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썼지만, 미얀마는 원래 루트에는 빠져있던 나라였다. 국경을 통해 인도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급하게 경로를 변경하고 여행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입국 첫날부터 하루에 서너시간만 전기를 쓸 수 있고, 샤워기가 아닌 바가지로 목욕을 해야하는 숙소에서 지내야 한다는 현실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특히나 바로 전 국가가 태국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모든 면에서 태국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여행 초반부에는 과연 무사히 미얀마를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자문했었다.
입국 첫날부터 하루에 서너시간만 전기를 쓸 수 있고, 샤워기가 아닌 바가지로 목욕을 해야하는 숙소에서 지내야 한다는 현실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특히나 바로 전 국가가 태국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모든 면에서 태국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여행 초반부에는 과연 무사히 미얀마를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자문했었다.
도로상태나 교통 문화 그리고 전기나 물 같은 생활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과
자연이었던 것 같다.
그들, 그리고 그것과의 만남은 불과 몇시간, 또는 순간 찰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태국과 인접한 국경을 지날 때와 인도와 인접한 국경을 지날 때, 양쪽
길에 늘어선 임시 텐트촌들을 봤다. 처음에는 이곳이 난민과 빈민들을 위한 장소인 줄 몰랐다. 한달 넘게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물을 얻으려고 기계를 동원해 산에 구멍을 뚫어 우물을 파는 모습을 자주 봤지만, 성과는 별로 없어 보였다.
얼마전 치뤄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뉴스를 전해들었지만, 내가 지나갔던 곳들은 특별한 일 없이 평소와 다를바 없어 보였다.
마을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불교 사찰이 있었는데, 마을의 규모가
클 수록 사찰 역시 크고 화려했다. 또한 마을 입구에서 마이크에 스피커를 연결해 주문을 외거나 노래를
틀고, 그 앞에 여성들이 놋 그릇에 돌을 넣어 시끄럽게 흔드는 모습을 자주 봤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이렇게 하면, 지나가는 차량이 돈을 그릇에 넣는다는
것이다. 그 돈으로 사찰을 보수하거나 새로 짓는다고. 실제로 개보수하는 사찰을 자주 봤다.
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차라리 탑을 짓는데 쓸 돈을, 주민 생활 개선을 돕는데 쓰면 좋을 텐데.
지금껏 가본 동남아 국가 중에 가장 폐쇄적이었던 미얀마는 종교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었다.
아무튼 28일이라는 빡빡 일정(사실
인도 비자 받는 기간을 빼면, 실제 기간은 23일)에 약 1600km 거리를 달려야 했던 나라였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특히 인레호수,
제대로 보지 못한 바간)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사고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PS. 다이어트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미얀마를 추천하고 싶다. 양곤과
만달레이를 제외하면, 외국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을 수 없다. 이는
곧 미얀마 요리만 먹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 규모있는 중소 도시의 경우 Chinese(아마 미얀마 식당을 제외하면 가장 많을 듯한) 식당이
있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여행하면서 뚱뚱한 미얀마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나는
가장 큰 이유를 미얀마 음식의 경우 꼭 채소, 야채를 함께 곁들여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S2. 이미 언급했지만, 미얀마를
자전거로 여행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이 아닌 향후 몇 년 후라면 달라지겠지만.
PS3. 그렇다면, 미얀마를
자전거로 여행해서 안 좋은 점만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좋은 점은 아래와 같다.
1. 뒤에 아무리 빵빵대도 그냥 무시하게 된다.
2. 울퉁불퉁한 포장도로가 나와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포장도로라니!).
3. 만일 인도를 갈 예정이라면, 좋은
예행 연습을 한 것이다(과연 인도는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