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도 안된 시각. 엄마가 다급하게 나를 깨웠다.
옥상에 빨래를 널러 올라갔다가, 설산을 보셨다는 것. 포카라에 온 뒤로 한번도 보지 못했다.
비몽사몽으로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지난 사흘동안 뿌옅게 구름만 끼어있던 곳에 거짓말처럼 설산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비록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었지만, 인터넷 사진으로만 보던 그곳을 실제로 보니 놀라웠다. 사랑곳이나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 가면 더 가깝게 그리고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오늘 아침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어제 밤새 내렸던 비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 근래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낮동안 잔뜩 구름낀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내내, 그리고 오후에도 이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금새 구름에 싸여 모습을 감췄다.
요즘 같은 우기에는 보기드문 행운이다.
오늘은 휴식일.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다. 오후에는 저녁 거리를 사러 나갔다가, 정육점에서 염소고기를 샀다. 포카라 내의 정육점에서 취급하는 고기류는 닭과 염소가 유일하다(이따금 돼지고기도 취급하긴 하지만, 거의 없다).
닭은 며칠 전에 먹어봤고, 이번에는 염소고기 1kg 을 샀다. 가격은 닭보다 2배이상 비쌌다.
염소고기는 처음이라 어떻게 먹어야 할지 엄마와 궁리를 했다.
일단은 삼겹살을 굽듯이 구워먹어보는 것. 프라이팬이 없어 깊은 냄비에 해바라기유를 두르고, 염소고기 몇 조각을 넣어 구웠다.
당초의 우려와는 다르게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구워진 몇 조각을 시식 겸, 먹어보았다.
염소고기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질긴 것만 빼면, 정말 먹을 만 했다.
조리방법을 바꿔, 이번에는 물에 삶아 수육처럼 먹어보기로 했다. 돼지고기 보쌈을 예상했지만, 구웠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긴 염소고기를 요리하기 위해서는 이미 알고있는 조리법과는 다른 뭔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저녁 무렵부터 수도꼭지에서 나오던 물줄기가 점차 얇아지더니, 7시 이후에는 물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아래층 주인 아주머니 댁에 가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만 있었다.
아이의 말로는 주인 아주머니는 밤 9~10시 사이에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 전화를 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약 2시간을 기다려, 주인 내외분이 왔고, 그들에게 상황을 직접 보여주었다. 그 후, 옥상에 올라가 물탱크를 확인해본 아저씨는 물이 새는 것 같다고, 그래서 내일 배관공을 불러, 수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전기가 들어오는 10시 30분까지는 부득이하게 물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렇게 기다린 10시 30분이 되고, 전기가 들어오면서 다시 물을 쓸 수 있게 되었다.
PS. 요즘 날씨 패턴은 이렇다. 오전 그리고 정오까지 맑은 날씨가 지속되다가, 그후 점차 구름이 많아져 오후 3~4시부터 소나기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해가 진후에는 비가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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