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스터미널에 갔을때 아잔타행 버스가 오전 5시 부터 10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있다는 걸 확인한 터라, 이에 맞춰 4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잔타 행 버스 앞에 서있던 기사아저씨한테 몇 시 출발하냐고 물어보니, 6시 30분이란다.
'잉?'
내가 재차 물어보니, 아저씨는 친절하게 자신의 손바닥에 볼펜으로 '6:30' 이라고 적어 보여준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티켓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예상 대로 5시 30분에 출발한단다.
'누구 말이 맞는 거지?'
일단 버스에 올라 빈자리에 앉았다. 5시 반이 되어도 버스는 출발할 생각을 안했다.
'6시 반이 맞았어, 한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하다니'
십여분 뒤, 손바닥을 보여준 아저씨가 운전석에 타더니, 시동을 걸고 후진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터미널을 벗어났다.
'출발 한건가'
핸드폰 구글맵 상의 GPS 표적이 아잔타로 가는 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버스는 5시 반도 아니고 6시 반도 아닌 중간 언저리 쯤에 출발했다.
Ajanta 는 Aurangabed 에서 약 100 km 정도 떨어져 있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잘 관리된 고속도로 라면, 늦어도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했겠지만, 오토바이, 릭샤, 소와 함께 달리는 일반 도로로 가는 아잔타행 버스는 2시간이 조금 넘은 8시 무렵 'Ajanta Cave' 로 들어가는 사거리에 나를 내려주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 않을까 싶었는데,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석굴은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는 터라, 주차장 근처에 쭉 늘어선 상점들도 대부분 닫혀있었다. 매표소가 있는 동굴(cave) 입구까지 여기서 4km 정도를 더 가야한다. 일반적으로 버스를 타고 입구까지 이동한다. 버스타는 곳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8시 45분에 첫차가 출발 한단다. 앞으로 40여 분 넘게 남았다.
"입구까지 걸어가도 되나요?"
직원은 너같은 사람은 처음봤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오전 시간이라, 그리 덥지 않았고, 걸어가도 충분히 9시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잔타 석굴은 산 속에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난 길은 산 안 쪽으로 이어졌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는데, 산에 나무는 많지만 가지만 앙상할 뿐 초록 잎사귀를 볼 수 없었다. 모습만 보자면, 한 겨울의 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매일 30~40 도를 넘나드는 인도다. 언뜻 이해가 안갔다. 게다가 지금은 4월 아닌가.
얼마 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Ajanta 석굴을 감싸며 흘려야할 'Waghore' 강이 말라버린 것이다. 다리를 보고 이곳에 강이 있었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달간 비가 오지 않고, 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되다보니, 강이 마르고, 산의 나무들은 고사 직전에 이른 것이다.
멀리서 'hello'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몇몇 사람들이 나무 아래에서 나뭇가지를 끌어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땔감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여성들은 자기 몸보다 더 큰 나뭇짐을 머리에 이고 어디론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입구까지 절반 정도 도달했을 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때 뒤에서 한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돌아보니, 전형적인 동아시아의 얼굴을 한 남성이다. 국적을 물으니, 네팔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의 조카가 한국의 TV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그는 working visa 로 이곳에서 일한지 3개월 되었다고 했다. 작년 지진으로 인해 피해가 없었냐고 물으니, 자기 집은 룸비니에 있는데,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다른 곳은 심각하다고 했다.
인도에서 힌디어가 능통하고, 한국사람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네팔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니, 뭄바이에서 나보고 네팔에서 왔냐고 물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의 인도와 네팔 간의 관계를 볼 때, 인도에서 일하는 네팔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네팔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일하는 네팔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의 조카는 과연 한국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다른 인도사람들과 함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입구에 다다르자, 그는 매표소와 식당 그리고 cave 동선 등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헤어질 때는 함께 사진도 찍었다.
9시가 되고, 티켓을 구매했다. 여태 궁금했던 티켓 가격은 500 루피. 4월 1일부터 두배로 올랐다는 그의 말처럼, 250 루피라고 인쇄된 티켓에는 500 루피라는 희미한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단체 관광객 한 팀을 제외하고는 관광객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6~7 세기 경에 만들어진 아잔타 석굴은 총 29 개의 석굴로 이뤄져 있다. 각 석굴마다 만들어진 시기, 크기와 용도가 다르다. 어떤 동굴들은 채 완성되지 않고 만드는 과정 중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다.
둘러보면서, 중국에서 봤던 룽먼 석굴이 떠올랐다. 룽먼 석굴이 규모면이나, 바위 밖으로 들어난 불상들의 수가 더 많았다고 한다면, 아잔타 석굴은 바위 안까지 깊숙히 파내어 여러 개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불상을 조각한 점이 돋보였다.
또한 석굴 천장과 기둥에 그려진 그림(알아보기 힘든 만큼, 벗겨지거나, 떨어져 나갔지만)은 당시의 문화와 기술을 가늠하는 단서가 되었다. 바닥에는 이따금 홈(구멍)이 파져있는데, 이 곳에 물감을 붓고 색을 칠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기둥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들이 눈에 띄었다.
밖의 찌는 듯한 더위와는 다르게, 동굴 안은 선선해서 나가기 싫을 정도였다.
몇몇 동굴들은 출입이 차단되어 있었다. 마지막에 봤던 26번 동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왼쪽 벽에는 부처의 와상이 새겨져 있고, 중앙에는 여러개의 기둥들이, 그리고 가장 안쪽에는 탑 모양의 건축물이 있었다.
모든 cave 를 보고 나와서는 맞은 편 산 정상에 있는 view point 로 이동했다. 그리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중간에 쉬어가기를 몇번, 정상에 설치된 정자에 앉아 아래 석굴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Waghore' 강의 발원지인 물이 없는 폭포도 보았다. 물이 흘렀으면 더더욱 멋있었을 텐데.
돌아올 때는, 올때 버스에서 내렸던 곳의 반대편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구글링에 따르면, 아잔타에서 내리는 승객이 있어야만 버스를 세운다고 한다. 맞은편 버스 정류장 그늘에 앉아 있다가,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이 있으면, 득달같이 달려가 버스에 올랐다.
왕복 버스만 5시간. 너무 피곤했다. 숙소에 오자마자 쓰러져 잤다.
PS. Ajanta cave 는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가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문득, 중국 호도협이 생각났다.
PS2. 어두운 동굴 안에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최대한 밝은 렌즈가 필수다.
<버스정류장과 아잔타 석굴을 오가는 버스>
<에어컨 버스와 아닌 버스로 나뉘어 있다. 매표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석굴로 이어지는 길. 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하다>
<물을 끌어오기 위해 파이프가 연결되어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이들은 아잔타 석굴에서 일한다>
<직원용 자전거 주자장>
<하나같이 뒤쪽 짐받이에 점심 도시락이 실려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가마가 준비되어 있다>
<바위산 기슭에 동굴을 만들어 놨다>
<대부분 어두운 동굴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밝은 렌즈를 가져오길 추천한다>
<동굴의 천장에 색색깔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일부분만 보인다>
<동굴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깎았다는 걸 천장에 나있는 흔적을 통해 알 수 있다>
<구멍은 물감을 붓고 칠을 하기 위한 용도다>
<폭포는 어디에?>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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