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눈에 비친 버마. 여행 가이드 북에는 없는 버마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만화로 그린 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버마가 어딘지 아세요?
라고 물었을 때,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버마라는 이름보다 미얀마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나라. 라오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군부 독재정치가 지속되고 있는 나라다. 원래 나라이름은 버마이지만, 군부가 이름을 미얀마로 강제로 바꿔버렸다.
저자인 기들릴은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아내를 따라 1년동안 버마에서 살게 된다. 이것만 보면, 전에 봤던 '굿모닝 예루살렘' 과 같다.
현재 많은 NGO 가 버마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군부 독재 정부의 방해로 제대로된 구호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구호가 시급한 지역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제한하거나, 들어가더라도 현지인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금지하고 있다.
또한 버마 정부는 극심한 언론 통제를 하고 있는데, 국내 방송이나 서적은 물론 외신에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게재하면 바로 삭제를 시키고, 이를 제외한 부분만을 대중에게 내보낸다.
버마하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이 되어 있는 상태다. 책에서 저자또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몇 번 시도하지만, 그 누구의 접근을 막기위한 삼엄한 경비 때문에 집 근처에 다가가는 것 조차 어려웠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저자는 만화가로서 가정주부이자, 미얀마에서 만화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그의 아내를 통해 NGO 가 어떻게 활동하고 움직이는 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는데, 흔히 NGO 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단체라고만 알고 있는데 좀더 세분화해서 보면 각각의 단체들마다 성격과 특징이 다르다.
후반부에 저자가 버마를 떠나게 된 이유도 국경없는 의사회가 버마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직도 버마에는 구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유는 버마의 정부 때문이다. 정부가 국경없는 의사회에 활동을 허가한 지역은 충분히 잘 살고 있고 구호가 굳이 필요없는 지역이다. 반면에 국경없는 의사회가 요구하는 당장 구호가 필요한 지역에 있어서는 허가를 하지 않고 있다.
굳이 도움이 필요없는 지역에 구호 활동을 하는 것은 무료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군부 독재 정부를 도와주는 길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논의한 끝에 철수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모든 NGO 기구들이 버마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NGO 에도 여러가지 단체가 있고, 그에 따라 이해 타산이 다르다.
겉으로는 조용해보이는 버마지만, 군부의 그늘이 넓고 깊게 드리워져 있다. 군부의 묵인하에 나무와 천연 가스를 민영화시켜 과도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군부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은 마약이나 에이즈 같은 병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 버마와 인접해있는 라오스에 다녀왔는데, 이들 나라의 민주화는 아직도 갈길이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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