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이곳으로 이전했습니다. 또는 구글 앱스토어에서 'likewind' 를 검색해서 설치해주세요. 설치링크

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75일차 - 예기치 않은 사고, 발이 묶이다 [구미하마 - 이와미]



아마 최근 들어 끌바를 가장 많이 한 날이 아닌가 싶다. GPS 로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길이 지렁이 같다.

<지렁이, 개구리와 함께 특히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게를 자주 보게된다>

 
<카메라가 망원경이 되는 순간>

마이즈루부터 후쿠오카까지 해안도로라 비교적 수월할 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동해와 맞닿아있는 혼슈북부의 지형은 산과 절벽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8자형 도로와 왕복 1차선도로 그리고 높은 경사의 도로가 많다. 이 경우 끌바를 해서 오르막을 올라갔다 하더라도 내리막의 도로가 급 코너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렇게 위험하다고 쓴 것도 사실은 내리막에서 오늘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오후 5시 무렵, 목적지를 불과 5킬로미터 남겨두고 길을 잃었다. GPS 에서 안내한 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라 출입이 불가능했다. 참고로 혼슈북부에 뻗어있는 이 도로를 이용하면 터널을 지나가기 때문에 고도의 기복이 심하지 않아 좀더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을 뒤로하고 돌아나왔다.

GPS 를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전용도로 외에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묻기 위해 파출소에 들어갔지만 사람이 없었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가시던 할머니에게 물어봤더니,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길을 알려주셨다. 전용도로의 경우, 터널을 지나 5킬로미터가량 가면 되지만. 그 길은 100미터 가량의 고도로 인한 오르막과 급커브 덕에 원래 거리보다 1.5~2배 정도 돌아가야 하는 길이었다.

시간은 6시를 지나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이 시작되는 곳에 다다랐다. 타고 내려가다가 급커브나 급경사가 나오면 브레이크를 잡고 끌바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브레이크를 잡았음에도 속도가 줄여지지 않을 만큼의 급커브와 급경사가 나왔고 속도를 이기지 못해 벽에 부딪쳐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한 바퀴 구르긴 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는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우선 앞 바퀴를 잡아주는 프레임이 휘어 바퀴 한쪽이 빠져 있었다. 자전거가 굴러가지 않아 다른 곳은 확인도 못했다. 일단 외관상으로는 괜찮은 듯 보였다.

자전거를 끌고 갈 수 없는 상태여서 지갑과 여권만 챙긴 후 언덕을 내려가 가까운 마을에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3킬로미터를 걸어 작은 마을이 나왔다. 규모로 보아 자전거 가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눈에 보였던 할아버지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다행히 동네에 자전거가게는 없다며 전화번호부에서 근처 마을의 자전거가게에 전화를 걸어주셨다.

잠시 후 트럭을 타고 자전거가게 아저씨가 오셨고, 할아버지는 잘 부탁한다며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감사했다.

아저씨와 함께 사고현장에 가서 자전거를 수습하고는 가게로 가져갔다. 상태를 본 아저씨는 수리는 무리고 새 부품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전에 적어두었던 일본 내 브롬톤샵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이곳에 전화해서 주문하면 된다고 했다. 그 중 비교적 가까운 오사카에 있는 샵에 전화를 했고 다행히 해당부품의 재고 있다고 했다. 대신 오늘 저녁에 주문을 하면 내일모레나 부품을 받아 수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총 이틀이 걸리는 셈이다. 다시 달릴 수만 있다면 이틀은 문제가 안됐다. 그러겠다고 했다.

아저씨와 이런 대화를 일본어로 할 수는 없었다. 아저씨는 이웃에 사는 영어가 가능한 분을 모셔와 3자 대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 아저씨에게 근처의 숙박업소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통역을 하시던 분이 내 매트리스와 트레일러를 보고 근처에서 야영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이틀 동안 머문다면 숙박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다. 근처 해변이 바라다보이는 정자 옆에 텐트를 쳤다. 그분께 감사했다.

정말 오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고도 났지만, 좋은 사람들 덕분에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을 정신도 없이 씻자마자 자버렸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629-3422 교토 부 교탄고 시 구미하마초 미나토미야 府道49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681-0003 돗토리 현 이와미 군 이와미 초 우라도메 国道178号線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89.76 km

시간 : 12시간 5분 44초 (2012-06-18 21:36:40 ~ 2012-06-21 04:43:25)

평균 속도 : 7.42 km/h


[지도 정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