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 도착한 뒤, 처음 이틀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해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어느새 먹구름이 몰려왔다.
아침을 먹다가 캠핑장 전광판에 적힌 온도표시를 봤는데 5.7도 였다. 5월 중순의 온도라고 하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출발하는데 입김이 보이고 손이 시려웠다. 방풍자켓을 꺼내 입어 그나마 좀 나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해안을 달리는 루트라 순풍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나름 대도시인 도마코마이의 대형마트에서 부식을 샀다. 그 동안 마트에서 구입하기 어려웠던 신라면, 고추장을 살 수 있었다.
도마코마이를 벗어나자 쭉 뻗은 도로가 나타났다. 상점이나 민가가 없는 양 옆에 나무와 숲만 있는 길이 이어졌다. 속으로 이제 홋카이도다운 길을 보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늘 원래 루트는 해안에 위치한 YH에서 묵는 것인데 계획을 바꿔 내륙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정했다.
<도마코마이를 벗어나면서부터 초원을 뛰어다니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여우(or 늑대?)가 자주 출몰하는가보다>
오후 5시 무렵 도착했는데, 처음에는 내일이 휴일(영업을 안 하는)이라 야영이 어렵다고 했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거라고 했더니, 특별히(주인 아저씨가 스페샬이라고 했음) 허락해주었다. 이곳은 샤워시설이 없고, 대신 온천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 같은 여행자 말고도 근처 마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니 온몸에서 힘이 풀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넓은 캠핑장을 나 혼자 사용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9시가 조금 넘어 잠이 들었다. 요즘에는 일기를 쓸 시간도 없이 자기 바쁘다. 그만큼 피곤하기에 며칠 쉬어 갈 곳이 필요해 보인다.
PS1. 온천탕에서 나와 몸무게를 재보니 79kg 다. 아마 내 기억에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 보는 몸무게다. 먹는 게 부실해서 일까 아니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진 걸까?
PS2. 길을 가다 보면 여러 가지 표지판들을 볼 수 있는데, 홋카이도에서만 보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아이누어인데, 표지판에 일본어표기 후 위에 아이누어로 별도표시를 해놓았다. 내가 보기에는 두 개의 차이가 없는 것 같긴 한데. 홋카이도가 옛날부터 일본의 영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내가 그랬다), 원래 홋카이도에는 독립적인 국가가 존재했었다. 그들은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었고, 아이누인이라고 불렸다. 일제가 강제병합한 이후, 차츰 그들의 문화와 말이 사라져가고 있다. 아이누인들은 일본사람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있으며 그래서 설사 아이누인의 후손이라고 해도 이를 숨기며 산다고 한다. 앞으로 미래에는 아이누어로 적힌 표지판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득 아이누인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물론 말은 안 통하겠지만.
[로그 정보]
출발지 : [S] 일본 홋카이도 도마코마이 시 다루마에 42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 [E] 일본 홋카이도 사루 군 비라토리 초 니부타니 94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87.06 km
시간 : 8시간 37분 1초 (2012-05-19 20:03:54 ~ 2012-05-20 16:35:11)
평균 속도 : 10.1 km/h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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