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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화요일

53일차 -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길 [Xiangkezong - Honglongxiang]

오늘의 목적지는 리탕으로 잡았다. 고도의 편차가 크지 않아 110 여 킬로미터의 거리가 멀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침에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배려로 다른 여행자들보다 일찍 아침을 차려주셨다. 어젯밤에 7시 반에 아침을 차려주신다고 했는데, 7시가 되자 아침을 먹으라며 방 문을 두드리셨다.

아침 메뉴는 찐빵에 무순 볶음이었다. 어제에 이어 가파른 오르막이 처음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최대한 든든히 먹었다. 티벳의 부엌구조는 특이하다.


가스나 석유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때서 불을 피운다. 덕분에 난방을 따로할 필요가 없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출발했다. 어제 묵었던 곳이 마을은 작지만, 야딩에서 도착가능한 중간기착지 같은 곳이라, 며칠 전 라이딩하면서 본 여행자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숙소가 있던 마을>


오늘도 열심히 끌바를 하는데, 뒤에서 가파른 언덕을 패달링으로 오르는 여행자가 있었다. 그와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라싸에 갈 수 없다고 했다. 이유인 즉슨, 자신이 신장 출신이라 나처럼 망캉의 검문소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장 또한 티베트처럼 중국정부에 대한 저항이 심한 곳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자국민임에도 출신 때문에 출입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다.
그는 바탕에서 윈난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내가 운이 좋으면 통과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검문소에서는 자동차 운전자건, 자전거 여행자건 모두 신분증 확인을 한단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리탕 또는 바탕에서 남하해야 한다

오늘 역시 여러 명의 라이더들과 함께 라이딩을 했다. 중국 여행자들 사이에 소문이 퍼졌는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초면에 알고 있는 라이더들도 있었다.




<터널의 등장. 이제 업힐 끝 다운힐 시작이다>

고도 4100~ 4300 미터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길은 이어졌다. 차라리 오르막만 쭉 이어지다가 내리막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수월했다. 업힐과 다운힐의 연속은 더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다.
리탕까지 갈거라고 했더니, 다른 라이더들이 어려울 거란다. 평지라면 모를까. 지형의 변화가 심한 지역에서는
숙소에 대해 물어보니, 리탕까지 가는 거리의 절반 정도 쯤에 숙소가 모여있는 곳이 있단다.
그곳으로 목적지를 수정했다.
산에서의 날씨는 좀 잡을 수가 없다. 어떤 때는 해가 쨍쨍 덥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가 장시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소나기 성으로 내린다는 것.

<라싸 까지는 무려 1700km 를 더 가야한다>




<여럿이 함께 달리다보니, 쉴 때도 다 같이 쉰다> 


<오토바이 여행자들도 합류했다>



















요 며칠간 느끼는 것이지만, 4000 미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구름, 산의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포토샵으로 보정을 했다고 믿을 정도로.

내리막을 내려오면서 이런 경치를 보면,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온다. .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고, 소나기가 내렸다>







저녁 6시가 넘어 목적지 마을에 도착했다. 호텔같은 숙소는 없고, 역시 민박이다. 그중 한곳에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자전거 여행자 팀이 있었다.

어제처럼 화장실은 공용이었고, 방은 도미토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샤워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행자 중에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물어봤더니, 샤워는 리탕에 가서 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렇게 땀에 절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체, 주인 아주머니가 차려준 저녁을 먹었다.

어제 숙소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가격도 더 비싸고, 시설도 너무 열약했다. 화장실도 푸세식에.

여행자 팀 중 몇 명은 내가 이미 한국인인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총 5명으로 베이징에서 청두로 이동하여 지금껏 라이딩을 했다고 했다. 그중에 나와 얘기한 사람은 대학 예비 졸업생으로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숙소에서 본 2명도 예비 졸업생이라고 했는데. 우연의 일치인가? 이 맘때 쯤, 예비 졸업생이 많은 건.

'왜 라싸를 자전거로 갈려고 생각했어?'
'청두에서 라싸를 가는 길이 아주 유명하고, 아름답기 때문이야. 그리고 라싸는 특유의 종교적인 건축물들이 많거든'

씻을 수도 없고, 옷을 갈아입을수도 없고, WiFi 도 안되니 별달리 할 것이 없었다. 찜찜한 채로, 누워 자는 수 밖에. 덕분에 오랜만에 정말 일찍 자는 것 같다.

PS1. 6월 말이지만, 4000 미터에서의 기온은 가만히 있으면 추위를 느낄 정도다. 나를 제외한 여행자들은 긴팔, 긴바지에 조끼까지 껴 입는다. 다행히 대부분의 시간동안 끌바나 라이딩을 하니 추위를 거의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 덕에 입술이 터서 피가 나고, 하도 오래 끌바를 하며 걸어서 인지 발바닥이 갈라서 쓰라린다. 크림을 바르고 양말을 신고 타야 겠다.

PS2. 오르막을 한참 오르는 데, 어제 같은 숙소에서 묵었던 오토바이로 라싸까지 간다는 2명의 일행을 만났다. 각자의 연락처를 주고, 주인아저씨가 챙겨주셨다는 찐빵도 줬다. 그들은 300 km 떨어진 바탕까지 간다고 했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80.72 km
누적 거리 : 3024.23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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