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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5일 월요일

대지의 선물


"영국판 그리고 기혼자들을 위한 부부판 월든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월든의 작가 핸리 데이비드 소로가 있다. 아마도 이책의 부제가 '월든에 이은 20세기 최고의 환경 고전' 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 소로가 있었다면, 영국에는 이 책의 저자 세이무어 부부가 있었다. 우연하게도 그들은 20 세기에 태어나서 활동했다.

세이무어 부부는 자발적으로 전원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처음에는 배에서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서 집을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를 팔고난 돈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없었고, 수소문 끝에 외곽에 빈집을 빌릴 수 있었다.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점차 자급자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처음에 고기를 얻기위해 오리와 거위를 키웠고, 알을 부화하기 위해 닭을 들였다. 그리고 우유를 얻기위해 젖소를 구입했고, 남아도는 우유를 사용하여 치즈를 만들고 다른 가축에게 먹였다. 집 주변의 덤불을 이용해 사료를 만들어 먹였다.
땅을 일구고 여러가지 작물의 씨앗을 뿌렸으며, 성공과 실패를 통해 그들에게 맞는 방법을 체득했다. 이렇게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온전히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까이 살진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이웃이 있었고, 그들의 도움으로 그것이 가능했다.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된지 50년이 넘었을 정도로 오래된 고전이다. 따라서 저자들의 얘기가 지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맞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책의 뒷부분에 한 장을 할애하여 저자가 출간된 이후의 업데이트 된 내용을 실었다. 그부분을 읽어보면, 저자 역시 그들이 처음 브룸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을 당시와 많이 달라져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어찌보면, 소로나 저자는 그 당시에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운아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지금 현재를 살고 있었다면, 그때 처럼 살 수 있었을까?

나는 여태껏 소로나 저자처럼 살았다는 사람(현재를 살고있는)이 쓴 책을 접해보지 못했다.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전원생활의 선배격인 소로와 비교한 구절이었다. 결론은 소로는 미혼이었고, 자신은 결혼을 해서 돌봐야할 식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1. 달걀을 낳게 할 용도로 닭을 키우게끔 만들어져서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복잡한 닭장을 보면 놀랍다. 사실, 필요한 것은 암탉 한 마리 뿐이다. 암탉을 그냥 두어라. 숲을 혼자 다니게 두어라. 수탉과 함께 지낸다는 전제 아래, 그렇게 암탉을 자유롭게 놓아두면 암탉은 병아리 여남은 마리를 데리고 돌아온다. 이것은 우리가 경험으로 터득한 바다. 병아리 돌보는 법을 암탉보다 잘 알 사람은 없다.

2. 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처럼 작은 땅에서 가축없이 자급자족하며 사는 실험을 해 보고 싶다. 나도 인간이 채식만으로(그런데 이것은 치즈나 버터나 우유나 달걀도 없는 순수한 채식을 뜻한다. 이런 음식을 얻으려면 결국 동물을 죽일 수 밖에 없으니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료는 풀로 만튼 퇴비를 쓰면 될 것 같지만, 확신은 없다. 채식 가족은 육식 가족보다 훨씬 작은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3. 소로는 월든에서 장비가 거의 없이 살면서 자급자족했다. 소로의 책을 보면, 자신이 가진 것과 가계부를 다 공개하고 있지만, 소로가 월든에서 산 기간은 두 해뿐이었다. 그리고 당시 소로에게는 다른 식구가 없었다. 거의 콩만 먹어도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을에 있는 학교에 이제 막 다니기 시작한 만 다섯 살 딸에게 콩만 먹자고 타이르려 해보라. 그리고 브룸에서 우리 부부의 삶과 일은 무척 힘들다.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일해야 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요즘 여덟 시간이 보통 근무 시간인데, 그 두배인 셈이다. 게다가 그 열여섯 시간 중 반은 바깥에서 일한다. 콩만 먹고 이렇게 일할 수 없다. 물론 나도 '우리가 잘 먹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고, 힘들게 일하지 않으면 굳이 잘 먹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떠올리곤 한다. 소로는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사색하는 일로 하루 대부분을 보냈다. 소로에게는 음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총각이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을 것이다. 나는 소로의 존재 양식이 더없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총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나 존재 양식을 이야기할 때 그 대상을 총각에만 한정해서는 안된다. 여하튼 이것은 아주 철학적인 문제이다.

4. 내가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게 될까? 글쎄, 나는 어느 누구에게 어느 무엇도 권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쨌든, 냉난방이 되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에 취직해서 통근열차를 타고 출근하여 빈둥거리면 봉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굳이 힘든 길을 택할 사람도 없지 않을까?
내가 아는 것은 단 하나, 이런 생활이 '나한테는' 맞는 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만 사는 것 같다. 건강을 기준으로 생각하자면,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네 아이는 늘 아주 건강하게 자랐다. 나는 의사 이름도 모른다. 나는 지금 50대 지만, 아직까지 근력이나 기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20대 때 할 수 있었던 일은 여전히 그때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다.

5. 따뜻한 실내에서 저녁을 먹은 뒤, 젖소의 젖을 짜러 춥고 어둡고 축축한 겨울 밤 공기 속으로 나가야 할 때면, '젠장!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더 쉬운 길도 많잖아!'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순간순간 다 알고 있을까? 나가서 젖소의 젖을 짜기보다 집에서 책을 읽고 싶을 때, 때로는 짜증스럽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한편, 나가서 젖소의 젖을 짜는 것이 나에게 좋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것이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다. 우리가족은 요즘 행복하다. 그리고 아주 건강하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신선한 공기 속에서 몸을 쓰며 힘들고 다양한 일을 하여야 한다. 그저 아프지 않다는 뜻에서 건강하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건강한 삶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도시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외딴 농가 주택에서 살라는 조언을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외딴 농가 주택에서 사는 것이 나한테 잘 맞는 다는 말만 할 것이다.
하지만 시도해보기로 결심한 사람에게는 어떤 힌트를 줄 수 있을까?

  1. 우선 그 지역사람과 친해져야 한다.
  2. 우리가 했던 것보다는 조금 천천히 해 나가라는 것이다.
  3. 물이 잘 스며드는 땅을 구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런 토양은 일구기 쉽고, 무엇이든 재배하기 쉽고, 가축에서 나오는 거름에 더 잘 반응하고, 가축 건강에 좋고, 걸어다니기도 더 즐겁다.
  4. 자기 토양에 딱 맞지 않는 것을 재배하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그런 농산물을 먹고 싶을 때는 시장에 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5. 해내지 못한 것을 걱정하지 말라.
  6. 마지막으로 남은 말.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행운을 빈다. 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더 많이보고 싶다. 브룸에서 보낸 4년 동안 우리가 배운 것을 딱 하나만 말하라면, 농부이자, 장인이 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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