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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31일 토요일

70일차 - 또 한명의 고수를 만나다 [Dengchiuanzhen - Xiangyun]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8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따리 근처에 다다르자 그때까지 가던 G214 국도를 타지 않고, 강 주변을 따라 놓인 S221 도로로 옮겨 탔다. 멀리서 볼 때는 별로 커보이지 않았는데, 강 둘레만 30km 가 넘으니 얼핏보면 바다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다.
S221 도로 양쪽에는 논들이 쭉 이어졌고, 가끔씩 라싸로 향하는 자전거 여행자도 만날 수 있었다.
직접 강을 보기 위해 작은 도로를 따라 강 쪽으로 향했다. 강에 다다르자 맞은편에는 숙소와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었고, 차 두대가 겨우 지나다닐 도로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대여해서 타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아마 여행 시작 후 가장 많은 자전거를 본 듯하다. 강 건너편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없었다면, 아마 바다라고 착각할 수 도 있겠다.



<오토바이 또는 자전거를 타는 관광객이 많다>

수십 킬로미터 이어진 강변 길은 따로는 골목길로 때로는 시장을 통과해 이어졌다. 곳곳마다 표지판이 있어 헤매진 않았다.
그렇게 남하하던 중, temple 근처에 다다르자, 다시 원래의 G214 도로로 나왔다. 멀리서도 보일만큼 temple 에는 3개의 높은 탑이 있었다. 입구까지 가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이후 다시 G214 도로를 타다보니, 따리 고성이 나온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이곳 역시 입구에서 구경만하고 나왔다.

따리 시내를 향해 달리고 있을 무렵, 뒤에서 한 자전거 여행자가 다가왔다. 서양 여행자다. 그는 내 자전거를 보고 외국인(중국인이 아닌)이라고 생각했단다. 대부분 중국 여행자의 자전거는 오르트립 패니어를 사용하지 않고, 프론트에는 패니어를 장착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이름은 윌리엄. 34세. 영국에서 왔다고 했다. 우리는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그는 터키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여행을 시작한지는 1 4개월 정도. 그는 이번 여행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 유럽을 이미 여행했다고 했다. 그는 터키, 중앙아시아의 스탄 국가들, 이란, 인도(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미얀마, 중국의 루트로 왔다고 했다.

인도와 미얀마 국경 통과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단다. 얼마전 알리의 대답과 비슷했다. 50달러 정도 지불하면 퍼밋을 받을 수 있다고.
그는 쿤밍에서 상하이로 이동 후, 친구집에 머물고는 베트남으로 가서 여행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복장과 자전거를 보면, 알리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구멍이 숭숭난 티셔츠(여행 내내 입었다고 한다). 정말로 간소해 보이는 패니어들.
그의 키가 큰 탓에 그의 포지션에 맞게 핸들바를 추가로 장착해 타고 다닌다고 했다. 내가 봐도 그의 자세는 정말로 편해보였다.



우리는 함께 목적지에 가기로 했다. 따리 시내에서 약 55 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그가 바이두 지도의 루트를 보더니, 고속도로로 가면 더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고속도로로 자전거가 갈 수 있어?"
"나는 종종 이용하는 걸"
"지금까지 경찰의 제지를 받거나 그런 적은 없고?"
"한번 있긴 했는데, 경찰이 부르더니, 잠시 어디론가 가버리더니 다시 오지 않더라구. 그래서 고속도로로 갔지"
"그럼 네 말을 믿고, 고속도로로 가보지"
"날 믿지마, 혹시라도 경찰이 부르면, '난 잘못 없어요. 저 사람(너)의 아이디어였다구요' 라고 할거야 ㅋ"
"그럼 난 '전 저 사람(너) 몰라요. 전 중국인이에요. 중국말도 할 수 있다구요. 니하오' 라고 할 거야"

윌리엄을 앞세우고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다행히 제지는 없었다. 생각보다 갓길이 넓지 않고, 이물질이 많아 라이딩이 순탄치 않았다. 게다가 시작부터 업힐이 이어졌다.

일반 국도로 달릴때보다 차들은 더 빨리 달렸고, 경적을 더 많이 울려댔다난 중간에 끌바로 돌입했고, 윌리엄은 앞서 라이딩을 계속했다.
중간에 터널이 있었는데, 다행히 오르막이 아니라서, 앞뒤 라이트를 켜고 조심히 통과했다.

일반도로였다면, 8자도로의 연속 이후 산을 넘어야 했을 텐데, 고속도로는 터널이 있으니, 큰 어려움 없이 산을 넘을 수 있었다.
20여 킬로미터를 더 단축할 수 있었다.
무사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목적지 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제 예약한 숙소를 찾아야 했는데, 근처를 몇 번이고 돌아도 사진 속의 숙소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근처의 숙소를 잡았다. 이번에도 4층이라 모든 짐을 옮기는데, 애로 사항이 있었다.

정리를 마무리하고,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나 윌리엄이나 중국어가 짧은 탓에 메뉴를 주문하는데도 쉽지 않았다다행히 먹을 만한 음식이 나왔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남북한 분단에 대한 얘기, 영국 역시, 잉글랜드와 웨일즈 등으로 분단되어 있다는 얘기. 각 나라마다 TV 를 보면, 그나라 이익에 맞는 얘기들만 하기 때문에 혼동된다는 얘기등등
상하이에 간다는 윌리엄에게 북한 식당인 '옥류관'을 알려주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이 컨택한 미얀마 여행사를 알려주었다.

<윌리엄이 받았다는 퍼밋. 그리고 인도(Moreh)와 미얀마(Tamu) 육로 국경>

PS. 미얀마 인도 간의 육로 국경 통과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2명의 여행자를 통해 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루트도 바꿔야 할까. 고민 좀 해봐야 겠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13.12 km
누적 거리 : 3919.98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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