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Goa)행 기차의 출발일이 토요일 오전이기 때문에, 당초 일정보다 길게 함피에 머무르게 되었다. 무려 5일이나.
충분히 쉬면서, 무더운 한 낮을 피해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제 밤부터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오 무렵, 기온이 40도 까지 올라갔다. 어째서 뱅갈로르보다 북쪽임에도 더 더울 수가 있는지. 위도보다는 고도 때문인 듯하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관광객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숙소 주인에게 물어봤을 때도 지금이 성수기는 아니라고 했다.
오후 3시까지 방에서 피신해있다가 오후 4시가 지나 밖으로 나왔다. 어제는 밤이어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는데, 오늘보니, 함피는 걸어서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을 끼고, 옛 유적과 사원들이 있었고, 주변에는 바위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사원과 유적으로 가는 곳에는 펜스가 쳐저 있었다. 안내문을 보니, 복원을 위해 방문자들의 접근을 금한다고 적혀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서있는 건물들은 톡치면 무너질 것 같이 위태위태해 보였다.
마을을 나와 바위산으로 향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나무하나 없는 바위산이다. 문득 일본에서 봤던 아키요시다이와 중국과 미얀마에서 봤던 풍경들이 오버랩되었다.
멀리 바위산 정상에는 집 또는 사원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있었다. 쪼리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이라 꼭대기까지 가지는 못하고. 내일 올라가는 걸로.
PS. 함피는 멍 때리기가 좋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그 이유를 알것 같다. 바위산 곳곳에 틀어 박혀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마을 한번 내려다보고, 주변 경치보고.
날씨만 덥지 않으면 정말 좋을 텐데. 요즘 같은 날씨에는 해가 떨어져도, 한 낮에 달궈진 바위가 식지를 않는다.
PS2. 성수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함피의 물가는 지금까지 경험한 어느 지역의 물가보다도 훨씬 비싸다. 과자를 제외한 물, 음료수의 가격이 정찰가격보다 5루피 더 비싸다. 병에 분명히 30 루피라고 적혀있지만, 35루피를 받는다. 식당의 음식 가격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35~40 루피면 먹을 수 있는 마살라 도사가 여기서는 70루피다. 다른 메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유는 유명 관광지라는 것 밖에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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