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돈에서의 마지막 날.
첫날, 시간 때문에 돌지 못했던 돈콩의 일주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4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해가 뜨기 전까지는 덥지 않아서 이 때가 하루 중 자전거타기에는 가장 좋다.
원래는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원으로 한 바퀴를 돌 생각이었지만, 돌아와야 하는 시간도 있고 해서 GPS 에 나온 큰길(섬을 동서로 가르는)을 따라 여기(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라오스 사람들은 아침을 일찍 시작한다.
아직 해가 안 뜬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논 또는 밭으로 일을 하러 가거나 집 앞을 청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의 모양만 다를 뿐 우리네 농촌시골 마을과 비슷해 보인다. 생각해보면 밤 늦게까지 불을 켤 수 없는 전력 사정과 한 낮에는 너무 더워 바깥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원한 새벽시간을 이용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7시가 못돼서 서쪽 끝에 도착했다.
같은 돈콩 섬이지만 동쪽과 서쪽은 확연히 달랐다. 동쪽은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되어 있는 반면 서쪽은 주민들의 집과 재래시장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외국인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새벽에 메콩강에서 잡아온 생선들, 채소, 빵, 고기 등 없는 것이 없었다.
궁금해서 나도 그들 틈에 끼어 그 중 먹음직스러운 고로케 빵을 샀다. 몸짓으로 주문을 하고 계산했다.
기존에 내가 사먹던 것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에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더 살 껄 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숙소에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11시가 가까워오자 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마도 나 처럼 주변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을 한 사람들일 테다. 그때 외지에서 들어오는 배가 버스와 차량 그리고 관광객을 내려놓는다. 그렇다. 시판돈은 관광객이 나가기 무섭게 들어오는 명소다.
보트를 타고 돈콩 섬을 나와 정류장에서 빡세까지 갈 버스를 기다렸다.
거기서 홍콩 할아버지 부부도 만났는데, 빡세에서 방콕으로 가신단다. 비행기표 시간이 오후 3시라는데 다급한 모양이었다.
보트에서 내리면 버스가 바로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후 두 대의 버스가 왔지만 한대는 만석이었고, 한대는 빡세행이 아니었다. 나를 포함한 관광객들이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곧 올 거라는 답변 뿐이었다.
홍콩 할아버지 부부도 더더욱 애가 탄 듯 보였다. 1시가 가까이 돼서야 버스가 왔다. 짐을 싣고 차에 올라탔는데 나처럼 빡세에 가려는 사람들(대부분 외국인)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빈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뜨개질을 하는 옆에 앉은 외국인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카렌, 호주에서 왔고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째 여행을 다니고 있단다.
11년 전에 라오스를 왔었다고 했다. 이전 저런 얘기를 하던 중, 탄자니아에서 자원봉사를 수개월 간 했다는 얘기를 했다. 워너비 인생을 사는 사람이 또 있다니.
"미래가 걱정되지 않아요?, 이를 테면 다음 직업은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아요."
그녀는 많은 직업을 가졌었다고 했다. 내가 IT 쪽을 했다고 하니 그쪽 관련된 일도 했다고 한다.
IT 의 전반, 그리고 한국에서의 일 중독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외 이민 얘기와 사회보장제도, 결혼률과 출생률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다. 그녀는 그녀의 할머니로부터 배운 스텐실을 뜨곤 했다.
정말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장시간 버스를 타는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는 말이다.
빡세에 도착하고 3시간 정도 후, 비엔티안행 Sleeping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러 가기 전에 리컴번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유럽사람을 만났다. 벌써 리컴번트로 일주 중인 사람들을 두 명이나 보다니.
정말 해외에 나와보니 시각이 좁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사막을 하루에 200 킬로미터 넘게 달렸다고 한다. 깡마른 체격임에도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또 우연히 만난 프랑스 학생들과 얘기를 나눴다. 한국과 일본, 중국 간의 얘기들. 프랑스와 독일은 마치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양 국간에 축구경기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절정에 이른다고.
아마 이번 여행 들어서 가장 말을 많이 한 날이 아닌가 싶다.
Sleeping 버스는 이제 단련이 되었는지 꽤 잘만한 정도가 되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마음이 설렌다. 정말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비엔티안까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카렌에게 책갈피를 선물로 줬다. 진정한 여행자(67년생)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단한, 그래서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로그 정보]
거리 : 695.02 km
시간 : 34시간 42분
평균 속도 : 20.02 km/h
[지도 정보]
첫날, 시간 때문에 돌지 못했던 돈콩의 일주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4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해가 뜨기 전까지는 덥지 않아서 이 때가 하루 중 자전거타기에는 가장 좋다.
