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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7일 일요일

에필로그

전에도 썼지만, 미얀마는 원래 루트에는 빠져있던 나라였다. 국경을 통해 인도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급하게 경로를 변경하고 여행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입국 첫날부터 하루에 서너시간만 전기를 쓸 수 있고, 샤워기가 아닌 바가지로 목욕을 해야하는 숙소에서 지내야 한다는 현실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특히나 바로 전 국가가 태국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모든 면에서 태국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여행 초반부에는 과연 무사히 미얀마를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자문했었다.

도로상태나 교통 문화 그리고 전기나 물 같은 생활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과 자연이었던 것 같다.
그들, 그리고 그것과의 만남은 불과 몇시간, 또는 순간 찰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태국과 인접한 국경을 지날 때와 인도와 인접한 국경을 지날 때, 양쪽 길에 늘어선 임시 텐트촌들을 봤다. 처음에는 이곳이 난민과 빈민들을 위한 장소인 줄 몰랐다. 한달 넘게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물을 얻으려고 기계를 동원해 산에 구멍을 뚫어 우물을 파는 모습을 자주 봤지만, 성과는 별로 없어 보였다.

얼마전 치뤄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뉴스를 전해들었지만, 내가 지나갔던 곳들은 특별한 일 없이 평소와 다를바 없어 보였다.
마을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불교 사찰이 있었는데, 마을의 규모가 클 수록 사찰 역시 크고 화려했다. 또한 마을 입구에서 마이크에 스피커를 연결해 주문을 외거나 노래를 틀고, 그 앞에 여성들이 놋 그릇에 돌을 넣어 시끄럽게 흔드는 모습을 자주 봤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이렇게 하면, 지나가는 차량이 돈을 그릇에 넣는다는 것이다. 그 돈으로 사찰을 보수하거나 새로 짓는다고. 실제로 개보수하는 사찰을 자주 봤다. 
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차라리 탑을 짓는데 쓸 돈을, 주민 생활 개선을 돕는데 쓰면 좋을 텐데.
지금껏 가본 동남아 국가 중에 가장 폐쇄적이었던 미얀마는 종교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었다.

아무튼 28일이라는 빡빡 일정(사실 인도 비자 받는 기간을 빼면, 실제 기간은 23)에 약 1600km 거리를 달려야 했던 나라였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특히 인레호수, 제대로 보지 못한 바간)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사고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PS. 다이어트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미얀마를 추천하고 싶다. 양곤과 만달레이를 제외하면, 외국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을 수 없다. 이는 곧 미얀마 요리만 먹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 규모있는 중소 도시의 경우 Chinese(아마 미얀마 식당을 제외하면 가장 많을 듯한) 식당이 있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여행하면서 뚱뚱한 미얀마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나는 가장 큰 이유를 미얀마 음식의 경우 꼭 채소, 야채를 함께 곁들여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S2. 이미 언급했지만, 미얀마를 자전거로 여행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이 아닌 향후 몇 년 후라면 달라지겠지만.

PS3. 그렇다면, 미얀마를 자전거로 여행해서 안 좋은 점만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좋은 점은 아래와 같다.

1. 뒤에 아무리 빵빵대도 그냥 무시하게 된다.
2. 울퉁불퉁한 포장도로가 나와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포장도로라니!).
3. 만일 인도를 갈 예정이라면, 좋은 예행 연습을 한 것이다(과연 인도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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