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이번 여행의 난코스 중에 하나인 후지산 루트를 시작한다. 다행히 어제 무리를 한 덕에 오늘 달려야 할 거리가 줄었다. 약 70여 킬로미터 정도. 그래도 루트의 대부분이 오르막이라 이중의 절반은 끌바로 대체했다.
후지노미야시를 지나자 멀리 후지산이 보였다. 정상부근의 눈도 보였다. 사진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목적지 캠핑장에는 오후 5시가 다돼서 도착했는데 관리실에 사람이 없었다. 캠핑사이트에 텐트들이 쳐저있는 것으로 보아 운영은 하는 것 같았다. 관리실 문에는 팻말이 붙여있었는데, 대략 내용인 즉, '밥먹으러갔으니 용무가 있으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라' 이랬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결국 전화를 했다. 용건을 말해야 하는데 일본어가 문제였다. 한참 동안 통화를 하고 나서야 주인이 캠핑장으로 오기로 했다.
어렵사리 체크인을 하고 텐트를 치려는데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이틀 전에 만났던 잉글랜드 자전거 여행자다. 무척 반가워서 악수를 하며 안부를 물었다. 그도 어제 내가 갔던 6000엔짜리 캠핑장에 갔던 모양이다.
그의 이름은 필, 올해 나이 42살, 결혼해서 일본인 아내를 두고 있다. 3년 전까지 갤러리 수집 및 판매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친한사람들과 조그맣게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6살 때부터 2년 동안 오사카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 덕에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캠핑장의 다른 일본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는 물 대신 맥주를, 밥 대신 샌드위치를 먹었다. 내가 봐도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 말하자 그는 중간중간 군것질을 많이 한다고 했다. 저녁으로 먹었던 라면을 나눠주었더니, 그는 무척 맵다며 연신 맥주를 들이켰다.
앞으로의 루트와 일정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던 중에 그 역시, 홋카이도까지 간후 페리를 타고 마이즈루까지 오는 루트라는 걸 알게 되었다. 대신 그는 도쿄를 들르지 않고 요코하마로 가서 동쪽해안을 따라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후쿠시마는 피할 것이고 그때 동안에는 캠핑을 하지 않고 모텔과 식당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위험하지 않아?"
"내가 직접 가서 보지 않았잖아. 직접 가서 보고 싶어. 얼마나 심각한지."
내일은 야마나카호수까지 갈 참인데 그도 그쪽으로 간다고 했다. 어쨌든 그와 나는 재미있는 인연이다.
<우리는 밤 늦게까지 얘기를 나눴다. 여행을 잘 마쳤을지 궁금하다>
PS. 일본에서는 쓰레기를 버리기가 예간 힘든 게 아니다. 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쓰레기통은 재활용 쓰레기만 버리도록 되어있다. 심지어 캠핑장에서도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버릴 수 있는 곳은 대형마트뿐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에도 얘기했듯이 분리수거에 대한 일본사람들의 의식은 정말 강하다.
PS2. 오늘은 일왕의 생일. 그래서 이따금씩 일본국기를 걸어놓은 집들을 볼 수 있었다.
PS3. 필과는 이후 다시 만나지 못했다. 혹여 홋카이도에서라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쉽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시즈오카 현 시즈오카 시 스루가 구 이나가와 1丁目2−9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418-0103 시즈오카 현 후지노미야 시 가미이데 表富士キャンピング場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58.54 km
시간 : 8시간 47분 44초 (2012-04-29 10:01:44 ~ 2012-04-29 22:14:23)
평균 속도 : 6.66 km/h
[지도 정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