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청두를 떠나 티베트 라싸로 가는 루트의 본격적인 시작인 G318 번 국도를 타게된다. 이 경로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지금껏 여행을 하면서
본 자전거 여행자보다 더 많은 여행자를 하루만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남녀노소. 자전거, 복장, 짐은 달랐지만, 그들은 모두 라싸로 향하고 있었다.
복잡한 청두를 빠져나와 약 30 여 킬로미터를 달린 지점에서 쉬고있는데, 한 무리의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났다.
<중국 자전거여행자들은 대부분 샥이 있는 MTB 를 많이 탄다>
물론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목적지는 라싸였다. 나는 외국인이라 라싸에 갈 수 없다고 얘기했더니, 자기들과 같이 가면 된단다. :-)
나보다 1살 많은 남자분, 20 살의 청년, 19살의
청년, 이렇게 총 3명의 여행자들이었다.
그들은 각각 허난성과 충칭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이후, 함께 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도
다른 무리의 자전거들이 떼지어 지나가면, 우리는 손을 흔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점심식사 후, 이어진 라이딩에서 2명의
다른 여행자들이 합류하여 총 6명이 되었다. 목적지인 얀(Yaan) 시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졌다 .
목적지까지 약 50km 를 남겨둔 상황에서 저 앞에 대형 중국 국기가
보였다. 그리고 옆에는 318번 도로를 뜻하는 조형물이 보였다.
아마도 318 도로의 시작점인가 보다. 그리고 여행 안내소(?)로 보이는 사무실에서 남녀가 나와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청두에서 라싸까지의 주요 경로를 사진과 함께 표시해놓았다>
<각 주요 도시의 사진이 담긴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일행 중 한명이 그들에게 내가 한국인이라고하니, 그들이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들이 준 유인물에는 라싸까지 가는 루트와 거리, 비상 연락망이 적혀
있었다. 직원 중 한명이 영어를 할 수 있어서 라싸 루트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라싸에 가고 싶지만,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불가능해'
'하지만 검문소에서 거의 체크를 안하는 걸'
'정말?'
'나도 잘 몰라. 사실 그건 순전히 운에 맞겨야 할거야'
그에게 내가 생각한 루트를 알려줬더니, 318번 국도에서 217번 국도로 남하하기전에 검문소가 있다고 했다.
통과하면 다행이지만, 만일 불가하다면, 청도까지 다시 와야 될 수도 있단다.
이런 저런 사정을 얘기하니, 검문소를 지나기, 전 도시에서 Mr. He 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그 사람이 경찰을
알고 있으니, 통과하도록 도와줄 거라고.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한글도 보인다>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고 얀 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도로사정이 대체로
좋았지만, 몇몇 구간은 공사 또는 교통사고 때문에 차들이 길게 늘어선 구간이 있었다. 이럴 때 자전거는 좁은 공간만 있어도 지나갈 수 있으니 한편으로는 유리하다.
얀 을 약 10 여 km 앞두고
비가 조금 내리더니, 시내에 진입하자 비가 쏟아졌다. 거의
한달만의 우중라이딩이다.
<비가 올때 만큼은 터널이 반갑다>
예약한 숙소를 찾아야 했는데, 비 때문에 핸드폰 터치가 말을 듣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비가 오는 동안, 휴지로 액정을 닦아가며 겨우 찾은 호텔.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이 꺼져 있다. 혹시 문을 닫았나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데스크에 촛불이 켜져 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전기가 나갔단다. 언제쯤 고쳐질 것 같냐고 물어보니, 오늘 밤까지는 모르겠고, 내일 아침까지는 고쳐질 거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전기가 안 들어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엘리베이터가 동작하지 않으니, 계단으로 짐을 방으로 옮겨야 하고.
빗속을 뚫고 다른 숙소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했기에 그냥 체크인할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다른 숙소를 알아보기로
하고는나왔다.
돌아다녀보니, 근처의 다른 숙소 뿐만 아니라, 식당, 모든 곳에 불이 꺼져 있었다. 도시 전체에 전기가 나간듯 보였다.
좀 더 들어가 보니 불이 켜진 곳도 있었다. 그 중 한 곳의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가격은 무려 40 위안.
전기가 들어온다는 사실에 바로 OK 했지만, 또다른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물이 나오지 않는 것.
내일 아침까지는 나올꺼라는 얘기에 더이상 다른 숙소를 찾을 힘도 없어 짐을 풀었다.
