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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5일 월요일

아랍의 봄


"그동안 방송을 통해서만 접했던 재스민 혁명을 이해하기 쉬운 만화로 그려냈다"

재작년(2012년도)이었을까? 갑자기 뉴스에서 중동, 특히 이집트와 리비아 관련 뉴스가 매스컴에 톱으로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TV 속 화면에서는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독재에 항거했고, 이에 정부는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여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오던 그때 였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다. 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아랍의 다른 나라들까지 퍼져갔는지?

문명의 발달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겨난지는 오래되었지만, 사실 바로 옆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도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멀리 떨어진 중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는 국내 매스컴은 거의 없었다.

재스민 혁명으로 일컬어졌고, 그것이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던 시기 이후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특별히 중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이후의 상황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또한 특별히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왜?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은 있었다. 이 책은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게된 계기와 과정 그리고 현재까지의 상황을 알기쉽게 그래픽노블로 그려냈다. 대표적인 국제 인권단체인 엠네스티의 협조를 받아 만들어진 책으로 어느 정도의 공신력과 공정성을 확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책에서는 총 10 개의 중동 국가가 등장하는데, 각 장별로 나뉘어져 있어 혼동스럽지는 않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나라는 재스민 혁명이 시작된 튀니지다. 거대한 혁명의 시작은 아주 단순하고도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튀니지는 오랜 독재 치하에 있었다. 각종 이권은 대통령 친인척들이 독차지했고, 대다수의 서민들은 평균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거리에서 장사를 하던 한 청년이 그 지역 관리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물건을 빼았겼다. 청년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찰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
얼마뒤 그 청년은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자살을 시도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정부군과의 치열한 전투끝에 시민군은 승리하였고, 독재자 였던 대통령은 옆나라로 망명을 떠났다.
국민들이 원하는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듯 했으나, 시민과 함께 정부군에 맞서 싸웠던 군이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 정국은 혼란한 상태다.

이것은 튀니지의 경우를 쓴 것이지만, 주변 나머지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책에서도 몇 차례 언급하고 있지만, 자칭 중동 전문가라고 꼽히는 사람들도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중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오히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자면, 중동의 국가들은 종교와 국가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혁명 같은 것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국가의 지도자를 종교의 성직자로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정부를 부정하거나 저항하는 것은 그들이 믿는 종교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된다. 그래서 지금도 상당수의 중동 국가들은 오랫동안 한사람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감안하더라도,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것을 보면, 얼마나 그동안 국민들의 고통이 심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하나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은 처음 튀니지에서 시작된 혁명의 물결이 주변 중동 국가들로 퍼졌다는 것이다. 비단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중동국가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였던 셈이다. 또한 국경을 넘어 같은 중동사람이라는 동질감을 갖게 했다는 점도 있겠다.

책에서 소개된 10개 국가들에서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일었지만, 결과는 조금씩 다르다. 이집트나 리비아 같은 경우, 시민에 의해 독재자를 축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무력으로 진압하는 정부군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중에 가장 심각한 곳이 시리아다. 2년 넘게 지금까지도 정부군과 시민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하루에도 몇 십에서 몇 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이집트나 리비아 같은 경우, 독재자를 축출했다고 했는데, 유엔과 같은 범국가 조직의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심각한 상황의 시리아에는 왜 개입하지 않는 걸까?

위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그렇다면, 왜 리비아나 이집트의 경우에는 개입을 했는지 부터 살펴보면, 이유는 한가지다. 바로 석유(돈)다. 이집트와 리비아의 경우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으로는 10위 안에 드는 산유국이다. 만일 이들 나라에 정세가 불안해져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래서 원유 가격이 상승한다면?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최대한 이들 국가가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신속히 개입을 한 것이다.

이제 시리아에 대한 얘기를 해보면, 앞선 두 나라와는 달리 시리아는 석유 매장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관심 밖에 있다. 엠네스티 같은 국제 단체가 현재 시리아에 대한 현실을 알리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가 깔려있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고, 남녀가 동등하게 참정권을 가지게 된 지 100 년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이것은 영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의 기준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러한 가치들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지 못한 나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경제성장은 단기간 내에 가능할지 몰라도, 이러한 가치와 이념은 불가능하하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산고를 거쳐야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

이집트나 리비아에서 현재 겪고있는 혼란 또한 마찬가지다.

아랍의 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한번 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지구촌 사람들에게 중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했음은 물론, 국가, 인종, 종교를 떠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동일하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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