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에 가까운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아침일찍 관광을 시작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았다.
간밤에 모기에 시달린 덕분에 알람없이 몽롱한 상태로 숙소를 나섰다.
1. Fort St George
인도를 여행하면서 봤던 요새(fort)들은 모두 강 기슭에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해안에 만들어졌다. 영국인 St George 에 의해 건설된 이곳은 전쟁에서의 공격과
방어를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이 안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회나 은행,
정부기관들도 함께 있었다.
17세기 경에 만들어져 시간에 따라 요새의 크기등 변화가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본래의 역할은 그대로 남아있다.
실제 요새 일부 지역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고, 은행, 교회같은 건물이 남아있다. 요새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요새 안에 있는 박물관에서 옛날에 쓰였던 무기나 당시 군인들이
입었던 군복들을 볼 수 있었다. 영국의 지배 하에 있던 시기라, 형태나 무늬들이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외에도 역대 첸나이에서 사용된 동전들이 전시돼있다. 식민 전까지만
해도, 동전에 새겼던 모델은 비슈누 같은 종교적인 색체가 강했지만, 식민
이후는 본국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첸나이는 영국 뿐만 아니라 포르투칼, 프랑스 등의 지배를 받았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동전들을 만들었다. 각기 그 나라들의 특징을 가지는
동전들이 만들어져 유통되었다.
박물관 말고도, 건축
당시부터 있었던 St Mary`s church 가 유명하다. 한눈에
봐도 주변 건물들과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2. San Thome Cathedral
이곳에 가기위해서는 3km 길이의 marina beach 를 지나야 한다. 이곳에 대한 나의 14년전 기억은 당시 아침에 이 곳을 찾았을 때, 파도가 들고나는 곳에
아이들이 앉아 볼일을 보는 광경이었다.
해변으로 향하면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너무 더워서일까 아니면, 비수기여서 일까. 사람들이 있어야 할 해변에는 주인없는 노점들만 가득했다. 참고로 이
곳 해변에서는 수영을 권하지 않는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물살이
세기 때문에 무척 위험하다는 것.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다를 본지가 언제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양곤이었던가?
아니면 베트남?
모래 사장을 지나 바닷물이 밀려드는 곳까지 걸었다.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입맛이 짭조름하고 끈적하다.
첸나이에서 교회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예수의 12 사도 무덤 위에 지어진 성당은 세계적으로 3곳만 존재하는데,
이탈리아 로마의 성 베드로성당
스페인 산티아고 대성당
나머지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새하얀 건물에 파란 하늘을 향해 뾰족히 솟은 지붕들,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이 봐도 멋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러 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고, 그 중 한 곳에 san thome 의 시신을 안치해 두었다고 한다.
교회를 둘러보다가, tomb 이라는 팻말을 발견했고, 그 건물 지하에 마련된 예배당에서 san thome 의 누워있는
형상을 볼 수 있었다.
3. Kapaleeshwarar Temple
기독교나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종교이기 때문에 굳이 신자가 아니더라도 대강의 분위기나
문화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불교 사찰의 경우, 신자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사찰을 둘러볼 수 있다. 교회 역시, 대부분
그렇다(예배를 보는 일요일은 외부인의 방문을 금지하는 곳도 있긴 하다).
불교문화권인 미얀마 이후, 인도를 여행하면서 처음 접한 힌두교와 무슬림
사원은 이런 점에서 여행자인 내게 무척 낯설었다.
이들 사원은 비 신자들의 방문에 대해 앞의 두 종교에 비해 엄격하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만 방문을 허용했다.
무슬림과 힌두교 사원의 경우, 신자들이 기도를 들이는 시간에는 오직
신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힌두교의 경우, 오전 6시~12시까지, 그리고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만, 무슬림의 경우, 낮시간에는
입장이 불가했다.
첸나이에서 가장 유명한 힌두 사원인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출입이
허용되는 오후 4시에 맞춰 도착했다. 이 사원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사진인 탑은 공사중인 관계로 커버에 싸여 있었다.
신자들은 줄을 서서 기도를 드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돈을
내면 먼저 기도를 할 수 있는 줄도 있었다. 몇몇 신자들은 모여 앉아 주문을 외고 있었고, 여성들은 꽃을 실에
매달고 있었다.
한 신전(?) 앞에서 의식을 끝낸 사두가 의식에서 쓰였던 공물을 신자들에게
나눠 주는 모습도 보였다.
전형적인 힌두사원의 광경이다. 여러번 와서 보니, 새롭기보다 익숙하다.
사원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길마다 사각형의 큰 구조물이 서있다. 무슨 의미일까.
마치 큰 의식을 준비하고는 있는 듯 하다.
PS. 인도를 다니다보면,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차량의 비닐 시트를 벗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 개인의 취향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워낙에 자주 보다 보니, 인도사람들의
보편적인 특성이 아닐까하는 확신이 들었다.
PS2. 지금 있는 방에서 30m 정도
거리에 무슬림 사원이 있다. 하루에 세 번(오전 5시 30분, 오후 12시 30분, 오후 6시 30분), 노래(?), 기도소리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무슨 말인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알라~' 로 시작한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PS3.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영국에 대한 인도인들에 대한 반영국 감정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되는 과정이 큰 충돌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 크겠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인 나로써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점이다.
독립이후, 영국의 국어인 영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고,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영국풍의 시설들과 건축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
fort 박물관의 경우도 층 하나 전체를 영국 국왕을
그린 그림과 조각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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