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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5일 금요일

242일차 -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12월 31일 [Tongyi - Kyabin]

아침에 일어나보니, 앞바퀴의 바람이 빠져있다. 펑크인가 싶어, 바람을 넣어 확인해봤지만, 금세 빠지지 않는 걸로 보아 다른 이유인 듯하다.
전에도 같은 이유로 튜프를 교체했었다. 아마도 어제 산길 라이딩으로 인한 충격으로 공기가 빠진게 아닐까 싶다
오늘도 산길을 달려야 해야 하기 때문에, 바람을 충분히 넣고 튜브는 교체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까지는 버텨줄 것이다.

어제 예상대로 내리막길은 비포장과 군데군데 생긴 구멍, 자갈밭으로 이어졌다. 어쩔 수 없이 끌바를 해야 했다1시간 정도 라이딩을 통해 산을 내려왔다.

아침을 빵 몇 조각으로 때워서, 밥을 먹을 겸 식당에 들어갔다. 자주 먹는 'rice and pork' 를 주문했다.

"얼마에요?"
"2500"

너무 비쌌다. 패쓰하고 좀 더 가서 먹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이후 식당이 40 여 킬로미터나 가서 있다는 사실을.

산을 내려오고나서는 국경까지 고도 200m 내외의 완만한 구간이 이어지기 때문에 별 걱정을 안했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어지는 길들은 죄다 도로에 돌들이 박혀있고, 곳곳에 땅이 꺼져있고, 게다가 더 최악은 모래밭 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모래가 뿌려져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모래에 핸들이 밀려 넘어질 뻔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또한 오르막에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때는 모래때문에 몇 배는 더 힘들었다.
처음엔 이런도로는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 곧 제대로된 도로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끌바를 했던 오늘 종일 이런 길을 계속되었다.
이런 길 덕분(?)인지, 길을 지나는 차량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아주 이따금 오토바이가 보일 뿐오토바이도, 이런 길을 갈 때면, 노면 때문에 진동이 심해 통통 튀면서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길의 전체 너비만 보자면, 왕복 2차선 도로를 만들어도 될만큼 넓었다. 하지만, 그 넓은 공간에 제대로 포장된 부분은 없었다.
별도의 차선이 그려져있지 않음에도 이 넓은 도로는 차량이 다니는 차도와 사람이 다니는 인도로 나뉘어 있는 것 같았다.
인도쪽은 보행자 외에도 오토바이, 자전거 같은 이륜차들도 자주 다녀서 모래 바닥이 나름 단단했다. 이에비해 차도쪽은 거의 다니지 않아 바퀴자국이 남을 정도로 물렀다.  
가끔은 인도쪽으로 주행하는 차량도 있었는데, 그만큼 차도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아까 지나친 식당 이후로, 1시간을 더 가서야 구멍가게가 나왔다.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캔콜라를 사서 먹었다. 산을 내려오면서부터는 미얀마의 전형적인 시골 농촌 마을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해서 최소한 식당이나 구멍가게 정도는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없었다. 생각해보니, 농사를 지어 쌀을 수확하는데, 굳이 식당에서 밥을 사먹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몇 시간 끌바를 하고, 가지고 있는 물도 다 떨어졌다.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무렵, 집이 한채 나타났다.(나는 가게라고 확신했다)
들어가서 빈 물통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보여주며 "워터" 를 번역한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내 물통을 가져가더니, 물을 받아 채워주었다.

"물병에 든 생수를 얘기한 거였는데..."

일반 가정집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12마일"

미얀마는 거리 단위를 마일로 쓰는지 km 로 얘기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1마일이 몇 km 인지 몰랐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은 안다. 그것이 약 20km 라는 것을.

아침에 먹은 빵 이후로, 식사를 하지 못한 나는 끌바 조차 힘겨웠다당초 오늘 가야 했던 "칼라와"는 힘들어졌다.

길에서 만난 한 오토바이 아저씨가 자기 집이 식당을 한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내가 거리를 묻자, 81km 란다그 거리라면, 내일 중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으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것 같다.

시간은 흘러,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도 캠핑을 해야 할 것 같다시계는 5시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고대하던 식당이 나타났다. 그리고 아까 81km 라고 당당히 말하던 아저씨도 나타났다. 분명 내가 81km 를 온 건 확실히 아니었고, 아저씨가 뭔가 착오가 있었던 듯 하다.

식사를 주문하고, 아저씨가 와서 이것 저것 뭔가를 묻는다. 그러더니, 오늘 자기 식당에서 자고 가란다. 앞으로 숙소는 "칼라와"에 가야 있는데, 여기서 60 여 킬로미터가 넘기 때문에 오늘 가는 것은 무리라며.

'이렇게 고마울 때가!'

저녁을 먹고, 등목을 하고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12 31일. 2015년의 마지막 날이다.
여느때 같으면, 가족, 지인들과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새해인사를 주고받으며,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미얀마도 비슷하지 않을까?

올해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가 무색할 만큼, 새해를 맞이하는 들뜬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10시 무렵, 거의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길을 마주보고 있는 식당 안에 놓인 침대에서 자게되었다. 지붕만 있을 뿐 창문이나 벽은 없다. 밤 거리를 보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또 올해처럼 나의 남은 여행도 무탈하게 이어지기를 빌었다.


<시골로 갈수록 길위에서 동물들을 자주 보게된다>


<동남부 지역과는 다르게 만달레이 이후로는 수량이 충분해보인다> 


<강물을 끌어오지 않고 바로 옆에서 농사를 짓는데, 범람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하게된다>

<돌이 박혀있는 길. MTB 가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PS. 식당에서 영어가 가능한 아저씨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미얀마를 3주 넘게 여행했지만, 이렇게 길이 안좋은 곳은 처음이야. 왜 정부에서 길을 고치지 않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 정부는 좋지 않아(not good 이란 표현을 썼다). 이곳이 인도와 접경지역이라서 그래."
"그래도 이번에 정부가 바뀌었으니, 조금 나아지겠다 그렇지?"
"그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믿고 있어"

앞으로 달리게 될 도로 사정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여기서부터 칼라와 까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very bad 인 도로가칼라와에서 타무로 가는 10여 킬로 구간은 good bad 도로가 50 50, 그리고 khampt 과 타무까지의 130km 구간은 good 이라고 했다
결국 내일까지는 끌바를 해야하는 구나.

숙소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예상대로 칼라와, khampt, 타무에 숙소가 있단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50.51 km
누적 거리 : 11489.28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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