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통한 자기계발을 주제로 했으나,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책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에 '마흔의 서재'를 읽고난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일 저자가 쓴 이 책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첫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은 위기십결이라고 하는 바둑 둘 때 마음에 새겨야할 10가지 교훈을 주제로 저자의 생각과 이와 관련한 고전에서의 내용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바둑의 기원은 무려 4천년 전이라고 하니, 그 긴 시간동안 꾸준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를 찾자면, 인생과 닮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열살 무렵에 바둑을 처음 배웠다고 했다. 책에서는 자신을 하수로 지칭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아마도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저자에 비해, 나는 열살 무렵에 처음 장기를 배웠다. 그래서 장기알은 나름 친숙하지만, 오목과 알까기 할 때를 제외하고는 바둑알을 잡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바둑의 규칙도 잘 알지 못한다.
나같이 바둑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 책을 읽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책의 구성은 크게 위기십결에서 말하는 10가지 교훈을 주제로 나뉘어져 있고, 각 주제별로 수(바둑 둘 때의 한 수, 두 수...), 훈수로 되어 있다.
'이 책을 옆에 두고 실제 바둑을 두면서 첫 수 둘때, 첫 수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읽고, 두 수 둘때, 두 수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읽으면, 금세 바둑 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책을 읽고나서, 몇 가지 느낀 점들을 적어볼까 한다.
먼저, 책의 내용 중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소개한다.
때로는 길을 벗어나보는 것도 좋다. '의도적 길 잃기'를 시도해보라. 이것은 일탈이고, 파격이며, 한편으로 또 다른 길의 모색이다. 길 잃기는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지체하기는 하겠지만 예기치 않은 결과와 기쁨을 낳을 수도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낯익은 '길'을 벗어나보라.
중요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우는가 입니다.
모래 언덕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멈춰 서서, 연못 위로 새가 날아가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기어오다가 과자를 집는데 온 정신을 쏟는 아기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핸드폰을 꺼버려라! 전화기 코드도 빼버려라! 한순간을 가민히 있어보라! 그 순간에 철저하게 몰두해보라!
옆을 봐도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왜 달리는 지는 묻지 않는다. 지금 달리는 방향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무리에 떨어져나오는 순간, 도태된다. 아니 도태될 것이라고 믿는다. 결승점이 없는 달리기. 과연 언제까지 달려야 할까?
다음으로는 아쉬운 점인데, 앞서 언급했듯이 각 큰 주제에 따른 수 라는 타이틀의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각 수 페이지마다 서로 다른 제목의 내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121~122 페이지의 74수와 75수, 231~232 페이지의 153수와 154수는 이어지는 내용임에도 별도의 수 페이지로 분리되어 있다.
가독성과 높이고 혼동을 줄이기 위해 하나의 수 페이지로 합치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한 115 페이지의 첫째줄의 오타도 수정되면 좋을 것 같다.
명석하게 계산할 줄 아는(추가)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각 주제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수 페이지도 있기는 했지만, 바둑을 자기계발 이라는 주제와 접목 시킨 시도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한 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몇 번씩 곱씹고, 넘어갔어야 하는 책을 너무 문자 그대로만 이해하려고 하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유명한 녹차 일수록, 첫번째보다는 두번째 우려낸 차가 좋듯, 이 책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