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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0일 월요일

652일차 - 1등(?)인건가 [팜플로나 - 푸엔테 라 레이나]

어젯밤 다른 날보다 늦게 잤음에도 오전 6시 반 정도에 눈이 떠졌다. 이제 어느 정도 몸이 순례자모드로 바뀐 것일까. 

아침 식사를 주는 숙소의 경우, 직접 식사를 준비해주거나, 근처의 식당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여태까지는 후자 쪽이 많았다. 아침메뉴는 거의 비슷하다. 커피, 머핀 또는 빵 한 조각 그리고 오렌지주스. 과연 이걸 먹고 걸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래서 별도로 먹을 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부실했던 아침 식사. 결국 어제 사둔 과일과 빵을 함께 먹었다>

숙소를 나와 부엔테리코 방향으로 가려는데 조개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잘 사용하던 휴대폰 네비게이션 어플도 제대로 동작을 안한다. 결국 몇번을 헤매고 난 뒤에야 조개 문양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도시일수록 길 찾기가 더 어렵다. 워낙 길이 많고 복잡하다보니.
얼마못가 비가 오기 시작했다. 바람도 강하게 불고.

팜플로나 시내를 벗어나니 논과 밭 나무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비포장길. 우비를 입었지만 무릎 아래까지는 커버하지 못했다. 결국 샌들에 물이 새어들어 양말이 젖는 지경에 이르렀다.

길은 오르막으로 이후 산 언덕으로 이어졌다. 멀리 커다란 프로펠러가 달린 풍력발전기가 보였다. 언덕 위에 오르니 아래 밭과 들판이 보인다. 비만 아니면 사진을 찍고 싶은데 휴대폰 카메라로는 조작이 쉽지 않다.





<멀리 언덕 아래로 마을이 보인다>

<자전거로 순례하는 사람들을 위한 표지판. 도보 순례자와 길이 다르다>



<전깃줄에 매달린 신발들. 무슨 뜻일까>

<한글이 적힌 숙소 광고판>

정오가 되기 전 오늘 전체 거리의 75% 를 걸었다. 알베르게에 도착할 때 쯤 비가 그쳤다. 이때가 1시 반. 숙소 문은 잠겨 있었고 2시부터 문을 연다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근처 성당에 가서 구경을 하는데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알베르게 쪽으로 자기를 따라오라고는 손짓을 한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었다. 숙소 주인이 올때까지 안에서 기다리라고. 2시가 지나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알베르게에 체크인할 때 필요한 것들은 여권과 순례자 여권, 그리고 숙박비다. 절차가 끝나면, 순례자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준다. 오늘은 특별하게도(?) 첫번째로 체크인을 했다.

짐을 풀고 상점의 위치를 물었다. 다행히 문을 연 곳이 있단다. 슈퍼마켓에 가기 위해서는 마을 중심 시가지를 통과해야 했다. 요 며칠 길을 걸으면서 보게되는 것은 마을의 중심에는 성당이 있다는 것. 떠올려 보면, 내가 봤던 모든 종교들이 그랬다. 불교 국가들에서는 마을의 중심에 절이 있었고, 무슬림 국가들에서는 중심에 모스크가 있었다. 각각의 종교들이 겉보기에는 전혀 달라보여도 의외의 공통점들을 발견하게 될 때, 흥미롭다.




<오늘의 파스타 재료들>

<Today`s video clip>

PS. 걷다보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파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출퇴근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팜플로냐에서는 미니벨로(브롬튼)를 타는 사람을 봤는데, 얼마나 타고 싶던지.

PS2. 거의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는 마을마다 오가는 현지 주민들을 볼 수가 없다. 말이나 양 또는 개를 더 자주본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PS3. 3일째 함께 걷는 중년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다가 산티아고 길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가톨릭신자로서 지나는 길마다 곳곳의 유래와 정보에 대해 상세히 알고 계셨다. 나 같은 문외한은 지나다가 멋있어 보이면 그저 사진만 찍고 마는데, 직접 들어가서 미사에 참석도 하신다고. 역시 여행이란 무릇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PS4. 파리에서 느낀 환율충격이 이제 어느정도 상쇄 된 건지. 이제 1유로가 더이상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로그 정보]

걸은 거리 : 23.86 km
누적 거리 : 89.41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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