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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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6일 토요일

5일차 - 자전거 여행 첫 날 부터 경찰서라니 [친황다오 - 루롱]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본격적으로 중국을 여행하는 첫 날 이다

GPS 를 켜고 베이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서부터 거리가  300 km 정도되니 예상으로는 닷새쯤 걸릴 것 같다.

친황다오 시내까지는 널찍한 이륜차 전용 도로가 있어 달리기 무척 편했다. 우리나라보다도 더 쾌적해서 내심 한편 놀라기도 했다. 중국 자전거 여행이 위험하다는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내를 빠져 나와 외곽으로 접어들자, 전용도로는 사라지고 대형 트럭들이 많아졌다. 대형 트럭들이 내뿜는 매연도 싫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는 참기 어려웠다. 특히 트럭의 경적소리는 일반 승용차보다 몇 배는 크고 거칠다. 필요해서 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울리는 것 같다.

달리던 도중에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자전거 여행자를 봤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국 국기를 달고 있던 걸로 보아 외국인 같아 보였다. 멈춰서서 얘기는 못하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 했다.

두어 시간 쯤 달렸을까 뒤에서 자전거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중국어로 뭔가를 묻는 듯 했다.그러자 내가 아는 유일한 중국어를 말했다.

"팀부동(몰라요). 한궈런(한국사람)" 

다행히 그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중국인 자전거 여행자였다. 서로 인증사진을 찍고, 각자의 여행에 행운을 빌어주었다.


<그의 이름은 吴嘉需(오-지아-슈), 다년간 중국 자전거 여행 경험이 있는 베테랑 여행자다>

그의 짐은 단촐해보였다. 그가 앞서 출발했다. 달리다 보니,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짐에서 깃발을 하나 꺼내더니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닌가. 안 받겠다고 하는데도 자기도 있다며 재차 권했다. 몇번을 사양한 끝에 고맙게 받았다.

서로 앞으로의 여행 루트를 얘기하던 중에 그도 나처럼 베이징을 거쳐간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우리는 함께 베이징에 가기로 했다. 


<광둥성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북진한다던 또다른 중국인 자전거 여행자>

<베이징까지는 200 여 킬로미터>

중국어가 가능한(?) 그 친구 덕분에 식당에 가서도 슈퍼에 가서도 어려움없이 주문할 수 있었다.

<입맛에 잘 맞았던 만두, 15위안>

<친황다오 시와 루롱 현의 경계에서>

오후 4시가 넘을 무렵 숙소를 잡기로 했다. 그가 허름한 건물에 들어가더니, 숙소를 잡았단다. 가격은 인당 15위안.

내가 친황다오에서 묵었던 숙소의 거의 1/10 가격이다. 짐을 풀고 씻고 나니, 주인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가 와서 그 친구에게 뭔가 얘기를 한다. 한참 실랑이를 하더니,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단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숙박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이해가 안됐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챙겨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을 들키면 안되니.

우리는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고 숙소로 보이는 한 건물에 그가 들어갔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그가 말했다.

"숙소는 잡았는데... 경찰서에 가야해"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주인과 함께 그 마을의 관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에게 여권을 보여줬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외국인이 지금의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이 가능한지 상관에게 물어본 뒤에야 숙박 가능여부를 알려 줄 수 있단다
이후 숙소 주인과 경찰, 그리고 그 친구 간의 장 시간 대화가 이어졌다. 중국어를 모르는 나는 그들의 대화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경찰은 숙소가 아닌 경찰서에서 자야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약 3시간 정도 경찰서에 있었던 것 같다. 경찰이 문서 양식이 프린트된 종이를 주더니, 적으란다. 신상 명세와 숙소이름, 체크인, 체크아웃 날짜, 목적 등을 적는 것 같다.
작성한 문서는 사진을 찍고, 그 내용을 토대로 자신들의 공안 웹사이트에 등록을 했다.

<외국인 주숙등기 양식 문서>

마침내 숙소에 묵어도 된다는 대답을 들 수 있었고, 저녁 9시가 되어서야 경찰차를 타고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친황다오 이후, 첫 숙소를 잡는 것인데,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니.

그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이유를 잘 모르겠단다. 하긴 이건 외국인한테만 해당되는 것일테니.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PS. 중국을 여행할 여행자라면, 주숙등기 문서를 자주 작성하게 될 것이다. 나는 처음 작성했던 문서를 촬영하여, 이후 적을 때마다 이를 보고 적었다.

<Today`s video clip>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08.39 km
누적 거리 : 177.26 km

[지도 정보]



[고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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