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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31일 토요일

66일차 - 호도협 트레킹 [Hutiaoxiazhen]

굳이 알람을 맞춰놓지 않아도 자동으로 7시 전에는 눈이 떠진다. 매표소가 여는 시간에 맞춰 씻고 어제 사온 부식을 챙긴다.
매표소로 향하기 전, 숙소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국수로 아침을 대신한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오던 터라, 우비도 챙겨 넣었다.

<입구에 있는 호도협 여행자 센터>

티겟을 끊고 호도협 구에 들어갔다. 이 곳 역시 군데군데 공사구간이라 대형트럭이 자주 다녔다.
걸어가는 도중 중학교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이곳은 기숙학교 인지 아침일찍부터 아이들이 학교 곳곳에 보였다. 학교 뒷편으로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주변과 다소 거리가 있어보일 정도의 현대식 4층짜리 빌라 건물들이 줄지어 지어져 있었다.

호도협 트레킹 구간을 표지판을 따라 오르막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표지판을 못봐서 다른 길로 갔다가 트레킹 지도를 보고 되돌아 가야 했다. 트레킹 구간이 공사 구간과 일부 겹치는 바람에 흙먼지를 감수해야 했다.

<트레킹 구간에 설치된 표지판들>

도로구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었다. 걸어가는데, 위에서 말 한마리를 끌고 내려오는 사람이 걸어온다.
"니하오"
했더니,
"안녕하세요, 한궈"
라고 하는게 아닌가. 지금껏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너무 외국 사람 복장인가?
인터넷을 보니, 얼마전 무한도전에서 해외 극한알바로 호도협 가마꾼을 주제로 방송을 했다는데, 그것때문에 이곳사람들이 한국사람인 걸 아는걸까.

그 이후로 몇 마리의 말과 그들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한국 사람이냐고?'
어떤 사람은 나의 짐을 자신의 말에 짊어지라고 했지만, 전구간 트레킹도 아니고 달랑 당일치기라 짐도 가방 하나 뿐이었다.





<트레킹 구간에는 꽤 많은 숙소들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비는 더이상 오지 않았고(덕분에 우비는 괜히 들고 다녔지만), 해가 쨍쨍 비치지 않는 대신, 구름이 낀 날씨라 덥지않고 트레킹하기에는 좋았다.
각 구간마다 방향을 알리는 표지 팻말이 있었고, 그게 없으면, 바위 같은 곳에 화살표 표시가 있었다만일 그것도 없다면, 말똥이 많이 있는 곳을 따라가면 된다.
트레킹 구간은 말똥 구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말똥을 밟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 많고, 힘들어서 나중에는 그냥 밟고 지나갔다.
말 역시 같은 길이라면 쉬운 길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좀더 오르기 쉬운 길 쪽에 말똥이 집중적으로 포화되어 있다.

<표지판이 없다면, 바위에 그려진 화살표 방향을 따라가면 된다>

트레킹 구간은 산 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르다가, 내려가서 마을을 통과하고 다시 산을 오르는 식으로 되어 있다.
이때 통과하는 마을에는 게스트 하우스나 작은 상점들이 있다. 호도협 트레킹의 백미는 바로 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서 설산을 바라보는 풍광에 있다고 하겠다.
오후 들면서 오전의 안개와 구름이 거치고 산봉우리가 모습을 들어냈다. 산 최정상에는 눈으로 덮혀있었다.










산길 구간 중간 중간에 쉽터 같은 매점들이 있었는데, 문이 잠겨있는 것으로보아 영업을 더이상 안하는 것 같았다. 이곳의 낙서 중에는 한글도 꽤 많이 보였다. .










<묘지. 돌과 나무로만 만들었는데 형태가 특이했다>

산 길 중간중간에 한가로이 다니는 닭, , 염소 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산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폭포, 조금만 삐끗하면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절벽.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있었다. 산골 마을들은 대부분은 물을 산 꼭대기로부터 파이프를 연결해 공급받고 있었다.












<산 정상으로부터 마을까지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








그런데 어떤 구간은 물 빛이 비정상적으로 희뿌연 색깔을 띄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이 내려오는 곳곳마다 천막이 세워져 있고 그곳에서  바로 시멘트 처리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 산골마을에도 집을 짓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옥의 티였다.

<마치 회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드디어 중간지점 도착>

당초 계획으로는 12시까지 트레킹을 하고, 그 이후로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가다보니 오후 4시에야 목표였던 (중간지점) 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숙소까지 돌아오는 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트레킹 구간을 벗어나 도로구간으로 들어서 걷기 시작했다.
예상 도착시간이 저녁 9시쯤 될 듯했다. 그래도 다행히 해가 길어 8시 무렵까지는 환한 상태일 테다.
오는 도중에 호도협의 가장 유명한 구간에 도착했다. 상류로 부터 내려온 강줄기가 합쳐져 엄청난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곳.
그 앞에는 호랑이 조각상이 놓여있다.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모양이라는.
오후 7시 무렵 도착하니,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일하는 직원들도 거의 퇴근한 분위기였다. 얼른 내려가서 카메라에 담았다.
'이제 하루동안 호도협에서 볼 만한 것은 다봤다."


<그 유명한 호도협 가마꾼의 지게들>








무거운 발걸음으로 8 40분 무렵 숙소에 도착했다. 정말 피곤했다.
오늘은 나 말고는 손님이 없어 나 혼자 잤다.



PS. 오늘 거리를 측정해보니, 10시간 이상, 거의 40km 를 걸었다. 그 때문일까, 며칠 전 꿰맨 부분이 다시 뜯어졌다. 할 수 없다. 그냥 신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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