h


[지도 정보]

78일차 - 일본에서 우리의 문화를 보다 [이와미 - 야스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3일이나 일정이 연기되었다. 아직 후쿠오카까지 가는데 일정이 촉박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므로 서둘러야 했다.

출발하기 전에 앞 바퀴 구름 시에 요동치는 것을 어느 정도 잡기 위해 스포크 장력을 조정해보았다. 벽에 부딪혔을 때 림에 충격이 가해져서 그런지 니플을 조이면 다시 풀려버렸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긴 했다.

스포크 장력 조절로 문제를 개선시키기는 어려워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 패트와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레이크 패드 간격을 최대한 넓혔다. 브레이크 제동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브레이크 레버를 끝까지 잡아도 조금만 힘을 주면 굴러갈 정도였다.

사실상 이제 뒷브레이크만으로 제동을 해야 했다. 불현듯 전국 일주할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비슷했는데, 왠만한 내리막은 끌바로 해야 할 상황이다.

뒤쪽 타이어는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 부디 후쿠오카까지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비자만료 말고도 빨리 후쿠오카에 도착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종일 순풍이 불었다.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했음에도 2시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일 목적지까지는 60여 킬로미터. 순풍이 불어주어 6시전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출발했다.

<마이즈루 이후로 해변으로 피서 온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만큼 날씨가 무더워졌다>

주말이라 도로엔 차량으로 넘쳤고 날씨는 무더웠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바람덕분이다. 도중 한일 교류공원이라는 표지판을 봤다. 마침 화장실이 급해 들렀다.

우리나라의 특산물을 소개하고 문화제를 본따 전시하고 있었다. 어제 일로 집 생각이 간절 했는데 이곳에서 한옥과 우리의 문화재를 보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저녁 6시가 넘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공원 안에 있는 야영장이었는데, 5시까지만 운영을 한다는 종이가 붙은 관리실은 잠겨있었고, 한 가족으로 보이는 텐트 한 동이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얼른 텐트를 쳤다. 계수대로 가던 도중에 화장실 옆에서 뱀 한 마리를 봤다. 순간 머리털이 쭈볐섰다.

'화장실 출입을 자제해야 하나?'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681-0003 돗토리 현 이와미 군 이와미 초 우라도메 国道178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692-0011 시마네 현 야스기 시 야스기초 十神山なぎさ公園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138.08 km

시간 : 16시간 0분 2초 (2012-06-21 04:45:22 ~ 2012-06-23 18:58:12)

평균 속도 : 8.63 km/h


[지도 정보]

77일차 - 집 생각이 간절하던 날 [이와미]

밤새 비가 내려 며칠 전처럼 빗물로 인해 텐트가 젖을까 걱정했는데 양이 적어 그렇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호스샤워를 하고 텐트에 돌아왔더니 어제 만난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요리라며 1회용 그릇에 랩까지 씌워서 주었다. 또한 일본에서 생산되는 쌀이라며 Hard 쌀('하드' 라고 했다)과 오이 피클(?)을 주었다. 나도 뭔가를 주고 싶었는데 줄 것이 마땅한 게 없었다.

'책갈피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서로의 이름, 연락처를 주고 받고는 그는 씻으러 근처의 온센에 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다이센이라는 산에 간다고. 내일이면 집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살짝 부럽기도 했다. 서로의 여행에 행운을 빌어주며 그를 떠나 보냈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공사구간에서 마주치게 되는 안내원>

아침을 먹고 사고 현장에 가보기로 했다. 잃어버린 칼과 혹시 모를 떨어진 부품을 찾기 위해서였다. GPS 상으로 5 킬로미터정도 거리라 걸어서 한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사고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그곳은 경사도가 10%나 되는 곳이었다. 부딪힌 곳에 풀이 무성히 자라있어 처음에는 정확한 충돌지점을 찾는데도 어려웠다.

 

<사고현장. 급경사에 급커브 구간이었다>

다행히 흙이 파헤쳐진 곳이 있어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칼을 찾았다. 그 외 다른 것은 찾지 못했다.

 
 
 
 


텐트로 돌아와서 부품을 챙겨 자전거 가게로 갔다. 이미 부품은 도착해서 장착되어 있었고 가져간 부품을 써서 앞 바퀴를 끼웠다.

그런데 사고 당시 충격 때문인지 앞 바퀴의 구름성이 좌우가 동일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브레이크패드와 간섭이 생겼다. 내가 이 문제를 얘기하자 공임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교체만 했을 때 비용은 22500엔(부품값 9000 엔 공임 12000엔, tax 1500엔) 이다. 부품값은 그렇다 쳐도 부품만 갈아 끼우는데 12000엔은 이해가 안 갔다. 휠빌딩한 것도 아니고.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통해 물어보니, 자전거가 영국 꺼라 분해가 어려워서 그랬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여기에 프론트 휠의 조정에 4000엔을 더 내라니.. 그냥 가져와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 집 생각과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다시 떠올리기 싫은 날이다.

<사고로 인해 한쪽으로 휘어진 프런트 포크>

76일차 - 사람 값이 비싼 일본 [이와미]

와이파이가 미세하게 나마 잡혀 잠깐이나마 날씨를 볼 수 있었다.

오늘과 내일 비 예보가 있었다. 오전 들어 비가 조금씩 내렸다. 서둘러 후라이를 치고 장을 보러 걸어서 30분 거리의 시내로 갔다.

