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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4일 일요일

미생


"잊었던 초심을 다시 일깨워 주는 책.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는 초년생들에게 강추한다"

총 9권으로 구성된 세트를 구입했는데, 처음에는 저걸 언제 다 읽나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 였음을 깨달았다.

출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만 읽었는데, 어찌나 몰입이 되던지. 만화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만일 9권 짜리 장편 소설이었다면, 지금까지 한권도 제대로 못 읽었을 것이다. 전체의 절반인 5권을 넘어가면서부터 한페이지 한페이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나는 바둑을 둘 줄 모른다. 지금껏 바둑알로 한 거라면 알까기가 전부다.

이 책의 배경은 바둑이다. 각 장마다 조훈현 9단과 녜웨이핑 9단이 맞붙었던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의 마지막 판을 처음부터 한수씩 기보 해설을 해주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내가 바둑을 알았더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이책은 친절하게도 나같은 독자들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어렸을 적부터 바둑을 시작했던 주인공 장그래는 결국 프로기사가 되지 못하고, 바둑을 그만두게 된다. 아는 지인을 통해 대기업 무역회사(상사)에 2년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비록 계약직이지만, 대기업인 탓에 무수한 경쟁률을 뚫고 계약직에 뽑힌다.

바둑이 인생과 비슷하다고 했던가?

주인공은 어려운 상황마다 자신이 그동안 체득했던 바둑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통찰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주인공은 3팀에 배정이 되는데, 그곳에는 오차장과 김대리라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선배들이 있다.

회사가 무역회사이다보니, 전문 용어들과 그속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하고, 맡은 바 일은 물론이고, 상사, 동료와의 관계, 사내 정치 등 회사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한번 쯤 경험해봤을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갑자기 예전에 봤던 '손자병법' 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나기도 했다. 3팀 뿐만 아니라,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매우 친숙하다. 어디선가 만난 것 같고, 앞으로 만날 것 같은.

만화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독자에게 주는 교훈을 한마디로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권선징악' 이다.

자신의 올바른 소신 때문에 사내 정치와는 관계가 먼 오과장은 회사 내의 비리를 밝혀내면서 오차장으로 승진한다. 하지만, 또다른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회사를 나와 독립하게 된다. 주인공인 장그래는 여러 번의 뛰어난 성과를 올리지만, 계약직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 고졸이었던 그는 결국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2년만에 회사를 나오게 된다.

지금의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평범한 사건이다. 성실하게 맡은 바 일하는 사람이 왜 회사를 나와야 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 세계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대학을 막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후배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연도를 헤아려보니 나도 어느덧 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넘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나는 아직도 사회 생활이 어렵다.

아직 사회의 때가 덜 뭍었다고 자위해보지만, 사회 생활을 잘하는 주변사람들을 보며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처음 사회에 나와 첫 직장에 다녔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초심은 어디로 가고...'

왠지 다시 열심히 일해야 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회사 조직에서의 사회생활에만 치우쳐저 있는 것이다. 사회 생활이라는 것이 굳이 조직에 속해서 일하는 것 뿐만아니라 여러 다양한 환경에서 할 수 있다. 오히려 회사라는 조직 생활보다도 훨씬 더 넓은 분야가 있다.

독자들이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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