원래는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원으로 한 바퀴를 돌 생각이었지만, 돌아와야 하는 시간도 있고 해서 GPS 에 나온 큰길(섬을 동서로 가르는)을 따라 여기(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돈콩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길 양쪽에는 나무로 만든 집들이 서있다>
라오스 사람들은 아침을 일찍 시작한다.
아직 해가 안 뜬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논 또는 밭으로 일을 하러 가거나 집 앞을 청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의 모양만 다를 뿐 우리네 농촌시골 마을과 비슷해 보인다. 생각해보면 밤 늦게까지 불을 켤 수 없는 전력 사정과 한 낮에는 너무 더워 바깥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원한 새벽시간을 이용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7시가 못돼서 서쪽 끝에 도착했다.
<멀리 강 건너편에 캄보디아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돈콩으로 향하는 보드들이 부지런히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기위해 다시 배에 오르는 사람들>
같은 돈콩 섬이지만 동쪽과 서쪽은 확연히 달랐다. 동쪽은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되어 있는 반면 서쪽은 주민들의 집과 재래시장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외국인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새벽에 메콩강에서 잡아온 생선들, 채소, 빵, 고기 등 없는 것이 없었다.
궁금해서 나도 그들 틈에 끼어 그 중 먹음직스러운 고로케 빵을 샀다. 몸짓으로 주문을 하고 계산했다.
기존에 내가 사먹던 것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에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더 살 껄 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숙소에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11시가 가까워오자 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마도 나 처럼 주변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을 한 사람들일 테다. 그때 외지에서 들어오는 배가 버스와 차량 그리고 관광객을 내려놓는다. 그렇다. 시판돈은 관광객이 나가기 무섭게 들어오는 명소다.
보트를 타고 돈콩 섬을 나와 정류장에서 빡세까지 갈 버스를 기다렸다.
거기서 홍콩 할아버지 부부도 만났는데, 빡세에서 방콕으로 가신단다. 비행기표 시간이 오후 3시라는데 다급한 모양이었다.
보트에서 내리면 버스가 바로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후 두 대의 버스가 왔지만 한대는 만석이었고, 한대는 빡세행이 아니었다. 나를 포함한 관광객들이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곧 올 거라는 답변 뿐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홍콩 할아버지 부부도 더더욱 애가 탄 듯 보였다. 1시가 가까이 돼서야 버스가 왔다. 짐을 싣고 차에 올라탔는데 나처럼 빡세에 가려는 사람들(대부분 외국인)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빈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뜨개질을 하는 옆에 앉은 외국인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카렌, 호주에서 왔고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째 여행을 다니고 있단다.
11년 전에 라오스를 왔었다고 했다. 이전 저런 얘기를 하던 중, 탄자니아에서 자원봉사를 수개월 간 했다는 얘기를 했다. 워너비 인생을 사는 사람이 또 있다니.
"미래가 걱정되지 않아요?, 이를 테면 다음 직업은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아요."
그녀는 많은 직업을 가졌었다고 했다. 내가 IT 쪽을 했다고 하니 그쪽 관련된 일도 했다고 한다.
IT 의 전반, 그리고 한국에서의 일 중독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외 이민 얘기와 사회보장제도, 결혼률과 출생률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다. 그녀는 그녀의 할머니로부터 배운 스텐실을 뜨곤 했다.
정말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장시간 버스를 타는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는 말이다.
빡세에 도착하고 3시간 정도 후, 비엔티안행 Sleeping 버스를 탔다.
<빡세에서 우연히 발견한 유럽풍의 건물, 용도가 궁금했다>
<불교국가인 라오스에서 발견한 교회 / 빡세 중심가의 전자제품 상점 간판>
버스를 타러 가기 전에 리컴번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유럽사람을 만났다. 벌써 리컴번트로 일주 중인 사람들을 두 명이나 보다니.
정말 해외에 나와보니 시각이 좁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사막을 하루에 200 킬로미터 넘게 달렸다고 한다. 깡마른 체격임에도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또 우연히 만난 프랑스 학생들과 얘기를 나눴다. 한국과 일본, 중국 간의 얘기들. 프랑스와 독일은 마치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양 국간에 축구경기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절정에 이른다고.
아마 이번 여행 들어서 가장 말을 많이 한 날이 아닌가 싶다.
Sleeping 버스는 이제 단련이 되었는지 꽤 잘만한 정도가 되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마음이 설렌다. 정말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비엔티안까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카렌에게 책갈피를 선물로 줬다. 진정한 여행자(67년생)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단한, 그래서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로그 정보]
거리 : 695.02 km
시간 : 34시간 42분
평균 속도 : 20.02 km/h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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