장을 보러 가는 목적 이외에도 빨래방과 이발소를 찾으러 갔다. 당초 머리는 한국 들어가서 자르려고 했다가, 덥기도 하고 불편할 정도가 되어 큰맘 먹고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이와미 역 앞에 있는 이발소(?)에 갔는데 머리를 자르기 위해 몸 언어를 하던 중,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사진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말보다 훨씬 쉬웠다. 그렇게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머리를 자르고 머리를 감고 나서 나온 금액은 3500엔. 한국에서라면 절대 깎지 않았을 금액이다. 원래 비싼 것은 알았지만. 암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쿨하게 만엔 지폐를 건넸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빨래방도 찾을 수 있었다. 빨래는 모아서 내일 한번에 해야겠다.

저녁을 먹고 나서 설겆이를 하러 텐트 밖으로 나왔는데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어떤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그는 자동차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에는 차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여행을 한다고. 그는 요리를 좋아해서 (특히 카레를 좋아한다고) 작년 겨울에 인도에 카레를 배우러 갔다 왔다고 한다. 앞으로 카레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오늘이 23일째라고 했는데, 이틀 후면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지금까지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했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매트리스를 깔아서 괜찮다고 했다. 그의 차 대접을 받으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말은 잘 안통하지만, 그가 말하는 여행에서 느꼈을 것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였고 같은 여행자였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비가 왔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는 끊겼다. 밤인사를 그는 차로, 나는 텐트로 돌아왔다.

 
 

PS. 오늘 이발소도 그렇고 전에 자전거 가게도 그렇고 여기서는 사람이 직접 서비스하는 일의 값어치가 우리나라보다 많이 비싼 것 같다. 어쩌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의 노력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서 그만큼 인정을 해준다는 얘기도 된다. 그만큼 사람 값이 비싸다는 뜻일 테니 점점 기계,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75일차 - 예기치 않은 사고, 발이 묶이다 [구미하마 - 이와미]



아마 최근 들어 끌바를 가장 많이 한 날이 아닌가 싶다. GPS 로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길이 지렁이 같다.

<지렁이, 개구리와 함께 특히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게를 자주 보게된다>

 
<카메라가 망원경이 되는 순간>

마이즈루부터 후쿠오카까지 해안도로라 비교적 수월할 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동해와 맞닿아있는 혼슈북부의 지형은 산과 절벽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8자형 도로와 왕복 1차선도로 그리고 높은 경사의 도로가 많다. 이 경우 끌바를 해서 오르막을 올라갔다 하더라도 내리막의 도로가 급 코너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렇게 위험하다고 쓴 것도 사실은 내리막에서 오늘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오후 5시 무렵, 목적지를 불과 5킬로미터 남겨두고 길을 잃었다. GPS 에서 안내한 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라 출입이 불가능했다. 참고로 혼슈북부에 뻗어있는 이 도로를 이용하면 터널을 지나가기 때문에 고도의 기복이 심하지 않아 좀더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을 뒤로하고 돌아나왔다.

GPS 를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전용도로 외에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묻기 위해 파출소에 들어갔지만 사람이 없었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가시던 할머니에게 물어봤더니,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길을 알려주셨다. 전용도로의 경우, 터널을 지나 5킬로미터가량 가면 되지만. 그 길은 100미터 가량의 고도로 인한 오르막과 급커브 덕에 원래 거리보다 1.5~2배 정도 돌아가야 하는 길이었다.

시간은 6시를 지나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이 시작되는 곳에 다다랐다. 타고 내려가다가 급커브나 급경사가 나오면 브레이크를 잡고 끌바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브레이크를 잡았음에도 속도가 줄여지지 않을 만큼의 급커브와 급경사가 나왔고 속도를 이기지 못해 벽에 부딪쳐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한 바퀴 구르긴 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는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우선 앞 바퀴를 잡아주는 프레임이 휘어 바퀴 한쪽이 빠져 있었다. 자전거가 굴러가지 않아 다른 곳은 확인도 못했다. 일단 외관상으로는 괜찮은 듯 보였다.

자전거를 끌고 갈 수 없는 상태여서 지갑과 여권만 챙긴 후 언덕을 내려가 가까운 마을에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3킬로미터를 걸어 작은 마을이 나왔다. 규모로 보아 자전거 가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눈에 보였던 할아버지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다행히 동네에 자전거가게는 없다며 전화번호부에서 근처 마을의 자전거가게에 전화를 걸어주셨다.

잠시 후 트럭을 타고 자전거가게 아저씨가 오셨고, 할아버지는 잘 부탁한다며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감사했다.

아저씨와 함께 사고현장에 가서 자전거를 수습하고는 가게로 가져갔다. 상태를 본 아저씨는 수리는 무리고 새 부품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전에 적어두었던 일본 내 브롬톤샵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이곳에 전화해서 주문하면 된다고 했다. 그 중 비교적 가까운 오사카에 있는 샵에 전화를 했고 다행히 해당부품의 재고 있다고 했다. 대신 오늘 저녁에 주문을 하면 내일모레나 부품을 받아 수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총 이틀이 걸리는 셈이다. 다시 달릴 수만 있다면 이틀은 문제가 안됐다. 그러겠다고 했다.

아저씨와 이런 대화를 일본어로 할 수는 없었다. 아저씨는 이웃에 사는 영어가 가능한 분을 모셔와 3자 대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 아저씨에게 근처의 숙박업소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통역을 하시던 분이 내 매트리스와 트레일러를 보고 근처에서 야영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이틀 동안 머문다면 숙박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다. 근처 해변이 바라다보이는 정자 옆에 텐트를 쳤다. 그분께 감사했다.

정말 오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고도 났지만, 좋은 사람들 덕분에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을 정신도 없이 씻자마자 자버렸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629-3422 교토 부 교탄고 시 구미하마초 미나토미야 府道49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681-0003 돗토리 현 이와미 군 이와미 초 우라도메 国道178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89.76 km

시간 : 12시간 5분 44초 (2012-06-18 21:36:40 ~ 2012-06-21 04:43:25)

평균 속도 : 7.42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