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많이 걸은 탓일까. 양쪽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배낭여행을 계획하면서 세부적인 루트는 결정하지 않았다. 자전거가 아닌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그때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는 걸로. 다만 두가지 조건은 있었다.
1. 첸나이에서 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여행할 것
2. 뱅갈로르는 반드시 들를 것
가이드 북과 인터넷을 참고해서 첸나이 이후 루트를 고민했다.
당초 Mamallapuram 을 생각했지만, 힌두교 관련 유적들 뿐이라(이미 충분히 많이 봤다), 패쓰하고, Puducherry 로 결정했다.
숙소를 예약하고,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기차와 버스가 있었는데, 기차로 결정하고 앱으로 열차시간을
검색했다.
Puducherry 로 가는 열차는 첸나이 central 역이 아닌 egmore 역에서 타야한다. 하루에 두 편으로 오전 6시 반,
저녁 6시 반에 출발한다. 4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 편이 나았다.
앱으로 카드 결재가 안되니, 어쩔 수가 없이 기차표를 구입하기 위해 egmore 역으로 향했다.
이곳은 뉴델리 역처럼 외국인 전용 티켓 창구가 없다. 티켓 판매소는
당일표와 내일 이후 표를 예약할 수 있는 곳으로 나뉘어 있다. 2층에 있는 예약 창구로 갔다.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종이 양식을 작성해야 한다. 이름, 열차 번호 및 이름, 전화번호 등을 적고 창구에 양식을 내밀었다.
이를 받아든 직원이 잠시 후 'passenger 기차는 예약할 필요가 없다' 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passenger 기차는 일종의 출퇴근 기차로
왠만한 역에는 모두 서고(따라서 매우 느리고), 등급 자체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하철' 인 것이다. 4시간 반을 서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차라리 버스가 낫겠다 싶었다. 버스의 경우, CMBT 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고 한다(운임은 95~200루피). 걸리는 시간도 기차와 비슷하고.
PS. 기차역에서 나오니 주변은 컴컴해지고, 시간은 6시 무렵이었다.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시간대다. 교통량이 이렇듯 많음에도, 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신호등을 보기는 쉽지않다. 왜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신호등이 없을 정도로 교통 문화가 젠틀하다면 몰라도. 지난 2달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사람들이 신호등도 없는 상태에서 차들이 쌩쌩달리는 차도를 건넌다. 그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나는 신호등 없는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현지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이들이 건널 때 뒤따라 건넌다. 신호등을 설치하면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맘 편히 다닐 텐데.
<첫 줄의 Puducherry 행 열차는 passenger 형이다>
<내외국인 공통 매표 창구>
<식당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온 저녁. 포장 방법은 예전과 동일하게 신문에 넣고 말아서 실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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