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출발 시간이 오후 9시라 숙소 체크아웃(오전 11시) 이후에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미 어제 오전에 뭄바이에서 볼 만한 곳들은 본터라, 숙소 그리고 버스 터미널 근처를 주변으로 가이드북을 이리저리 들춰봤다.
1. Iskcon temple
숙소에서 가까운 나름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힌두 사원. 가자마자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하레 크리슈나' 를 창시한 사람의 사원이 있었던 vrindavan 의 krishna balaram temple 과 비슷했다. 사원에서 치뤄지던 하레라마 의식 또한 비슷했고, 사원 안에 식당과 기념품 점이 있던 것도. 이곳은 게다가 고급 호텔도 있었다. 한마디로 주상복합 사원이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한 신도(?)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부담스럽게도 지금 치뤄지고 있는 하레라마 의식의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는 자기 사무실로 안내했다.
부담스러운 친절에 정중히 사양을 했지만, 그는 잠깐이면 된다며 거의 떠밀리다시피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나를 전도할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한글로 된 책 몇권을 주며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레라마는 종교가 아니며, 현재의 모든 종료(불교, 기독교, 가톨릭, 힌두, 이슬람 등)를 초월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했다. 여러번 사양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권했다. 거의 도망치다시피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나서 그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donation 을 했나요?"
사실 이런 부담스러운 친절 뒤에 이어질 것이 무엇인가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는 인도가 아니던가.
그가 하레라마를 통해 얻었다는 깨달음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치냐고 묻고 싶었다. 씁쓸하다.
어느 순간부터 점점 종교 사원을 찾는 일이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사원을 방문하면 처음엔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관에 집중하게 된다. 여러번 가다보면, 점차 이곳을 찾는 신도들을 관찰하게 된다. 그들의 종교를 대하는 자세(불교사원에서 온몸에 땀을 흘리며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 힌두 사원에서 바닥에 완전히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 교회에서 눈을 감고 절실하게 기도하는 모습)를 보면, 지식이 전혀없는 나같은 사람도 뭔가 말로 표현하기힘든 감정이 든다. 신기한 것은 이것이 종교와 언어를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오후 1시.
아직 7~8시간이 남았다. 에어컨이 나오면서도, 꽤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는 맥도날드 매장으로 향했다. 운이 좋으면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다.
해가 질 무렵해서 버스 터미널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이후 저녁을 먹고, 버스가 도착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A/C sleeper 버스인데, 지금까지 타본 것 중 시설이 가장 좋다. 지금까지 탔던 volvo 버스보다도 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도 있다.
PS. 전철에서 내려 역을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티켓을 보자고 했다. 어제 가졌던 의문이 풀렸다. 이런식으로 체크를 하는 모양이다.
PS2. 버스가 기차보다 안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화장실 문제다. 적게는 7~8 시간, 많게는 12시간 동안 버스를 타게되면, 생리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버스를 타기전 식사는 최대한 적게하고 물을 적게 마신다. 버스 타기전에 화장실을 가는 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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