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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7일 수요일

681일차 -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되고. 모두들 안녕!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지난밤 별난 꿈을 꿨다. 회사에 입사하라는 제의를 받은 꿈이었는데. 그곳은 나의 첫 직장이었다.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그동안 함께 일했던 다른 직장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등장했다.
꿈속에서 내가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면 안될까요' 라고 하니, 인사담당자의 말이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야 합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셋탑박스을 주로 개발했던 회사는 현재 에어컨의 리모콘과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출근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상태에서 꿈에서 깼다. 비록 꿈 속 이었지만,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만일 그 직장에서 일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의 회사 생활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려러고 여태껏 나온 건가. 또 그러고 싶지는 않다.



오전에 산티아고 시내를 돌아봤다. 그리고 아침 일찍 떠나신다는 아저씨를 만났다. 60 대 중반의 아저씨. 첫날 발카로스에서 처음 뵜을 때 힘들어하시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하루하루 지날 수록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 하셨다. 이번이 세번째 순례라고 하셨는데, 역시 경험이 가장 큰 재산인 듯하다. 천주교 신자이시고, 산티아고 길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셔서 함께 걷는 내내 많은 도움을 아저씨로부터 받았다.
포르투갈에 갔다가 다시 산티아고로 오신다고 하는데, 나와는 일정이 맞지 않아 이 길에서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건강하시고, 한국에서 다시 뵜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나도 아저씨 나이가 되었을 때,  이곳을 다시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지금과 또다른 느낌이겠지.





정오 무렵, 미사가 열리는 산티아고 성당으로 향했다. 그동안 순례길에서 함께 걸었던 순례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순례자들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평일 정오 미사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순례자들보다, 일반 신자나 관광객들이 더 많아 보였다. 노래와 설교가 시작되고. 수녀님이 나와 참석한 사람들에게 미사 때 부를 노래를 미리 알려주고는 함께 연습하기도 했다. 미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향을 담은 용기 퍼포먼스. 장정 여러명이 줄을 잡아당겨, 성당 천장에 매달린 향 용기를 좌우로 흔드는 장면. 보는 것만으로도 멋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내부를 둘러봤다. 박물관으로 착각할 만큼, 큰 규모에 옛날부터 사용해오던 물건들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후, 순례자들과 근처에서 커피를 마셨다. 다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나는 내일 새벽에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가야했다. 순례를 잘 마쳤다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만났던 이들과 작별한 후, 산티아고 성당 주변을 돌아봤다.

 <스페인 순례자 호세와 함께>
<모두들 안녕! 수고 많았어>



이 곳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위해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30여일 간 함께 걸었던 지현씨와 저녁을 먹었다. 부부나 친한 친구끼리도 싸운다는 힘든 순례길에서, 하루 종일 거의 붙어있다시피 있었음에도 무사히 오늘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다. 지현씨는 피스테라까지 걸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로의 여행과 앞날에 축복을 빌어주었다.

'지현씨 수고 많았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마지막 식사>

PS. 내일 새벽에 가야할 산티아고 기차역을 미리 가봤다.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다.


PS2. 산티아고 케이크. 일반 케이크에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PS3.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더니, 문에 이런 종이가. 손님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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