우중라이딩을 한 덕에 어떻게든 씻어야 했기에 1.5 리터 물을 여러병
사서 그걸로 간단히 몸을 씼었다.
지금까지 묵은 곳 중, 가장 열악한 숙소였다.
이곳에서 이틀을 묵기는 어렵다는 판단,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행히 wifi 는 되서 숙소를 예약했다. 밤 10 시가 넘어 물은 나왔다.
PS. 라싸행 루트가 시작부터 순탄치 만은 않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낙후된 곳일 터. 시(市) 단위의 마을에서 비가 오는 날 전기가 나간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고.
PS2. 앞으로 갈 지역들의 날씨를 알아보니, 내일 갈 목적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2주 내내 비 예보다.
청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판다 곰이다. 쓰촨성 지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판다 서식 기지가 이곳에 있다.
판다를 보기위해 이곳으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청두에는 지하철이 있지만, 여기까지는 개통이 되지 않아 버스를 2번 갈아타고 가야 했다.
일요일을 맞아 입구부터 많은 현지 사람들이 보였다. 가끔씩 외국인도 있었다. 가면 수 십 마리의 판다 곰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야외에서
그리고 실내의 유리창을 통해 본 것을 합쳐도 열 마리 남짓.
<길 주변에는 판다의 주식인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판다 형상의 마스코트도 곳곳에 있다>
<저건 뭐지?>
<설마?>
<판다곰!>
야외에서 본 곰들은 하나같이 풀 위나 나뭇가지 위에서 자고 있었다. '여기서는 밤에 곰을 안 재우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 였다. 각각의 우리 앞에는 곰의 이름과 나이, 성별, 특징을 적어 놓은 팻말이 있었다.
<판다 곰이 삐지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나마 실내 우리에 있는 곰들이 훨씬 활동적이고, 볼거리가 많았다. 여기서도 역시 몇몇은 바닥에 드러누워 자고있었지만, 안 그런 녀석들 중에는
자는 녀석에게 다가가 괜시리 시비를 걸거나, 근처의 다른 녀석에게 장난을 치는 등,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행동을 많이 보였다.
<등뒤에 대나무를 수북히 쌓아놓고 먹는 모습이 마치 사람과 흡사했다>
서식기지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판다 말고도 Red 판다라고하는 다른 종류의 곰도 있었는데, 곰이라고 하기엔 꼬리가 너무 길었고, 얼굴이
너구리를 닮았다.
<이 녀석 역시 취침 중이었다>
곰 외에도 공작새와 이름모를 새들이 있는 우리가 있어 사람들의 주위를 끌었다.
판다곰에 대한 것을 영화로 상영하는 곳도 있었다.
<기지안에 있는 박물관에서 본 그림. 3000년 전에는 동물(특히 판다)들을 이용해서 전투를 했다고 한다>
구경을 마치고 저녁 거리를 사기위해 핸드폰으로 주변 상점을 검색했다. 주로 바이두 앱을 사용하는데, 현재 있는 지점에서 가까운 상점이나 은행, 음식점을 거리별, 종류별로 정렬해서 보여준다.
나처럼 그 지역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무척 편리하다.
대형 마트를 검색하니, 까르푸가 보인다. 지역의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전에 까르푸를 찾으러 2km 가까운 거리를 걸어갔다가 허탕을 치고온 적이 있어, 반신반의 했다.
최근에 달린 댓글이 있는 걸 보니, 진짜로 있는 듯 보였다. 만일 없을 시를 대비해 다른 곳도 위치를 기록해두고,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네 번째 정류장에서 내리니 까르푸 간판이 바로 보였다.
얼마전 까르푸에서 부탄가스를 구입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 내심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매장 안에 캠핑용 제품을 진열한 코너가 있었지만, 부탄가스만 없었다.
중국에서는 캠핑 시에 어떻게 취사를 하는 궁금했는데,부탄가스 대신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무척 불편할 텐데'
아직 캠핑에 대한 활성화가 안되서 그런 듯하다. 아마 앞으로 중국에 있을 동안, 부탄가스 구입은 힘들 듯하다.
옆에 진열되어 있던 한국 봉지라면은 입맛만 다셔야했다. 오늘따라 한국 음식이 먹고 싶었는데, 아쉬운 대로 초코파이 한 상자를
구입했다.