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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76일차 - 사람 값이 비싼 일본 [이와미]

와이파이가 미세하게 나마 잡혀 잠깐이나마 날씨를 볼 수 있었다.

오늘과 내일 비 예보가 있었다. 오전 들어 비가 조금씩 내렸다. 서둘러 후라이를 치고 장을 보러 걸어서 30분 거리의 시내로 갔다.

장을 보러 가는 목적 이외에도 빨래방과 이발소를 찾으러 갔다. 당초 머리는 한국 들어가서 자르려고 했다가, 덥기도 하고 불편할 정도가 되어 큰맘 먹고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이와미 역 앞에 있는 이발소(?)에 갔는데 머리를 자르기 위해 몸 언어를 하던 중,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사진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말보다 훨씬 쉬웠다. 그렇게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머리를 자르고 머리를 감고 나서 나온 금액은 3500엔. 한국에서라면 절대 깎지 않았을 금액이다. 원래 비싼 것은 알았지만. 암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쿨하게 만엔 지폐를 건넸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빨래방도 찾을 수 있었다. 빨래는 모아서 내일 한번에 해야겠다.

저녁을 먹고 나서 설겆이를 하러 텐트 밖으로 나왔는데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어떤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그는 자동차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에는 차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여행을 한다고. 그는 요리를 좋아해서 (특히 카레를 좋아한다고) 작년 겨울에 인도에 카레를 배우러 갔다 왔다고 한다. 앞으로 카레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오늘이 23일째라고 했는데, 이틀 후면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지금까지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했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매트리스를 깔아서 괜찮다고 했다. 그의 차 대접을 받으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말은 잘 안통하지만, 그가 말하는 여행에서 느꼈을 것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였고 같은 여행자였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비가 왔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는 끊겼다. 밤인사를 그는 차로, 나는 텐트로 돌아왔다.

 
 

PS. 오늘 이발소도 그렇고 전에 자전거 가게도 그렇고 여기서는 사람이 직접 서비스하는 일의 값어치가 우리나라보다 많이 비싼 것 같다. 어쩌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의 노력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서 그만큼 인정을 해준다는 얘기도 된다. 그만큼 사람 값이 비싸다는 뜻일 테니 점점 기계,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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