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이어진 비는 밤새 오락가락하다가, 새벽부터 조금씩 꾸준히
내렸다. 새벽에는 추워서 결국 침낭을 꺼냈다. 아침 6시, 주변의 소음에의해 강제 기상을 했다.
먼저 커피를 끓이고, 식빵 몇 조각을 먹었다. 따뜻한 커피 몇 모금에 금세 몸이 따뜻해졌다.
금방 그쳤으면 하는 비는 오전 내내 계속되었다. 오후 1시가 넘어서부터 비가 그치고 구름사이로 이따금 해가 비쳤다. 이때다
싶어 해가 드는 쪽으로 빨래들을 널었다.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카메라를 들고 국립공원을 걸었다.
어제보다 더 많은 차량와 텐트들이 보였다. 거의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풀밭에는 어김없이 텐트가 쳐저 있었다. 내 텐트 주변에도 못보던 텐트들이 생겼다.
그제서야 진정 성수기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비록 나처럼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단체로 오토바이를 타고 캠핑장비를 싣고온 사람들도 보였다.
오늘은 현 태국 왕의 생일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난희 'bike for dad' 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해가 짧은 탓에 5시가 넘어서자 해가 산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내일은 이곳에 모인 인파들 때문에라도 일찍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저녁으로 내가 주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메뉴인 카오팟을 주문해 먹었다. 어제부터
냄비를 아주머니에게 주면, 거기에 담아주신다.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설겆이 거리가 줄어서 좋고, 나는 1.5 인분 같은 1인분을 받아서 좋다. 전혀 서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데도, 이정도가 가능한 걸 보면, 언어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저녁에는 다 먹은 후 냄비를 가져오라며, 농담까지 하셨다.
오후 8시 무렵, 산책을
나섰는데, 한 손에 촛불을 든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무척 생경한 광경이라 가까이 다가갔다.
알고보니, TV 에서 왕의 생일 기념식(?)을 생중계하고 있었던 것.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들었고, 도중에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태국에서 왕의 영향력은 엄청난 것 같다.
TV 에서는 4원 동시
생중계로 시시각각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기념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사람들은 각자 자기들의 텐트로 흩어졌다.
태국 출국을 앞두고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PS2. 밤 하늘을 보니, 별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밤새 비가 오지는 않을 듯 하다(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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