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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4일 일요일

작은 집을 권하다


"언제부턴가 집이 더이상 집이 아닌게 되었다. 본래 집의 역할에 충실한 바람직한 집의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옛날부터 사람이 살기위해 가장 필요한 것 3가지가 의,식,주 라고 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꼽자면, 식, 의, 주 라고 하겠다. 물론 사람들마다 우선순위는 다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 세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간다. 어릴 적에는 부모가 주는 음식, 옷, 그리고 집에서 자라나지만, 어른이 되어 사회로 나오게 되면, 자기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위해 매일매일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세가지 모두 공통적으로 돈을 필요로하지만, 가격으로만 따져보자면 '주' 가 압도적으로 비싸다. 매년 해가 갈수록 집값은 뛰어서, 반 평생을 아껴서 돈을 모아야 자기 소유의 집을 한채 마련할 수 있다(사실 평균적으로 반 평생이지,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과연 인생의 절반을 바쳐서 마련해야할 정도로 집이라는 것은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인가?

집도 집 나름이다. 구입할수도 있고, 전세, 월세도 있다. 어짜피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만 필요한 장소라면, 굳이 거금을 들여 살 필요가 있나 싶다. 죽을 때 지고 갈 것도 아니고.

이책은 이러한 생각의 대안 중 하나로 미국에서 시작해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몰하우스(small house)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스몰하우스? 얼마나 작을까?

책의 초반에 소개된 스몰하우스는 3평 남짓한 공간에 집을 지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은 아니다(땅위에 지은 집이 아니고, 트레일러 위에 지은 집이다).

자신을 셰퍼라고 소개한 집주인은 자신의 스몰하우스가 트레일러이기 때문에, 일반 집으로 분류되지 않아 세금을 적게 내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집의 구조도를 보여줬는데, 작아도 왠만한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다. 침실은 2층 다락방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게 되어있다.

화장실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전기는 태양열 전지, 연료는 프로판 가스를 사용했다. 물은 빗물을 사용한다. 셰퍼는 스몰하우스 회사도 만들었다(http://www.tumbleweedhouses.com)

셰퍼 말고도 스몰 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마다 각자 모양과 구조는 다르지만, 집을 장만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그대신 남는 시간과 돈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스몰하우스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1. 저렴한 집을 짓는 것도 스몰하우스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보기 좋아야 한다. 작은 대신, 좋은 재료와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어야 한다.
  2.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집에 있어야할 모든 것을 넣을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샤워시설이나, 에어컨, 세탁기 같은 것들은 공중 목욕탕이나 코인 세탁소, 선풍기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계속 늘 사용하지 않는 기계들을 굳이 집에 넣어 둘 필요는 없다. 차라리 공유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트레일러가 아닌 일반 대지에 스몰하우스를 지은 사례가 나온다(사실 이 사례가 나오길 기다렸다!).
집을 지은 사람들의 손재주는 얼마나 좋은지 부러움을 넘어 나 같은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겠다는 절망감을 줬다.

미국과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스몰하우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잠잠한 걸 보면, 집을 본래의 주거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과시용 또는 투자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세태가 아직까지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이책을 통해서 집을 있는 그대로의 집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앞으로 내 몸집보다 큰 집을 살 일은 없을 것 같다(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수입이 바닥나도록 생활하는 게 아니라, 수입의 절반 정도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에서 좋은 급료를 받으면서 개발도상국에서 생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기 수입의 105% 퍼센트에 해당하는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세속적 안정을 누리면서도 눈이 핑핑 도는 사회로부터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 공간을 확보하고 보헤미안 같은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것. 작은 집에 사는 주된 이유가 지구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돈을 절약하겠다는 실천적인 면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나는 그저 큰 집에 쓸 시간과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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