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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5일 월요일

사기


"방대하고도 고리타분한 역사서를 만화로 읽는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임에도 단권이 아닌 10권 이상의 대작이라면, 손이 쉽게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요즘같이 따로 책 읽을 시간을 내기 힘든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읽고는 싶어서 방법을 궁리하던 중에 읽기 쉬운 만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라면 출퇴근 시간마다 지하철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으리라.

중국의 가장 유명한 역사서 중 하나인 사기는 오래전부터 명성을 익히 들어왔고, 다른 책에서 언급도 수차례된 터라 언젠가 읽어야 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온라인 서점에서 사기를 만화로 그린 11권짜리 세트를 보자마자 바로 주문에 들어갔다. 50% 할인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첫째, 생각보다 잘 읽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래 만화로 된 책은 한 권당 한 두시간이면 충분히 독파가 가능한데, 이 책은 이보다 서너배는 더 걸린듯 하다. 그렇다고 몰입도가 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방대한 역사서를 만화로 그리다보니, 한 컷당 많은 내용을 담고 있게 되어 그런 것 같다. 1~2권은 다른 책들에 비해 더 그랬다.

둘째, 그래도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장점을 깨닫게 되었다. 어려운 내용을 쉽고도 몰입도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만화가 가진 장점이다.

셋째, 사기에는 수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여러 등장인물을 그리다보니, 얼굴이 비슷비슷해서 나중에는 누가누군지 헤깔릴 정도였다. 하지만, 내용 이해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11권은 1~10 권에서 다룬 시대 중에 살았던 나름 유명했던 사람들의 짤막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다.

사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 시대보다도 더 먼 옛날 기원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사마천이라는 사람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 다윗과 골리앗이 있었다면, 동양에서는 항우와 유방이 있었다고 할 만큼, 이 두 인물은 사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주인공이라고 하겠다. 또한 이들이 나오는 대목을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누구도 막지못할 무력을 겸비한 장수 항우와 뭐하나 내세울 것 없지만, 왠지모르게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었던 유방.

개인적인 능력으로만 보자면, 항우가 전국을 통일했어야 마땅하지만, 유방이 그 주인공이 된다.

유방이 항우를 꺾고 전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변의 뛰어난 인재들이 그의 부족함을 200%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11권의 방대한 사기를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법이 강화되면(발전하면) 될 수록 사회는 경직되고, 국민들은 고통받는다.
  2.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개인의 능력보다도 훨씬 더 중요할 때가 있다.
  3. 당장의 이익보다는 명분과 소신, 의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쓰여진지 2000 여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기술이 발전해도 사마천이 생각한 사회가 도래하기에는 아직도 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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